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콘텐츠포럼]일본시장에서 살아남는 법

 국내 IT산업이 날로 성장함에 따라 해외에서도 우리 기업이 기술을 인정받으며 전 세계로 그 활동 무대를 넓히고 있다. 특히 일본은 발전 가능성이 매우 커서 국내 기업의 선전이 기대되는 시장이다.

 기회가 많은만큼 위험요소도 많은 곳이 바로 일본시장이다. 이미 세계적인 기업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시장이고 기술 외에도 여러 외부 요인이 국내와는 판이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회사가 서비스하는 콘텐츠전송서비스(CDN)처럼 그 개념과 장점이 아직 보편화되지 않은 상품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기업은 더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본시장의 성장성을 볼 때 난관이 있다고 해서 그냥 바라볼 수만은 없다. 일본시장은 1억명이 넘는 인구, 세계적인 경제력, 잘 갖추어진 인프라, 급속한 인터넷 발전속도로 인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략해야 할 시장이기 때문이다.

 일본시장에서의 성공을 위한 정답은 있을 수 없다. 또 ‘성공하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는 의견을 한편으로 인정하면서도 업종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모두 따를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우리 회사가 일본시장을 개척한 지 1년이라는 단기간에 괄목할 만한 고객 유치와 매출을 일구어낸 데는 몇 가지 중요한 요인을 꼽을 수 있다.

 첫째는 단기간에 많은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다. 우리 회사처럼 인터넷회선과 서버를 미리 확보해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은 막대한 초기 투자비를 감당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따라서 얼마나 빨리 고객을 확보해 경제성을 실현하는지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물론 사업 특성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초기 비용이 많이 드는 사업을 할 때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둘째는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는 일본 시장에 진출한 기업이 넘어야 할 가장 어려운 난제다. 일본은 작년부터 경기회복의 기대감으로 대기업의 재학생 입도선매가 시작됐고 벤처기업은 좋은 조건으로 구인광고를 해도 인재를 구하지 못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 회사도 처음부터 인재확보 노력을 기울였지만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직원들이 직접 회사의 비전을 제시하며 검증된 인재를 스카우트하거나 발전 가능성이 있는 젊은 사원들을 일일이 섭외하고 데려오면서 비로소 자리잡을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우수한 인재들이 마음놓고 일할 수 있고 이직을 하지 않도록 근무 여건을 만들어 놓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셋째는 서로 아끼는 ‘배려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IT기업은 기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기술을 가진 주체인 ‘사람’이 가장 중요하고 사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업무가 많아 밤샘 근무를 하기도 하고 고객사 상황에 맞추어 일하다 보면 불만이 생길 수도 있지만 서로 아끼고 격려하는 배려 문화로 이를 돌파했다. 숙련된 엔지니어, 일본 현지시장에 정통한 영업인력을 회사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고 보면 우리의 자산은 매출 못지 않게 크게 증가한 셈이다.

 넷째는 장기적인 안목이다. 일본에서의 사업은 다소 낙천적이지 않으면 배가 산으로 가기 쉽다. 일본에 진출해 성공한 기업은 미래를 보고 적어도 몇년을 인내하고 투자했다. 기회가 찾아왔을 때 과감한 결단도 중요하지만 단기간의 수익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것을 용인하지 못한다면 아예 일본시장에 발을 딛지 않는 게 좋다.

 요즘 도쿄 한국인학교에 입학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일본에 진출한 한국 IT기업이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10년 전과 많이 달라진 상황을 보고 내 유학시절을 회고하면 감개가 무량하다. 국내시장에서의 성공에 자만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일본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승엽 선수의 불방망이처럼 IT강국 한국기업도 일본시장에서 선전할 것이라고 믿는다.

◇씨디네트웍스재팬 유승을 대표 seyoo@cdnetworks.co.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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