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경쟁에 몸살 앓는 로봇산업](하)씨앗 뿌리기는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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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 콘텐츠 시장은 우리가 잘 알고 있습니다. 교육이 로봇의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국민로봇의 개발 방향이나 사업화 방향에 우리의 의견을 반영하는 데는 큰 벽이 있었습니다. 정부와 업계가 오직 로봇 플랫폼(몸체)을 만들어내는 데 치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사업보다는 기술적 의미에 사업의 무게가 실려 있었습니다.”

 연말 시작되는 정보통신부의 국민로봇 사업에 콘텐츠 제공업체로 참여한 김인호 금성출판사 사장은 참여 경험을 이렇게 전했다. 로봇으로 새로운 교육 콘텐츠 시장을 발굴하겠다는 목표로 뛰어들었으나 현실은 사뭇 달랐다는 것이다.

 킬러 애플리케이션의 실마리를 쥐고 있는 콘텐츠 제공자가 목소리를 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시장보다 기술이 주도하는 정책 환경 탓이 크다.

 로봇을 성장동력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정부가 ‘연내 상용제품(국민로봇) 출시’라는 성급한 성과주의에 빠져들면서 이 같은 상황을 부채질했다. 이러다 보니 ‘로봇을 어떻게 산업화해야 하나’보다는 ‘로봇을 얼마나 잘 만들까’가 우선시됐다. 성급한 상용화 전략이 결과적으로는 다른 로봇 연구개발(R&D) 사업과 예산의 중복을 야기했다.

 개발된 로봇도 아직 시장과는 거리가 있다. 백화점식 기능을 갖춘 가정용 로봇을 상용화하겠다는 계획과 관련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대기업인 삼성전자는 시범사업에서 슬그머니 빠졌다. 성공 가능성이 적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시범사업에 이은 본사업 실행 단계를 코앞에 두고도 아직 킬러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뾰족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로봇 전문가인 신강근 미국 미시간대 교수는 국민로봇사업에 대해 “많은 기능을 넣을 필요가 없다. 반드시 필요하면서도 수요가 많은 단순한 기능이면 족하다”고 평가했다. 올 초 열린 국제 로봇워크숍에선 국민로봇에 대해 “바퀴 달린 컴퓨터와 다를 바 없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 개척에서도, 개발 면에서도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다. 이 같은 접근은 오히려 로봇 제조사들이 정책에만 의존하고 시장에 대한 예민한 전략을 세우지 못하도록 하기 때문에 산업화에 역행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먼저 정부의 중복 구도를 풀어줘야 한다. 지난해 12월 최종 보고한 ‘지능형 로봇산업 비전과 발전 전략’을 보면 △산업자원부는 다양한 용도별 로봇 제품을 개발해 킬러 애플리케이션을 발굴하고 △정보통신부는 IT와 융합한 네트워크 로봇 개발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영역을 구분했다고는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네트워크 로봇은 다양한 용도별 로봇 중 하나거나 대부분 로봇에 해당되는 내용이고 킬러 애플리케이션이나 비즈니스 모델은 결국 비슷한 얘기다.

 두 부처가 공히 로봇의 R&D부터 마케팅에 이르는 전 주기적 지원에 집중함에 따라 정책의 콤비플레이나 선택과 집중이 실종되고 불필요한 경쟁이 유발되는 현상을 없애야 한다. △기초기술 확보를 위한 R&D △기반 조성 △로봇 플랫폼 개발 △소프트웨어 개발 △비즈니스 모델 발굴을 위한 시범사업에 이르기까지 전 주기의 사업을 한곳에서 총괄하도록 하거나 중복되지 않도록 단계별로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

 마침 로봇산업에 중소기업의 자본이 관심을 보이고 있고, 청소 로봇이나 엔터테인먼트 로봇은 히트 상품 조짐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해외에선 성공 사례도 나오고 있다.

 로봇의 산업화를 위해선 로봇 정책의 초점을 가능성의 조짐을 보이는 산업과 시장으로 빨리 옮기고 성과내기식, 보여주기식 정책 경쟁을 종식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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