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인물요? 당연히 어머님이죠.”
지난달 정보통신연구진흥원(IITA) 사령탑으로 취임한 제5대 이성옥 신임 원장(51). 다소 의례적인 물음을 던졌는데도 되돌아오는 그의 답은 명쾌했다. 하지만 충청도 산골로 시집온 후 6남매를 낳아 키워준 어머니를 생각하면 절로 눈물이 나곤 한단다. 어느새 그의 눈가엔 이슬이 맺혔다.
이 원장의 표현대로 그의 어머니는 초등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했다. 그 시절엔 그랬다. 당장 끼니를 떼우는게 급했던 시기였다. 6남매를 ‘반듯하게’ 키우는게 쉽지 않았을 터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그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다름아닌 ‘어머니’였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다 그랬지요. 초근목피로 사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인데 초등학교가 웬말입니까? 그래도 어머님은 독학으로 한글을 떼고 주위 사람이 사는 모습에도 관심을 기울이시는 깨어있는 분이십니다.”
일에 대해서 물었다. 간결했다. 어머니의 교육 방식을 대입한 듯 했다. 이 원장은 “현재에 매달리기보다는 멀리 보는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정책을 마련, 추진해야 할 것 같다”면서 “무엇보다 정책 담당자들을 믿고 밀어주고, 나아가 따라줘야 한다”고 평소의 소신을 간단히 풀어놓았다. 산업에 영향이 큰 정책을 담당하다 보니 눈 앞의 현실적인 것들과 씨름을 해야 하는 상황을 빗댄 표현이다.
그는 IT839 정책을 대표 모델로 꼽았다. 국가 차세대 먹거리 산업을 육성하자는 IT839 정책이야말로 보다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마련한 것이지 않느냐는 것. 그러면서도 그는 “이제는 u-IT839와 같은 ‘비욘드 IT839’ 정책에 집중할 때”라면서 “보다 장기적인 전략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피력했다.
통방융합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웠다. 현업을 떠난 입장이라면서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이 원장은 곧 “통방융합의 방향에 대해서는 누구나 다 동의하는 것 같다”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 방향으로 가되 일시적 진통이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그는 “기술적으로는 이미 통신과 방송의 구분이 무의미하다”면서 “이제는 속도의 문제일 뿐이지 방향은 정해진 것 아니냐”고 단언했다.
대뜸 정통부 시절 기억나는 사람을 물었다. 다 소중한 인연들인데 섭섭한 사람이 생기면 어떻게 하냐는 물음이 되돌아왔다. 반쯤 감은 눈이 열리면서 몇몇 이름들이 쏟아져 나왔다. 오명, 윤종용, 박성득, 정홍식, 경상현 등등. 모두 그와 함께 했던 인물들이다. 후배들에 대해서는 “하나같이 똑똑한 사람들”이라면서 “내 동생 같이 소중한 사람들”이라고 챙겼다.
하지만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관료 사회에도 개인주의가 파고들고 경쟁도 심화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선의의 경쟁은 좋은데 조직 역량을 극대화하는 방향이었으면 더욱 좋을 것 같다”고 일침했다. 될 수 있으면 경쟁을 위한 경쟁을 지양했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요즘에는 경제 서적도 읽고 있다고 한다. 학창시절이나 사무관 초임시절에는 소설을 주로 읽었는데 이제 경제나 기술서적이 눈에 들어오는 것을 보니 직업을 숨길 수 없는 것 같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런치타임 경제학(스티븐 랜즈버그)’이라는 책이 있는데 한번 읽어보세요. 경제학 이슈를 생활사례를 들어 소개한 것인데 재밌네요.”
이 원장은 아들과 바둑도 두는 자상한 아버지이기도 하다. 그는 “가끔 너무 복잡한 일이 생기거나 하면 바둑을 두곤 한다”면서 “아들과 실력이 엇비슷해서 재미있기도 하다”고 부성애를 과시했다. 아마 3급 정도인데 최근 며칠 두지 못해 좀 실력이 줄었을지도 모른다고 엄살을 피웠다.
이 원장은 IITA의 운영방향에 대해서는 “잘 해야죠”라며 짧은 답으로 자신감을 내비쳤다. 아직은 보따리를 풀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 정책을 지원하는 기관답게 지원기능의 강화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현재 조직개편을 비롯해 기관의 역량 강화를 위해 고민을 하는 중”이라면서 “협력 파트너로써 정부 정책을 지원하고 대학 등 정부 부처외 기관이 필요로 하는 역할도 열심히 할 것”이라고 의지를 내비쳤다.
지난 78년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이 원장은 이래 줄곧 정보화 현장을 지켰다. 체신부 통신정책실 통신기획과장, 정보통신부 정책총괄과장, 전산관리소장, 정보기반심의관, 체신금융국장, 전파방송관리국장, 정보화기획실장 등 정책부서를 두루 거쳤다.
박승정기자@전자신문, sjpark@
<프로필>
△1977년 12월 행정고시(제21회) △1979년 6월 체신부 기획관리실 법무담당관실 △1989년 3월 전산망조정위원회 △1993년 7월 체신부 통신정책실 통신기획과장 △1994년 7월 정보통신부 정책총괄과장(부이사관) △1995년 12월 정보통신공무원교육원 교수부장 △1998년 3월 정보통신부 전산관리소장(이사관) △1999년 1월 정보통신부 정보화기획실 정보기반심의관 △2000년 1월 정보통신부 체신금융국장 △2000년 7월 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 경영기획실장 △2001년 9월 정보통신부 전파방송관리국장 △2003년 6월 여당 수석전문위원 △2005년 1월 정보통신부 정보화기획실장(관리관) △2006년 7월 제 5대 정보통신연구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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