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10년께면 우리나라도 아날로그시대가 저물고 명실상부한 디지털방송 시대로 접어들 전망이다.
정부가 오는 2010년 아날로그 방송을 종료하겠다는 계획인데다 1600만 가입자를 거느리고 있는 케이블TV(SO) 사업자도 2010년 디지털방송으로의 완전 전환을 최근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들 케이블TV 사업자의 이런 선언은 자구 성격이 강하기는 하지만 국내 방송산업의 혁명적인 변화를 예고한다는 점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 말 국내 디지털 전환 가입자는 4만9000여 가구에 불과했다. 당초 목표로 한 33만 가구의 13.6%에 해당하는 수치다. 지난 4월 말까지도 10만3000 가구에 그쳤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누적가입자 목표치인 116만 가구 달성은 말 그대로 요원하다. 정보통신부가 집계한 디지털TV 수상기 보급률도 25%에 불과해 아날로그 방송 종료 시점인 2010년께에도 디지털TV 수상기 보급률이 52%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이 물꼬를 텄다. 막대한 투자비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2010년을 못박아 디지털 완전 전환을 최근 선언한 것이다. 방송 독점을 꾸준히 지향해온 지상파TV가 멀티모드서비스(MMS)에 나서고 통신사업자들이 IPTV 서비스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상황을 간과할 수 없다는 의지기도 하다. 그런데도 계획대로라면 미국이 오는 2009년 디지털전환을 완료하겠다는 목표치와 대비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는 평가다.
오광성 SO협의회장은 “고선명(HD) 방송을 위한 기반 시설인 플랫폼의 HD화를 SO가 먼저 구축하면 복수방송채널사용사업자(MPP)부터 HD 프로그램으로의 전환이 시작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개발 PP의 송출설비의 HD화도 지원키로 했다. HD 디지털 조기 전환을 위해서는 HD 채널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7억원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개별 PP의 송출설비 디지털 전환 지원을 위해 기금을 마련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공동 HD 송출센터를 구축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다수의 PP가 공동으로 송출설비를 구축할 경우 개별 구축시보다 비용이 낮아진다는 판단에서다.
‘빅4’로 분류되는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들도 적극 나서고 있다. 티브로드·씨앤앰커뮤니케이션·CJ케이블넷·HCN의 이른바 4대 MSO는 이번 결정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SO들이 공동으로 힘을 뭉쳐본 경험이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공동보조는 이례적이면서도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들 4대 MSO는 케이블TV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이에 따라 가전·장비업체의 특수가 도래할 전망이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80%에 육박하는 1400만 가구가 앞으로 5년 내 디지털방송 수신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장 가전업체들이 희색이 만면해졌다. 오는 2010년 1600만 가구에 달하는 케이블 가입자에게 공급할 디지털TV 수상기의 판매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디지털셋톱박스의 수요도 당장 치솟을 것으로 예상돼 내수시장 확대의 새 전기를 맞았다.
케이블TV협회는 2010년까지 디지털TV 수상기 830만대, 12조4650억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디지털셋톱박스도 1600만대, 3조516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콘텐츠 산업도 PP에 지급되는 수신료를 기준으로 할 때 2010년까지 3조4300억원의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그렇지만 디지털 완전 전환이 말처럼 쉬운 상황은 아니다. 막대한 투자가 뒤따라야 하고 콘텐츠 등 이를 뒷받침할 시장환경이 조성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사업자들은 정부의 효율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방송발전기금의 지원도 필요하고 조세감면 등 세제 혜택도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예컨대 지상파TV의 경우 디지털 전환을 위해 수입하는 장비에 대해서는 수입관세를 감면해 주는 데 비해 케이블TV 사업자들은 세제 혜택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셋톱박스에 케이블카드를 의무적으로 장착해야 한다는 의무규정도 유예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대당 5만원가량의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하는데다 발열 및 고장으로 유지보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채널 상품 수를 3개 이내로 축소하는 등의 이용약관 규제 완화와 공익채널 관련 규정의 완화 필요성도 제기하고 있다.
오광성 SO협회장은 “정부는 말로만 디지털 전환을 외칠 게 아니라 아날로그 수상기 보급 가구에 저가형 셋톱박스를 보급하는 계획을 포함한 더욱 구체적인 디지털 전환 정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면서 “SO협의회의 최근 선언이 공수표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업계 공동의 강력한 추진력과 정부 지원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승정기자@전자신문, sj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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