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노먼 지음. 김희철 옮김. 울력 펴냄.
토머스 에디슨은 위대한 발명가였지만 탁월한 사업가는 아니었다. 에디슨은 기술적 측면에서 다른 제품보다 월등한 축음기를 만들었지만 그가 설립한 몇몇 회사는 파산했다. 소비자가 원하는 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탓이다.
이제 PC는 웬만한 사무실이나 가정에서 없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잡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PC를 사용하면서 어려움, 곤란함, 그리고 불편함을 겪는다. PC가 일반 소비자들에게 복잡한 기술을 이해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대부분은 이런 불편을 마땅히 감수해야 할 일로 여긴다. 첨단기술을 이용하려면 이쯤의 어려움은 당연한 통과의례라는 식이다.
‘보이지 않는 컴퓨터(The invisible computer)’의 저자 도널드 노먼은 가장 이상적인 시스템은 그 기술이 깊숙이 감춰져 있어 사용자들이 그것이 있는지조차 인식할 수 없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중요한 점은 사람들이 기술 자체와 친해지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사람들의 일과 활동에 도움을 주는 것이란 주장이다.
그는 오늘날의 컴퓨터 기술도 마찬가지 형국이라고 말한다. 컴퓨터 산업이 반년 또는 일년에 한 번씩 신제품을 생산하되 더 빠르고 더 많은 기능을 가진 제품을 만드는 방향으로 구조화되면서 스스로의 덫에 걸려 복잡함의 회오리에 빠져들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의 기술이 일반 소비자들에게 왜 부적절하며 제품 판매에 영향을 주는 시장의 요소는 무엇인지, 오늘날의 PC가 어떤 근본적 문제를 갖고 있는지 등을 설명한다. 그리고 소비자들의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키려면 인간 중심의 기술로 옮겨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PC가 왜 복잡하게 됐는지, 그리고 그 복잡함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하며, 해결책으로 정보가전을 제시한다.
그는 정보가전이라는 단순한 장치들을 통해 현재 기술의 복잡함을 극복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점진적으로 세워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이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인간의 필요를 채워주는 기술로 나아가는 것이 바로 인간 중심, 소비자 중심의 기술이 될 것이라고 저자는 힘주어 말했다.
저자는 부록에서 정보가전의 예로 △사진술 △가정건강조언시스템 △날씨와 교통 디스플레이 △홈 파이낸셜 센터 △인터넷 가전 △옷과 몸 속에 넣는 임베디드 가전 등을 들고, 책 말미에는 자세한 주와 참고문헌 목록 및 찾아보기를 실어 책읽기에 도움을 주고 있다.
저자는 정보가전(information appliances)의 개념 정립에 노력을 기울인 학자다. 특히 ‘사용자 중심 시스템 디자인’이라는 연구 분야를 개척한 공로로 올해 컴퓨터/인지과학 분야에서 벤저민 프랭클린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애플 컴퓨터와 HP 등 여러 기업에서 일했고, 현재는 노스웨스턴대학 교수와 캘리포니아대학의 석좌교수로 일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의 바람대로 첨단 기술 회사들이 기술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사고의 전환을 이루는 데 기여할 것이란 기대감을 준다. 1만7000원. 정소영기자@전자신문, s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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