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방융합, 새로운 10년을 준비한다]제6부:세계는 이미 빠르게 변하고 있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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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법과 방송법을 분리 운영하는 프랑스는 한국과 상당부분 흡사하다는 점에서 융합시대를 대비한 사례로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한 모델이 파리 개선문 인근에서 이벤트를 통해 휴대폰을 알리고 있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프랑스의 통신과 방송 정책·규제 기관 현황

(4)프랑스

 프랑스는 통신방송 규제와 관련 우리나라와 유사점이 많다. 통신법과 방송법을 별도로 운영 중이며 정책을 담당하는 행정기관 및 규제기관도 분리돼 있다. 융합 시대에 대비한 규제 정비에 대한 유사한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유럽시장 내에서 통신 및 방송 사업자들이 동일한 규제 속에서 경쟁해야 한다는 유럽의회의 지침을 수용한 프랑스는 규제 철학 면에서는 한국 보다 앞선다. 지난 2004년 융합에 대비해 전자커뮤니케이션법을 제정하면서 네트워크와 콘텐츠 규제를 분리했고 특히 통신분야의 규제를 대폭 완화시켰다. 이미 법과 규제기관을 통합한 영국이 두 걸음 앞섰다면 프랑스는 우리 보다 한걸음 앞선 상황이다. 이번 회에서는 프랑스의 사례를 통해 융합시대 규제정책의 과제를 짚어본다.

◇융합 위한 법령 정비=프랑스는 독임제 행정기관인 경제재정산업부(MINEFI)와 문화통신부(MCC)가 각각 통신 및 방송 분야의 법령입안 및 정책을 담당한다. 규제기관도 위원회 행정기관인 전자통신우정청(ARCEP)와 시청각최고평의회(CSA) 두 기관으로 나눠져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 유사하다. 문화의 보호와 진흥을 강조하는 프랑스의 문화적 특징이 통신 방송 분야의 법령 및 규제기관에도 그대로 뭍어난다는 평가다. 일반 규제 기관인 경쟁위원회(Communication Council)가 사업자들의 인수 및 합병 및 소비자 보호를 담당하는 것도 우리와 비슷하다.

그러나 프랑스는 네트워크의 중립성이 강조되고 경쟁이 일반화된 추세에 맞춰 융합서비스 법령을 이미 정비했다. 전자통신에 관한 유럽의회(EC)의 6가지 지침을 수용해 2004년 6월 제정한 전자커뮤니케이션법(Electronic Communication Law)은 프랑스의 융합 전략을 대표한다. 통신과 영상의 근접을 고려해 통신망과 전송망 전반을 아우르는 법의 테두리를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동기에서 출발했다.

◇네트워크·콘텐츠 분리 규제=전자커뮤니케이션법은 통합·융합과 관련된 ‘통신 팩’ 현상파악을 위해 2002년 2월 CSA와 ARCEP가 첫 회합을 가진 후 방대한 설문조사와 각 분야의 공청회를 통해 탄생했다. 법안 작성은 미디어 분야 정책 연구를 담당하는 총리실 산하기구인 DDM과 경제재정산업부 소속의 DGE가 주축을 맡았다.

전자커뮤니케이션법의 가장 큰 특징은 네트워크와 콘텐츠에 대해 별도의 규제를 도입했다는 점이다. 모든 전자통신망에 대해 일관성 있는 규제가 바람직하다는 EC의 규제원칙을 수용한 것. 전자통신법은 통신망과 시청각통신 전송망 전체를 아우리는 ‘전자통신망’ 개념을 도입했다. 전자통신망이란 유무선 통신망, 케이블망, 지상파방송망과 위성방송망 등 모든 종류의 네트워크를 지칭한다. 망에 대해서는 통신 관련규제를 일반적으로 적용하고 방송 콘텐츠 규제는 분리하기 위한 전략이다.

통신산업의 규제 완화를 통해 자유 경쟁을 활성화시키는 것도 주된 목표다. 모든 종류의 전자통신사업자에 적용되던 법적 조항의 완화·폐지 등을 통해 시장 경쟁의 활성화 도모하고 있다.

◇법과 규제기구는 여전히 분리 운영=프랑스는 네트워크에 대한 규제와 콘텐츠 규제는 목적과 원리가 다르므로 통신과 방송 규제기관을 통합시키는 않았다. 방송 콘텐츠의 규제 측면에서는 문화나 정치적 요인을 많이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별도의 기관에서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다. 방송을 공공영역으로 규정, 자국 문화 진흥 및 보호를 꾀하는 한편, 통신은 산업영역으로 규정해 통신의 자유 및 자유경쟁 원칙을 도입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같은 규제기관 분리 정책도 최근 많은 도전에 직면했다. 전자커뮤니케이션법을 제정해 융합서비스에 대응하고 있지만 새로 등장하는 신규 서비스를 어떤 규제기관이 담당해야 할 지에 대한 혼란도 여전히 남아있다. 통신법과 방송법이 여전히 별도로 존재하고 규제기관도 복수이기 때문이다. 영국 등 이미 법과 규제기관을 통합한 국가에 비해 규제가 까다롭다는 점에서 자국 업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역효과가 발생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프랑스의 IPTV 사업자인 프리텔레콤이 콘텐 제공 거부를 이유로 국영방송인 TFI을 경쟁위원회에 제소한 것도 이같은 부작용이 초래됐다는 지적이다.

