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산업 현장엔 여름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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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닉스반도체 이천사업장 M10라인. 최첨단 제품인 80나노 512Mb DDR2(프로젝트명 노바) 양산에 참여하고 있는 전용주 제품개발본부 메인메모리제품4팀 수석(44)은 오늘도 밤낮이 없다. 폭염과 태풍이 번갈아 괴롭히지만 여름 휴가 계획도 없다. 휴가는 겨울에나 짧게 쓸까 한다. 어차피 연중휴가 개념이라 관계는 없다. 가족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중요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지금 빠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첨단 산업현장은 폭염·폭풍우에도 쉼 없이 돌아간다. 올해도 잘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굴러간다. 특히 잠시라도 가동을 멈출 수 없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현장은 1년 365일이 한결같은 것이 너무나 당연해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세계 LCD 업계를 주도하는 현장인 삼성전자 탕정 LCD라인, LG필립스LCD 파주 LCD라인은 올해도 24시간 365일 가동된다.

 특히 8세대 조기 구축을 위해 땀 흘리고 있는 삼성전자 8세대프로젝트팀은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을 안고 어느 해보다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이승호 삼성전자 LCD총괄 부장은 “LCD라인은 평소와 전혀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라고 말했다.

 신규 팹 투자를 잇달아 발표한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도 기존 라인의 연중 무휴 가동은 기본이고 새 팹 건설을 위한 준비로 여름을 잊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 우시공장의 한국인 엔지니어 수백명 도 습도 때문에 45도를 오르내리는 체감온도에도 200㎜ 라인 양산과 300㎜ 세트업 막바지에 혼신의 힘을 다하면서 여름 휴가는 안중에도 없다.

 삼성SDI PDP사업부는 LCD·반도체와는 다른 특성상 라인 가동을 일시적으로 멈출 수 있지만 하반기 수요 증가가 예상됨에 따라 올해도 연중 무휴로 라인을 가동하기로 했다.

 재고 개념이 없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업체도 납기 준수를 위해 여름이라고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품목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이번 여름에는 특히 반도체 장비 업계 종사자의 이마에 더 많은 땀방울이 맺히고 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투자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반도체 장비 업체는 납기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 핵심기술이 필요 없는 부분은 아웃소싱도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영곤 주성엔지니어링 부사장은 “반도체 원자층증착장비(ALD)를 중심으로 주문이 몰리면서 직원들이 휴가를 가을, 겨울로 미루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휴대폰 업계도 일부 공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여름 폭염과 싸우며 쉼 없이 라인을 돌린다. 삼성전자 구미공장, 팬택계열 김포공장 등은 직원들에게 여름 휴가를 보장하면서 교대 근무제로 단말기 생산을 지속할 예정이다. 상반기 세계 시장에서 고전한 상황을 반영하듯, 다가오는 계절적 성수기에 대비해 일부 라인 운용 방침이 정해졌다.

 LG전자는 해외영업·마케팅 등 관련 부서가 순환 근무제를 통해 해외 GSM 오픈마켓 공략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은 이달 27일부터 8월 2일까지 공식 하계 휴가를 실시한다. 하지만 애니콜 신화의 요람인 구미 삼성 휴대폰 공장 라인은 이 기간 동안 쉬지 않고 돌아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휴가 기간에는 2교대 근무제를 도입해 라인이 정상 가동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수출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영업·마케팅 인력은 순환 근무제로 휴식을 취하게 된다.

 팬택계열은 8월 2일부터 4일까지 사흘 동안 공식 휴가를 실시한다. 이 기간 직원 대부분이 재충전 시간을 보내지만, 김포 휴대폰 공장 가동을 위한 필수 인력은 라인에 남는다. 팬택계열은 희망 직원에게 전국 콘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할 방침이다. LG전자 평택 휴대폰 공장은 다음달 1일부터 4일까지 가동이 일시 중단된다.

 심규호기자·김원석기자@전자신문, khsim·stone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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