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디지털 시네마]`고선명 고음질` 시네마 천국 `Go`

 직장인 A씨는 최근 1000만 관객을 최단기간에 돌파한 영화 ‘괴물’의 마니아다. 친구들과 틈나는 대로 2주 동안 세 번이나 영화관을 찾아 괴물을 봤을 정도다. A씨가 세 번째 괴물을 보러 가던 날 찾아간 극장에서는 3개관이 상영하고 있었는데 2개관은 일반 영사방식이었고 나머지 1개관은 ‘디지털’이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표시돼 있었다. 지난 두 번의 경험은 디지털 방식이 아니었기 때문에 A씨는 디지털방식으로 보면 어떨까 하는 호기심으로 디지털로 전환된 괴물을 다시 보게 됐다.

 놀랍게도 A씨가 본 디지털 상영방식의 괴물은 주인공들의 땀방울 하나까지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우리나라 컴퓨터그래픽(CG) 기술의 진일보를 보여주었던 괴물의 형체와 움직임, 선명한 색감 등도 일반 필름 영화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마치 과거 LP레코드판을 통해 듣던 음악을 CD로 듣는 것처럼 잡티가 없는 깨끗한 화면과 주인공의 섬세한 표정연기 등은 A씨를 사로잡았다.

 A씨의 경험은 단지 영화 상영 단계에서의 디지털시네마를 보여주고 있지만 제작·촬영·압축·보안·배급·상영 등 영화 산업의 전체 과정을 디지털 환경으로 전환하기 위한 작업들이 국내에서 가속화하고 있다. 문화부와 영화진흥위원회는 물론이고 CJ CGV·메가박스 등 복합개봉관 업체들, CJ파워캐스트·KT 등 통신사업자들도 영화 산업을 디지털 환경으로 전환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영화 콘텐츠 산업 디지털 혁명이 시작된다=디지털시네마란 필름 혹은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한 영화를 디지털 파일 형태로 가공·처리하고 포장해서 이 디지털 파일을 하드디스크에 저장, 통신망 등 네트워크를 통해 극장에 배급하고 디지털 영사기로 관객에게 고화질의 디지털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화를 의미한다.

 디지털시네마는 콘텐츠 산업 중 핵심 영역을 차지하는 영화산업을 가히 혁명적으로 바꿔놓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상영 단계에서 국내 영화 관객의 눈높이를 높이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 콘텐츠 산업이 디지털 컨버전스의 거대한 흐름에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가를 제시하고 있다.

 컨버전스는 주로 방송과 통신 산업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영화 콘텐츠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영화 산업도 극장을 비롯해 방송과 통신의 컨버전스로 변화하고 있는 문화 콘텐츠 시장 환경에 적극 대응해 나가야 한다. 이런 가운데 디지털시네마는 영화에만 적용되는 필름을 디지털 기술을 통해 파일로 전환, 상영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영화를 컨버전스 환경에 적합한 문화콘텐츠로 바꿔 나갈 수 있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우선 복합개봉관 업체들을 중심으로 제작·배급·상영 분야에 걸쳐 디지털시네마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향후 디지털화를 통해 극장을 제외한 다른 미디어에서도 손쉽게 영화 콘텐츠를 볼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디지털시네마로의 전환은 영화 콘텐츠의 유통 경로를 더욱 넓힐 수 있다. 이는 전국 스크린과 극장 관객 수가 해마다 포화상태에 도달하고 있는 현재 영화 산업 구도에서 새로운 플랫폼의 가능성을 열 수 있는 초석을 다지는 것이다.

 ◇새로운 비즈니스모델 이끈다=디지털시네마로의 전환은 영화 콘텐츠의 원소스멀티유스를 앞당기는 지름길이다. 이는 곧 국내 영화 시장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극장 수익에 새로운 수익 경로를 창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극장 외에도 비디오·DVD·인터넷 기반 주문형비디오(VOD)·케이블방송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영화 콘텐츠가 서비스되고 있지만 비디오나 DVD는 비용효율적인 측면에서, VOD나 케이블방송은 부가판권 시장 규모 측면에서 활성화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디지털시네마는 디지털 파일 형태로 만들어진 영화 콘텐츠 소스를 이동형 멀티미디어기기나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등 새로운 채널을 통해 손쉽게 볼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향후 영화 산업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극장의 경우 디지털 상영 시스템을 활용해 문화 이벤트나 월드컵 등 스포츠 중계, 콘서트 실황중계, e스포츠 중계 등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견하게 될 것이고 DMB·와이브로·IPTV·HDTV 등 새로운 상영 공간의 등장을 급속도로 앞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영화 시장의 확대뿐만 아니라 늘어나는 수익을 다시 영화 산업에 투자하는 형태의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전망=지난해 7월 미국 할리우드는 디지털시네마 전환을 위한 표준안 형태의 기술권고안인 DCI(DIgital Cinema Initiatives)를 전격 발표했다. 현재 디지털시네마를 주도하고 세계 영화 콘텐츠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이 권고안은 실질적인 전세계 표준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선 통신인프라를 보유한 우리나라에서 통용될 수 있는 권고안이 민간 사업자와 정부를 중심으로 활발히 제안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영화 상영 단계에서의 해상도를 중심으로 이뤄진 할리우드 DCI에 보안, 압축, 네트워크 전송 등 우리만의 강점을 지닌 표준안을 하루 빨리 만들어 주도권을 확보하자는 데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와 민간 업계는 이르면 올해 안으로, 늦어도 내년까지는 다양한 장비 테스트를 통해 국내 적용 가능한 표준안을 만들어낸다는 계획이다.

 김민수기자@전자신문, mim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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