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가 지난 20년간 급성장한 배경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전환 △중국·동구권 등 신시장 부상 등 기회요인을 적극 활용하고, △선진국 견제 확대 △후발개도국의 강력한 추적 등 위험요인을 극복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5일 삼성경제연구소가 설립 20주년을 기념해 발표한 ‘한국산업 20년 발자취’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이들 기회와 위험요인에 적극 대처한 결과 우리나라 산업이 IT 중심의 첨단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변신해 압축성장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또한 앞으로 고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IT 등 강점을 지렛대로 활용하는 한편 규제개혁 및 개방을 통한 경쟁촉진 정책을 펼칠 것을 제안했다.
◇IT의 위력=1970년대부터 산업별 국내총생산(GDP) 성장기여도를 보면 IT산업이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얼마나 현격한 공을 세웠는지를 알 수 있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섬유·자동차·철강 등 우리나라를 이끌던 주력산업의 성장기여도는 높아봐야 3.4% 정도였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본격적인 성장기를 맞은 90년대 후반(96∼2000년)에 반도체·전자부품의 성장기여도는 14.4%까지 높아졌으며, 2000년대 전반(2001∼2005년)에는 반도체·전자부품(19.4%)과 영상·음향·통신기기 등 통신산업의 성장기여도가 12.0%에 이르는 등 IT 쌍두마차가 한국산업의 고부가가치화로의 변신을 주도했다. 이 기간 자동차의 성장기여도는 3.6%와 4.4%에 불과했다.
◇과감한 도전의 결과=한국의 성장 배경에는 디지털시대로 전환과정에서의 기술도약 기회를 적기에 포착하고 신흥시장에 과감하게 접근한 결과다. 삼성·LG전자를 중심으로 LCD·휴대폰·광디스크드라이브 등 디지털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위험감수(Risk-taking)가 선진국의 경쟁기업을 추월할 수 있었다. 특히 정부가 정보화사업을 주도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IT인프라를 구축한 것도 IT산업 성장의 기반이 됐다. 신시장 개척 역시 냉전체제 붕괴로 인해 늘어난 기회를 활용해 얻었다. 무엇보다 신시장에서 고급제품을 투입해 점유율을 확대한 것이 확고한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기여했다. 선진국의 견제 그리고 후발국의 도전도 우리나라가 기술개발에 매진하는 결과로 이어지며 경제 성장에 ‘좋은 약’이 됐다.
◇캐치업(Catch-up)은 한계, 새로운 동력 필요=우리나라는 고성장을 선진제품과 기술의 모방을 통해 선진국을 추월해 얻었다. 그러나 FTA 등 개방경제체제 확대, 급격한 원화절상, 원천기술에 대한 외국기업의 특허공세 등의 위협이 가중되고 있어 현재의 전략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결국, 새로운 추진력이 필요하다. 이는 △신성장분야 발굴 △강점을 지렛대로 활용 △부품소재·원천기술 등 기초체력 강화 △규제개혁 및 개방을 통한 촉진정책 추진 등을 통해 가능하다.
특히 경쟁력이 뛰어난 IT산업을 지렛대로 활용, 타 분야 혁신에 활용하는 IT확산 전략을 적극 채택해야 한다. 가전산업의 뛰어난 기술력이 휴대폰기술로 진화하고 휴대폰 기술은 다시 디지털 가전기술 발전에 기여했듯이 산업 전반에 IT기술을 적용해 생산성을 제고가 필요하다.
윤종언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지난 20년은 기회를 살리고 위협을 회피하지 않고 도전한 결과”라며 “향후 10년은 컨버전스 시대인 것을 감안해 IT가 확산될 수 있도록 기업은 투자를 확대하고 정부는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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