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자 소재 분야의 틈새 시장을 찾아내 우리 것으로 만들겠습니다.”
필름 형태의 전자소재 분야에서 잇단 국산화와 신제품 개발로 주목받는 이녹스가 최근 제2의 도약을 위한 날갯짓이 한창이다.
PDP필터 등에 쓰이는 디스플레이 소재를 주로 생산하는 안성 제2 공장을 준공해 얼마전 가동에 들어갔고 코스닥 등록 심사도 통과, 오는 10월 상장 예정이다.
맨주먹의 벤처 기업에서 출발, 세계적인 대기업들과 겨루며 고분자 및 필름 기술을 이용한 전자소재 분야의 국산화에 매진해 온 장철규 이녹스 사장(50)은 최근 회사의 변화를 보며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장 사장은 “코스닥 상장을 통해 이제 본격적으로 전자소재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며 “그러나 이것은 시작일 뿐”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장 사장을 비롯한 이녹스 임직원들은 코스닥 심사를 통과한 날 함께 진한 눈물을 흘렸다. 돌파구가 보이지 않고 회사 존립 자체가 의심스럽던 시절을 거쳐 5∼6년 만에 전문 전자소재 업체로 확실히 자리잡기까지 고민과 열정의 날들이 스쳐지나갔기 때문이다. 이제 이 회사는 연 매출 400억원을 바라보는 회사로 성장했다.
이 회사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장철규 사장을 비롯, 연구개발을 책임진 장경호 사장 등 이녹스의 주요 임직원들은 모두 새한 출신이다.
새한에서 첨단 전자소재의 연구개발을 담당하던 이들은 IMF 사태로 회사가 흔들리고 비핵심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잇따르자 분사를 결심했다. 2001년 새한마이크로닉스를 창업한 것. 장 사장은 “사업이 어떤 것인지 알았다면 절대 창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고분자 및 폴리이미드 기술 등을 활용한 전자소재를 내놓았지만 시장 반응은 차가왔다. 매출은 없이 연구개발비만 쏟아붓는 막막한 상황이 지속됐다. 그러다 2003년 하반기 휴대폰 연성회로기판 소재인 연성동박적층판(FCCL) 제품의 매출이 터지면서 숨통이 트였다.
잇따라 반도체 패키징용 접착 제품인 LoC테이프, 비메모리 반도체용 리드프레임의 변형을 막아주는 리드락테이프, 평판디스플레이 구동드라이버IC용 패키징 필름 등을 개발해 국내 반도체 업체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국내 산업에 꼭 필요하지만 국산 제품이 없는 품목만 개발한다는 원칙은 그때부터 지켜왔다.
이어 PDP필터의 전자파차폐 필름 등을 개발, 디스플레이 소재 산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할로겐을 함유하지 않은 친환경 제품 개발을 마무리하고 환경 규제 대응도 마쳤다. 경기도 안성에 제2공장 준공으로 생산력은 2배 이상 증가하며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될 전망이다.
핵심 소재의 기술력을 갖고 있어 전방 산업의 등락에도 영향을 덜 받는 것도 장점.
장 사장은 “국내 산업계가 꼭 필요로 하면서도 기술의 장벽 때문에 생산하지 못하는 전자소재 개발에 주력, 전자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산업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세희기자@전자신문, h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