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어치 팔아 남은 건 겨우 86원.’
IT 상장사들의 올 상반기 실적은 다소 실망스럽다. 매출이 7%대로 증가하기는 했지만 지난해 상반기 매출이 크게 부진했던 것에 비하면 2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특히 영업이익이 2년째 감소하면서 IT 경기회복 지연 우려를 낳고 있다.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 하락도 심각한 수준이다. 올 상반기 IT 상장사의 영업이익률은 8.62%로 1000원어치 팔아 겨우 86원을 남겼다. 이는 지난해 9.67%에 비해 1%포인트 이상 줄어든 것이며 2004년 17.6%에 비해서는 현저하게 감소한 것이다. 특히 비IT 상장사의 영업이익률 6.77%와 격차가 그리 크지 않아 고부가가치 창출이라는 IT 업종의 특성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반도체와 LCD를 중심으로 판매량이 증가하는 등 IT 업황 개선 전망은 긍정적이다. 민후식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바닥은 이미 2분기에 확인했으며 3분기로 오면서 반도체를 선두로 LCD와 휴대폰 업황이 개선되고 있다”며 “내년까지 이 흐름이 지속될지 지켜봐야겠지만 적어도 하반기에는 IT 업황 회복세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증권 시장=대형 수출주 위주로 포진해 있는 전기·전자업종은 부진했고 내수주인 통신업종은 비교적 선전했다. 전기·전자업종 64개사의 올 상반기 매출 증가율은 5.8%에 그쳐 IT 상장사 전체 성장률 7.1%를 밑돌았다. 영업이익은 12.15%나 감소해 유가·환율로 인한 원가 상승·수출 이윤 감소 등이 두드러졌다.
삼성전자의 올 상반기 매출은 2.43%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20%나 감소해 1년 만에 8000억원에 가까운 이익이 날아갔다. LG전자는 올 상반기 11조5960억원 매출로 1년 동안 제자리걸음만 했으며 영업이익은 10%가 줄었다. 이에 비해 LG필립스LCD는 매출이 18% 증가했으며 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이 6933억원으로 36% 증가해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KT·SKT 등 4개 통신업체는 올 상반기 매출은 3%대의 미미한 증가세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7.49% 증가해 IT 상장사 전체 이익률을 크게 웃돌았다. 대표적인 내수주로 환율·유가 등 대외 악재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KT가 매출 5조853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소폭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30% 늘어났다. SK텔레콤은 매출은 소폭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코스닥 시장=인터넷 관련 기업과 통신·방송 서비스 업체는 올 상반기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인 반면에 IT 부품·정보기기 등 IT 하드웨어 기업은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IT SW 및 서비스 업종 128개사의 올 상반기 매출액은 인터넷 업체의 검색 광고 매출 호조로 지난해 동기 2조257억원 대비 21.7% 증가한 2조465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806억원에서 1174억원으로 무려 45.7%나 늘어나 장사를 잘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방송 서비스 업체 18개사의 매출액은 3조6532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3조1273억원보다 16.8% 늘어났으며 영업이익은 32.6% 증가했다.
반면에 IT 하드웨어 업종은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했다. 232개사의 올 상반기 매출은 8조3987억원으로 17%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은 4150억원에서 2718억원으로 무려 34.5%나 줄었다. 환율과 고유가에 따른 수출 채산성 악화와 디스플레이·휴대폰 업계의 불황 여파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업체별로는 인터넷 대표주인 NHN이 올 상반기 2547억원 매출을 올려 65%나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972억원으로 무려 76%가 늘어났다. 이에 비해 레인콤은 올 상반기 매출이 724억원으로 70%나 감소한 데 이어 영업손익 면에서도 올해 328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부진을 면치 못했다.
조인혜·설성인기자@전자신문, ihcho·sise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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