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경기도 성남에 있는 코맥스 빌딩 회장실. 컴퓨터 앞에서 ‘SERI CEO’를 경청하며 열심히 메모중인 변봉덕 회장을 만날 수 있었다.
올해로 68세인 변 회장이지만 학구열이나 체력·열정, 어느 모로 보건 젊은이에 뒤지지 않는다. 출근시간만 해도 그렇다. 변 회장은 7시면 출근해 7시 30분 임원회의를 소집한다. 남들은 1년도 어렵다는 경영을 30년 넘게 하면서 굴곡 없이 꾸준히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을까.
변 회장이 코맥스를 설립한 것은 38년 전. 10년이면 강산이 바뀐다는 말이 있듯, 변 회장도 10년마다 변환기를 맞아야 했다.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이 있던 1980년을 전후해 시장은 공급자 위주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10년 후 민주화 운동과 함께 노사분규가 일면서 중국으로의 엑소더스가 시작됐죠. 1997년에는 IMF로 최대 위기를 맞았습니다.”
코맥스 역시 석유파동을 계기로 위기관리에 대비하는 한편, 중국에 현지 공장을 세워 글로벌 기업의 기반을 다졌다. 덕분에 코맥스 매출구조는 해외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으로, 여타 기업에 비해 국내 건설경기에 덜 민감한 편이다. 매 순간 변화의 물결을 감지하고 순발력 있게 대응한 것이 생존비결이었던 셈이다.
“최근 들어서는 변화 주기가 빨라지고 강도도 더욱 세지고 있어요. WTO 이후 관세장벽이 무너지고 자금이동이 원활해지면서 강자와 약자의 간격이 크게 벌어질 수 있습니다. 그만큼 혼란과 변화의 시기지요. 이 시기를 잘 헤치고 나가야 강자가 될 수 있습니다.”
코맥스가 몸담고 있는 홈네트워크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코맥스는 인터폰에서 시작해 비디오 도어폰·홈오토메이션·홈네트워크로 사업 구조를 전환해 왔습니다. 고객 요구를 분석해서 좋은 제품을 만든 덕분에 국내 1000만가구 이상이 코맥스 제품을 사용하고 있지요. 하지만 최근에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무한경쟁’ 시장입니다.”
실제 IBM·HP·시스코·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 쟁쟁한 IT 기업이 홈네트워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다. 변 회장은 “‘무슨 사업을 하십니까’ 하고 물으면, 열의 아홉은 홈네트워크라고 답할 정도”라며, “지금은 언제 뒤통수를 맞을지 모른다”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앞으로 싸움의 관건은 누가 더 앞선 기술로 시장을 선점하는지가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협력 가능한 회사를 찾고 브랜드 파워를 키우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변 회장은 지금도 ‘변신’을 꿈꾸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콘텐츠 비즈니스팀과 신사업팀을 새롭게 구성했고 홈서비스로봇도 준비했다. 기존의 단말기 사업에서 한 단계 나아가 서비스와 콘텐츠가 결합된 홈네트워크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다.
“코맥스가 지난 38년을 버텼듯, 앞으로도 코맥스의 도전은 계속될 것입니다.”
정은아기자@전자신문, ea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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