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업계 복수대표제 실패로

 국내 소프트웨어(SW) 업체들이 전문경영인의 전문성을 살리고 오너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했던 복수대표제가 시행 1년도 안 돼 대부분 실패작으로 결론났다.

 포시에스 등 지난해 컴퓨팅 업계의 비상한 관심 속에 복수대표제를 도입했던 국내 SW업체들이 최근 단일대표체제로 전환, 복수대표제 시대의 막을 내렸다.

 ◇복수대표제 와해=포시에스는 이달 초 공동대표였던 신수덕 사장이 일신상의 이유를 들어 사임함에 따라 사실상 조종민 단일대표체제로 전환했다. 신 사장은 개인 사업을 하기 위해 공동대표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으며, 포시에스는 당분간 조 사장 단일체제로 회사를 운영한다.

 김수용 쉬프트정보통신 사장도 비슷한 시점에 그만뒀다. 김 사장은 해외 영업을 전담하는 대표이사로 영입됐으나, 회사 내 여건이 갖춰지지 않아 1년도 채 못 돼 중도하차했다.

 퓨쳐시스템은 지난 5월 대주주 변경에 따라 김광태·최해철 각자대표체제에서 김광태 단일대표체제로 바뀌게 됐다. 시장에 매물로 나온 퓨쳐시스템이 매각되면 김 사장도 회사를 떠날 예정이다.

 참신한 시도로 주목을 받았던 SW업체의 복수대표제가 사실상 실패작으로 결론나자, 업계에서는 “복수대표제의 취지는 바람직하나 아직 SW 시장 규모가 작아 실패로 끝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왜 안 되나=지난해 SW기업들이 이례적으로 잇달아 복수대표제를 도입하며 하나같이 “영업력 극대화와 해외 사업의 무게 비중을 두기 위해서”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복수대표제 도입 이후 대부분의 회사가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내지는 못했다.

 매출 100억원 미만 중소 SW업체들이 복수대표제로 운영되기에는 규모가 너무 작았으며, 사업 결정 과정에서도 복수대표 간 이견이 표출돼 갈등을 빚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결국 복수대표제는 이런저런 이유로 와해됐다.

 하지만 무엇보다 지분 구조나 사업 측면에서 복수대표제를 운영하기에는 국내 SW업체들이 안정적인 토대를 갖추지 못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조풍연 메타빌드 사장은 “복수대표제는 아직 규모가 작은 SW기업으로서는 오히려 신속성이 떨어진다”며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복수대표제는 득보다는 오히려 실이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각자대표제 유효=하지만 아직도 복수대표제를 도입하려는 SW업체가 적지 않다. 특히 각자대표제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공동대표제에 비해 각자대표제는 의사결정 과정이 빠르고 책임 소재가 분명하기 때문에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성장형 중소기업에서 자주 활용되는 각자대표제는 아직 유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무엇보다 SW기업들의 사업 다각화가 시도되고 있고, 기업 간 인수합병(M&A)도 차츰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각자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는 각자대표제의 장점이 부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빅슨네트웍스가 최근 비티엘글로벌을 인수하면서 변형적이긴 하지만 각자대표제를 도입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상직 유니보스 사장은 “사업 다각화를 하게 되면 각자 분야에 대한 책임과 권한의 분배를 통해 효율적인 경영활동을 하자는 요구가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각자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각자대표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병희기자@전자신문, sh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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