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인텔의 차세대 저전력 프로세서 ‘콘로(데스크톱PC)’와 ‘메롬(노트북PC)’ 출시를 앞두고 하드웨어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차세대 플랫폼이 침체에 빠진 PC 수요를 견인한다는 긍정론과 신제품을 앞둔 대기 수요와 성숙 단계로 접어든 듀얼코어 제품의 재고 부담으로 오히려 시장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일부에선 인텔이 AMD를 견제하기 위해 프로세서 출시 일정을 지나치게 빠르게 가져가면서 ‘자충수’를 두었다는 견해까지 나오고 있다.
◇새 프로세서 출시 임박=인텔은 콘로와 메롬 프로세서를 오는 27일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미 주요 OEM업체에 프로세서 공급을 끝마쳐 이를 탑재한 데스크톱PC·노트북PC도 같은 시기에 구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0년 이후 업그레이드 수요를 일으킬 만한 대형 호재가 없었던 업계에선 플랫폼과 인터페이스가 모두 변경되는 이 프로세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데스크톱PC용 ‘콘로’와 모바일 제품 ‘메롬’은 기존 넷버스트 아키텍처 기반 CPU가 전력 소모량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 성능은 높이고 전력 소비는 40%가량 감소시킨 것이 특징이다. 저전력 제품인 만큼 주기판·파워 서플라이 등 호환 제품이 필수여서 대규모 업그레이드 수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노트북PC와 데스크톱PC도 이전 제품보다 성능이 높아져 다양한 멀티미디어 애플리케이션을 무리 없이 돌릴 수 있어 인텔 측은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이국연 인텔코리아 이사는 “CPU 속도가 제품 선택 요소가 되지 못한 상황에서 전력 소모를 개선한 콘로·메롬이 시장의 주류로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 수요·재고 부담 현실화=일부에서는 차세대 제품 출시로 당장 기존 재고가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콘로 프로세서 가격이 주력 제품인 ‘펜티엄D 9시리즈’와 별반 차이가 없을 것으로 알려져 당장 재고 부담이 ‘발등의 불’로 떨어진 상태다. 물론 프로세서 유통업체는 인텔이 이를 보전해 줄 것으로 보이지만 관련 주변기기 업체는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하드웨어 업체가 느끼는 부담감은 더욱 절실하다. 브랜드 업체까지 포함해 올 초 출시한 새 플랫폼인 ‘듀얼코어’ 제품의 가격을 공격적으로 내리는 데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측은 “콘로 출시로 신제품 출시 3개월 만에 제품을 교체해야 할 처지”라며 “조립 업체는 일부 부품만 교체하면 되지만 라인업 변경이 쉽지 않은 완제품 업체에선 상당히 심각한 상태”라고 말했다.
주변기기 업체도 ‘재고’로 고심하고 있다. 주기판 업계는 콘로가 ‘전원 회로(VRM) 버전 11’이 적용된 제품만 호환이 가능해 915 칩세트 제품 등 기존 주력 제품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신제품 기대감에 따른 대기 수요로 매수세마저 사라졌다.
◇배경과 전망=인텔의 발빠른 행보는 AMD를 견제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지난해 AMD가 국내 조립 PC시장 50% 이상을 장악하는 등 약진을 거듭하자 가격 인하와 함께 신제품 라인업을 신속하게 변경해 대응할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인텔은 이를 입증하듯 지난해부터 펜티엄D CPU와 함께 v프로 플랫폼·바이브 등 신제품을 2∼3개월 간격으로 쏟아내고 있다. 이와 함께 콘로 출시가 인텔과 AMD의 듀얼코어 시장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마지막 전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선전 포고는 시작됐다. 인텔의 콘로 출시 시점에 맞춰 AMD도 듀얼코어 가격을 대폭 인하하면서 맞불을 놓을 것으로 전해졌다. 출시가 임박하면서 보이지 않는 물밑 경쟁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강병준·한정훈 기자@전자신문, bjkang·exis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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