 이와관련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규제기관 통합과 법 단일화를 주장,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내각 및 관련업계의 반대로 법령 및 규제기구 통합 논의는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 프랑스 내부에서는 내년 이후 벌어진 대선 판도의 결과에 따라 통신·방송 융합 제도 정비가 다시 공론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파리(프랑스)=김태훈기자@전자신문, taehun@

◆프랑스의 통신·방송 규제기관

프랑스의 규제기관은 통신 분야를 주로 담당하는 전자통신우정청(ARCEP)과 방송 규제기구인 시청각최고평의회(CSA), 일반 규제기관인 경쟁위원회(Communication Council) 등으로 구분된다.

ARCEP은 지난 96년 제정된 통신법에 의해 독립행정기관으로 설치된 통신규제청(ART)에서 출발했다. 지난해 5월부터 우편 분야의 법률이 기존 통신법으로 통합되면서 ARCEP로 이름 및 기능이 변경됐다. 케이블네트워크를 포함하는 전자통신망과 통신 서비스 전반에 대한 경제적 규제권을 보유한다. 규제 실효성을 위해 현장조사와 금지명령 등 제재 권한, 가격조정 권한까지 갖고 있다.

2004년 전자통신법이 제정되면서 모든 케이블망의 규제가 ARCEP로 이관, 지상파 방송을 제외한 전자통신망과 서비스에 관련된 경제적 규제까지 담당하고 있다.

CSA는 방송에 대한 독립 규제기구로서 지상파, 케이블, 위성, 초고속인터넷(ASDL) 등 인터넷을 사용하는 모든 TV와 라디오 서비스에 대한 규제권을 보유한다. 서비스 분배자와 서비스 편성자 간에 분쟁 발생시 조정권한 등 경제적 규제권도 갖는다. 전송수단에 상관없이 텔레비전과 라디오서비스의 규제를 담당한다. 융합 서비스의 대표적 사례인 IPTV의 경우, CSA의 권한영역에 속해 해당 사업자는 케이블과 위성방송과 같은 의무를 가진다. CSA은 방송면허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모든 종류의 라디오 및 텔레비전 콘텐츠를 규제 대상으로 삼는다.

CSA의 주파수 할당을 받지 않는 이동통신을 이용한 방송 서비스 또는 비지상파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방송서비스의 경우, 면허 대상에서 제외한다. 3세대(G) 및 4세대 네트워크 및 서비스들도 ARCEP이 규제 체계를 중심을 구축하는 형태다.

◆인터뷰-조엘 보이신-라텔 국제협력국장

-기존법과 전자커뮤니케이션법안을 구분하면

▲98년 유럽통신시장 자유화 조치 이후 많은 변화가 발생했다. 프랑스도 2002년 나온 EC의 6가지 지침을 수용, 전자커뮤니케이션법을 제정했다. 규제 체계를 네트워크와 콘텐츠로 나누고 각각 별도의 규정을 적용하는 형태다. 지금도 △경쟁 △유럽국가 간 통합 및 조화 △멀티미디어서비스 등 3가지 메인 테마를 주제로 시장을 분석 중이다.

-ARCEP, CSA, 경쟁위원회 등 각 규제기관을 역할은 어떻게 다른가

▲전자커뮤니케이션법 제정 이후 CSA는 TV 및 라디오 서비스 등 콘텐츠 규제를 중심으로 ARCEP은 네트워크 및 차세대 서비스 중심으로 규제를 담당하고 있다. TV 서비스인 IPTV는 CSA가 담당하고 3G 등 차세대 서비스는 ARCEP이 주관한다. ARCEP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도매 시장의 사전규제를 담당한다면 일반 규제기관인 경쟁위원회(CC)는 소매 분야의 사전 규제를 담당하는 것이 특징이다. 소비자는 양쪽 모두에 민원을 제기할 수 있다. ARCEP, CSA, CC 기관별로 2명씩 참가하는 정기 월례모임을 갖고 공통 관심사항에 대해 논의하고 조율한다.

-차세대 서비스에 대한 규제공백은 없는가

▲전자커뮤니케이션법 제정 이후 IPTV, 3G 서비스 등에 대한 역할을 재정립해 커다란 공백은 없다. 또 각 규제기관 간 자율적인 조율을 통해 시장에 탄력적으로 대응 중이다. 오는 2011년 디지털 전환 후 아날로그 TV 주파수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디지털전략위원회라는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검토 중이다. 또 대통령 제안으로 법 및 규제기관 통합 논의도 제기된 바 있다.

-ARCEP의 구성은

▲ARCEP은 정부 예산으로 운영하는 위원회 행정기관이다. 대통령이 위원장 1인과 위원 2인, 상하원의장이 각각 2명의 위원을 임명한다. 직원은 파견된 공무원 50%, 계약직 민간인 50%로 구성된다. ARCEP의 예산은 경제재정산업부 통해 검토후 대통령 및 의회의 승인을 받는다. 경제재정산업부 장관이 대통령, 총리, 의회에 ARCEP에 대한 연례보고서를 제출 책임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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