[기술이전·사업화 정책, 이대론 안 된다](하)제대로 된 인프라를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한·미 기관별 국가연구개발사업 기획·평가관리 비중

 “연구개발(R&D) 과제에 대해 내부 검토를 통해 의견을 제시하면 30만명 이상의 외부평가자 가운데 3명 이상으로 된 외부전문가위원회가 구성돼 심층 평가를 합니다. 이들 위원은 3∼5년을 주기로 결과에 대해 추가 심사 및 평가를 실시합니다.”

 작년 말 미국의 대표적인 R&D평가·지원기관인 국립과학재단(NSF)을 방문했을 당시 마이클 셔버츠 NSF 수석정책담당관에게서 들은 말이다.

 우리나라 기술 이전·사업화의 낙후성을 거론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기술평가 인프라다. 구체적으로 누구나 신뢰할 수 있는 평가툴이 존재하지 않으며 평가인력·평가시스템에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는 곧바로 기술의 이전 및 사업화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신뢰할 수 있는 평가툴=정부 기술평가를 받는 기업인의 공통적인 불만은 ‘도대체 기준이 무엇이냐’다. 평가 잣대가 명확지 않고, 평가기관마다 결과의 차이가 크다는 불평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영세 기술 중소·벤처기업가에게는 실적 부족, 재무상태의 부실이 원인일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을 하게 되고 한국에서는 기술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산업자원부가 나름대로 표준평가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산자부는 현재 중소기업청의 지원으로 기술성·사업성·시장성 등을 반영한 평가툴을 개발, 최근 정부 R&D과제 평가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기술평가업무를 하고 있는 기술보증기금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평가 요소를 모두 갖추기는 했지만 수차례 평가툴을 운영하면서 사고율 등을 관리해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서만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보는 산자부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체 개발한 모델로 평가를 한다.

 ◇우수 평가인력풀 절실=기술을 세부적으로 분류하면 14만4000개 안팎으로 나눌 수 있다. 이 많은 기술을 평가하려면 수십명 규모의 자체 인력으로는 한계가 있어 결국 외부 인력풀을 활용해야 한다. 미국의 NSF가 외부인력을 30만명가량 확보하고 있는 것도 이같이 급변하는 기술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서다.

 정부에서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해 외부인력DB를 구축하려면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벤처컨설팅업체인 ATG의 배재광 대표는 “DB구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우수인력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라며 “형식만 갖추면 등록시킬 것이 아니라 5∼10년 평가경험이 있는 우수인력만을 선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술평가비, 높여라=낮은 평가비로 인한 평가부실 문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업계에 따르면 기관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심사위원들은 대략 20만원의 평가비를 받고 3시간 정도 평가를 한다. 이는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할 때 절대적으로 낮은 수치다.

 양동우 호서대 벤처대학원 교수는 “미국에서는 연구과제 평가비용을 사업비의 3% 이상으로 책정하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1%도 채 안 될 것”이라며 “정부가 돈을 아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작 필요한 곳까지 무리하게 줄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