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복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이 작년 7월 취임 후 이뤄낸 가장 큰 성과 가운데 하나는 민간 대기업의 출연을 유도한 것이다. 신보는 지난해 12월 SK텔레콤으로부터 20억원을 출연받아 12.5배인 250억원을 SK텔레콤 협력사에 공급하면서 기관 설립 30년 만에 민간으로부터 처음 출연을 유도하고 대기업의 협력사 지원을 통한 대·중소기업 상생을 유도하는 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신보는 이를 바탕으로 SK텔레콤 외에 다른 대기업의 출연도 유도하겠다고 밝혀 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신용보증기금은 13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을 위한 두 번째 대기업(현대오일뱅크) 출연’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기자는 당연히 이전 SK텔레콤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현대오일뱅크가 신보에 출연하고 이 자금이 신보와 금융기관을 거쳐 출연금의 12.5배 안팎을 현대오일뱅크 협력사에 지원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번 내용은 이전 사례와는 전혀 달랐다. 현대오일뱅크의 협력사가 신보의 전자상거래시스템을 이용하면 건당 1000원을 ‘수수료’ 개념으로 내는 것이 전부였다. SK텔레콤의 경우 출연금이 SK텔레콤의 협력사 보증에 활용된 반면에 이번에 들어오는 출연금 1000원은 기금의 재산으로 활용되는 것이다. 신보의 담당자도 “대기업으로부터 출연을 받지만 SK텔레콤의 사례와는 다르다”고 말한다.
신보는 이에 앞서 올 초 재정경제부를 통해 혁신형 중소기업 지원용 보증연계 투자규모를 지난해 65억원에서 올해 100억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지난해 500억원을 집행할 계획이었으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올 계획을 지난해의 5분의 1 정도로 축소한 것이었다.
기관의 홍보는 매우 중요하다. 특히 신보는 정부의 출연 및 보증규모 축소 움직임으로 자생력을 확보하는 것이 절실하다. 신보로서는 이번 현대오일뱅크의 출연금이 기관 재원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협력사 지원에만 활용해야 하는 SK텔레콤의 출연금보다 고마울 수밖에 없다.
이번 출연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를 SK텔레콤의 사례와 견주며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2탄 형식으로 홍보하려는 것은 좀 억지스러운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경제과학부·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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