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전선 불수 4만여 관중 열광…G세대 여름축제의 현장

광안리 해변가에 또 다시 e스포츠 광풍이 몰아쳤다. 29일 저녁 ‘스카이프로리그 2006’ 전기리그 결승전 행사가 열린 부산 광안리 해변은 e스포츠의 열기로 온통 뜨거웠다. 전통의 강호와 신흥 강호간 맞대결로 관심을 모은 이번 대회는 관록의 명가 SK텔레콤T1의 압승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로써 SK텔레콤T1은 4연속 우승이라는 전대미문의 대기록을 세웠다.



경기 시작 전 광안리 해변의 날씨는 맑았으나, 부산의 하늘이 끝내 심술을 피웠다. 경기 시작 직전 이슬비가 보슬보슬 내리더니 경기 시작과 함께 억수 같은 소나기로 변했다. 일부 관객들이 비를 피하기 위해 자리를 떠 곳곳에 빈 객석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약 4만명의 e스포츠 열혈팬들은 굵은 빗줄기 속에서도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꿋꿋이 자리를 지켜 e스포츠 대중화의 희망의 불꽃을 쏘아올렸다.

경기 시작 전 현장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였다. 경기를 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e스포츠팬 인파로 광안리 해변가는 발 디딜 틈 조차 없었다. 지난 6월을 달구었던 월드컵의 열기가 그대로 광안리에 전달된 것 같았다. 특히 올해는 결승전 분위기의 붐업 차원에서 28일 전야제가 열리는 등 다양하고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갑작스런 소나기 때문에 일부 관객들이 자리를 떠나 아쉬움을 남겼지만 첫 경기 이 후 빗줄기가 약해지며 광안리 저녁은 금새 e스포츠 열기로 물들여졌다. 4만여 팬들은 빗속에서도 자신들이 좋아하는 팀과 선수를 연호하며 밤늦게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 비록 양적인면에선 예년의 10만관중에 미치지 못했지만, 열악한 기상 환경속에서도 4만명이 운집함으로써 광안리는 3년연속 흥행대박을 터트리며 ‘한국 e스포츠의 성지’로 자리매김했음을 각인시켰다. 전문가들은 “광안리는 이제 많은 프로팀과 선수들은 물론 팬들에게도 가장 확실한 e스포츠 코드로 자리잡았다”고 강조했다.관객 입장이 시작된 오후 4시경부터 광안리의 열기는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예년과 달리 곳곳에 e스포츠 마케팅 특수를 노리기 위한 각종 이벤트가 진행돼 단지 e스포츠 뿐만 아니라 축제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부산 서동에서 현장을 찾았다는 박종철(27)군은 “지난 해 대회가 엄청났다는 말만 듣고 구경 삼아 현장을 찾았다”며 “결승전 경기뿐 아니라 다른 볼거리들도 많아 문화축제에 온 듯하다”고 들뜬 기분을 숨기지 않았다.

결승 축하 공연이 시작된 7시경부터 광안리는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속으로 빠져들었다. 경기시작 전 인기 개그맨이 무대에 올라 응원 열기를 한껏 끌어올리더니 이어진 초대가수 이한철의 ‘슈퍼스타’가 울려 퍼지며 현장을 폭발 일보직전까지 몰고 갔다. 현장 진행을 맡은 한국e스포츠협회의 한 관계자는 “어제 전야제에도 1000여명의 관중들이 찾아 공연을 보고 갔지만 오늘의 열기는 어제보다 몇 십배는 더 뜨거운 것 같다”고 설명했다.

광안리 해안가를 뜨겁게 달군 축하 공연이 끝나고 본 경기에 앞서 선수들이 입장하자 관중들의 응원 열기는 더욱 고조됐다. 마침내 전용준캐스터가 전기리그를 총 정리 하는 결승 경기가 시작됨을 알리자 객석에는 SK텔레콤T1과 MBC게임히어로를 상징하는 고유색의 응원도구가 맞부딪히는 소리로 요란했다.



그런데 경기 시작과 함께 광안리 하늘이 심술을 부렸다. 이슬비가 갑자기 소나기로 돌변한 것. 이내 현장은 자리를 떠나는 관객들로 아수라장이 됐다. 행사 관계자들이 발을 동동구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부 팬들이 빠져나간 앞쪽의 빈 관객석은 곧 열혈 팬들로 가득 채워졌으며 하늘도 뜨거운 열기에 감동했는지 점차 빗줄기가 잦아들기 시작했다.

이날 경기는 3시간 넘게 계속됐지만 응원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경기가 끝나고도 한참동안 그 열기를 이어갔다. SK텔레콤T1팬들은 승리를 자축하며 환호성을 질렀고 MBC게임히어로 팬들은 못내 아쉬운지 자리를 뜨지 못했다. MBC게임히어로 팬이라는 한 학생은 “응원하던 팀이 져 아쉽지만 즐거운 경험이었다”며 “이러한 e스포츠 축제가 좀 더 많이 열렸으면 한다”고 말했다.G세대들의 성지 광안리에는 올해도 많은 청소년들이 결승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서울에서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광안리를 찾았다는 김성은(21)씨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SK텔레콤 T1을 응원하기 위해 왔다”며 “지난해보다 행사가 더욱 다채로워져 더욱 즐겁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특히 지난 대회와 달리 많은 가족 관객들이 현장을 찾아 열띤 응원전을 펼치는 이채로운 풍경을 많이 찾아 볼 수 있었다. e스포츠가 젊은 세대들만의 축제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점차 가족이 함께 즐기는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큰 아들의 성화를 이기지 못하고 두 아이와 함께 현장을 찾았다는 박창완(40)씨는 “평소 게임하는 아이들을 이해하기 위해 애쓴다”며 “오늘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대회를 보기 위해 직접 가족들을 데리고 현장을 찾았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이날 현장 곳곳에는 중장년층 관객들이 자주 눈에띄어 이 행사가 남녀노소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여름축제로 성장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볼 일이 있어 광안리를 지나던 차에 현장의 열기가 너무 뜨거워 호기심에 입장했다는 성맹임(69)씨는 “젊은이들의 활기참을 느낄수 있어 기분이 너무 좋다”며 무대를 향해 연신 박수를 보냈다.그럼에도 이번 광안리에서 벌어진 ‘스카이 프로리그 2006’은 2%의 아쉬운 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열기는 지난해와 다를 바 없었지만 지난해에 비해 관중 수가 줄어든 것이다. 소나기가 내렸지만, 기습적인 것이었다는 점에서 예년의 절반 수준에 그친 것은 생각해볼 대목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행사 관계자들은 “계속된 장마와 함께 휴가철 피서객들이 줄어든 탓도 있지만 지난해와 달리 적극적인 홍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고 풀이했다.

지난 해 프로리그 결승 시작 전 부산 전 지역에서 대대적인 프로모션이 진행된 것에 비해 준비가 다소 부족했다는 얘기이다.

 

e스포츠계 한 전문가는 “사전에 현장은 물론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홍보를 강화하고 다양한 e스포츠 및 관련 프로그램을 마련했으면 올해도 10만에 가까운 관중이 운집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부산 광안리 프로리그 전기 결승전은 이제 한국 e스포츠의 여름 축제의 상징으로 완전히 자리를 굳혔다는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전국을 강타한 장마전선과 경기부진 등의 여파로 피서인파가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든 가운데서도 2004년부터 3년 연속 흥행 신화를 쓰며 e스포츠의 대중화에 가능성을 다시한번 보여준 것이다.

<김명근기자 diony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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