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계에 국산 온라인게임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스타크래프트(스타크)’나 ‘워크래프트3’ 등 외산게임이 주류를 이루던 e스포츠계에 ‘카트라이더’ ‘스페셜포스’ ‘서든어택’ 등 토종게임 리그가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 특히 최근 개발사나 퍼블리셔들이 자사의 게임에 대한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e스포츠 대회를 적극적으로 개최하면서 각종 온라인게임 기반의 e스포츠가 활성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e스포츠는 그동안 특정 종목에 치우쳐 기형적으로 발전해 온 것이 사실”이라며 “다양한 종목의 활성화는 이러한 한국 e스포츠의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마련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작년까지만해도 ‘e스포츠=스타크리그’란 공식이 성립됐다. ‘워3’ ‘카스’ 등 다른 종목들이 있었지만, 스타크리그의 비중이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올들어 상황이 바뀌고 있다. 국민게임으로 불리우는 국산 빅히트 온라인게임이 리그전이란 이름으로 e스포츠화를 추구하면서 가능성이 현실화하고 있다. 종목도 다양해져 전략시뮬레이션이 주종을 이루던 과거와 달리 레이싱, 스포츠, FPS, 캐주얼은 물론 MMORPG장르까지 e스포츠계를 노크하고 있는 상황이다.현재 흥행면에서 스타크리그에 가장 근접해 있는 것은 ‘카트리그’. 국민게임인 ‘카트라이더’를 기반으로한 카트리그는 차세대 e스포츠 종목으로 손색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1500만명이 넘는 유저층을 확보하고 있음은 물론 김대겸, 조현준과 같은 스타 플레이어들이 등장, 기업체들의 카트리그 후원 등 ‘스타크래프트’가
e스포츠 초창기에 빠르게 인기 종목으로 자리잡던 상황과 유사하다.
선수들과 함께하는 관전문화 또한 ‘카트라이더’가 e스포츠 종목으로 안착할 수 있는 요소로 꼽히고 있다. 한 방송관계자는 이와 관련 “ ‘스타크래프트’의 경우 선수들의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고 전략이라는 요소가 중요한 때문에 관전자들은 숨을 죽이고 경기를 지켜봐야 하지만 ‘카트라이더’의 경우 선수들 뿐 아니라 관중들도 게임에 함께 몰입해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월드컵의 열기를 이을 ‘피파온라인’과 농구게임 ‘프리스타일’도 성장 가능성이 큰 종목으로 점쳐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스포츠게임들은 그 기반이 오프라인 스포츠인 데다 많은 유저층을 확보한 소위 말하는 ‘대박’ 게임이라는 것”에서 그 이유를 찾고 있다. 특히 네오위즈가 서비스하고 있는 ‘피파온라인’은 무서운 성장세를 바탕으로 단숨에 e스포츠 종목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하지만 전문가들은 ‘스타크’의 바통을 이을 차세대 e스포츠 종목은 FPS 장르에서 나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FPS가 대세인 세계 e스포츠 추세와 맞물리는 것은 물론 현재 국내에서 가장 빠르게 부상하고 있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한국 e스포츠 협회의 FPS 황규찬 심판은 “FPS는 직접 현장을 찾아보면 그 열기를 더욱 뜨겁게 느낄 수 있다”며 “직접 현장을 찾아서 보는 것이 더 매력적이라는 스포츠 관전의 묘미가 그대로 살아있는 장르”라고 말했다.
국내 FPS 중 e스포츠로 가장 먼저 뿌리를 내린 것은 ‘스페셜포스’. ‘스페셜포스’는 지난 3월 본지가 프로게이머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포스트 ‘스타크’로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종목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스포리그’는 양 방송사를 통해 인기리에 진행 중이며 양 리그 모두 총상금 규모가 스타리그와 다를 바 없는 억대 단위의 규모로 성장했다.
‘서든어택’의 부상도 FPS의 성공 가능성에 한껏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서든어택’은 ‘카운터스트라이크’나 ‘스페셜포스’의 많은 프로게이머들의 유입을 눈앞에 둔 것으로 알려져 리그 시작과 함께 두터운 선수층을 구축 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 전문가는 “조작법, 시스템 등이 비슷한 ‘스페셜포스’나 ‘카운터스트라이크’ 선수들이 ‘서든어택’ 리그에 참가할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안다”며 “특히 ‘카운터스트라이크’와 매우 흡사해 스타급 선수 확보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 CJ인터넷에서 리그를 주최하며 준프로게이머 자격 부여, 게임단 운영 등을 계획하고 있어 FPS 종목 선수들의 유입이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이러한 종목 다양화는 앞으로 속도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먼저 개발사와 퍼블리셔들이 e스포츠 후원이 늘고 있는 것이 첫번째 이유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회 중 ‘스페셜포스’ ‘서든어택’ ‘피파온라인’ ‘프리스타일’ 등은 모두 개발사나 퍼블리셔가 후원을 하고 있다. 이는 개발사와 퍼블리
셔들이 마케팅 전략으로 e스포츠를 높게 평가한다는 방증이다.
또 대기업들이 속속 e스포츠 후원에 직·간접적으로 뛰어들고 있기 때문에 대회의 수적 확대 뿐 아니라 그 규모도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시작된 ‘퀸 오브 카트라이더 리그’가 K.SWISS의 적극적인 후원을 받으며 시작한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기존 기업팀이 다른 종목의 선수들을 영입하려는 움직임도 종목 다변화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현재 기업팀에 스타크 외 종목의 선수들 영입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인기 e스포츠 종목이 더 많이 나와야 그만큼 선수나 관중이 늘어나는 등 인프라가 튼실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스포츠 종목의 다양화는 e스포츠가 어엿한 스포츠로 자리매김하는데 중요한 밑거름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아직도 다양한 종목의 e스포츠가 뿌리를 내리기엔 해결해야 할 몇 가지 문제점들이 남아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먼저 방송 기술상에 문제가 있다. 다른 리그전이 방송 기술상 ‘스타리그’의 노하우를 따라가기에 아직 역부족이라는 것. 특히 차세대 ‘스타크’로 부상하고 있는 FPS의 경우 방송을 통해 시청하면 이해하기가 까다롭다는 문제점이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방송을 통해서 시청하다 보면 누가 플레이를 하는지 어느팀인지 분간하기 어렵다”며 “어떤 선수의 화면인지 바로 인지할 수 있는 방송에 적합한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기업의 참여가 많아지고는 있지만 대부분의 대회들이 개발사나 퍼블리셔가 후원하는 대회라는 것도 극복해야 할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개발사와 퍼블리셔의 대회 후원은 e스포츠 종목 다변화에 일조하는 것임에는 분명하지만 이러한 후원 시스템이 궁극적으로 스포츠로 발돋움하는 데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이다.
방송계의 관계자들은 “개발사들이나 퍼블리셔들이 지원하는 대회만 있었던 게임들은 대부분 e스포츠에서 그 자취를 감췄다”며 “진정한 ‘포스트 스타크’ 종목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후원을 받기 위한 적극적인 홍보 활동과 흥행에 대한 보다 진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명근기자 diony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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