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통신 세대교체` 의미 살리려면

 통신 서비스의 세대교체가 시작됐다. 오늘 KT와 SK텔레콤이 휴대인터넷인 ‘와이브로’ 상용서비스에 들어갔다. 시속 60㎞로 이동하면서 초당 최대 20Mb에 해당하는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무선인터넷으로는 세계 첫 상용화다. 아쉽게도 서울 도심 등 일부 지역에 한해 서비스가 이뤄지만 머지않아 전국적인 네트워크가 구축될 것이다.

 이에 앞서 3.5세대 이동통신서비스인 ‘HSDPA’도 본격적인 상용서비스에 돌입했다. SK텔레콤이 지난달 전국 25개 주요 도시에서 개통한 데 이어 KTF도 오늘 전국 50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시속 250㎞로 달리는 고속열차에서도 최대 14.4Mbps의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받을 수 있는 HSDPA 상용화 역시 우리나라가 세계 처음이다. 10년 전 우리가 세계 처음으로 CDMA 이동통신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가장 획기적인 변화다.

  와이브로와 HSDPA 상용화는 사회적·경제적 파급효과가 막대하리라 기대된다. 언제, 어디서나 음성에서 동영상에 이르기까지 거의 제약없이 모든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사회 실현이 바짝 앞당겨질 것이다. 세계 속의 통신 강국, 통신기술 선도국의 위상도 이어갈수 있게 됐다.

 하반기에만 4조5000억원이 투입될 세대교체용 설비투자로 후방산업이 부흥의 기회를 맞게 될 전망이다. 대용량·초고속에 걸맞은 새로운 콘텐츠 상품이 봇물터지듯 선보일 것은 물론이다. 시장 포화로 성장에 제동이 걸린 수많은 장비 및 콘텐츠업체들에는 신천지가 열리는 셈이다.

 하지만 10년 만의 통신 대변혁을 맞이하면서도 희망에만 들떠 있기에는 걱정스러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앞서가는 우리의 통신 기술과 서비스에 비해 제도와 환경, 각 주체의 인식은 구시대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통신과 방송 구분 없이 서비스는 빠르게 달려나가고 있는데 통신·방송 융합 환경과 제도는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통신 품질에 걸맞은 수요자 요구를 충족시킬 콘텐츠와 서비스의 출현을 가로막고 있는 실정이다. 벌써 콘텐츠의 빈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대로라면 새로운 통신서비스가 기대만큼 활성화될지 심히 걱정스럽다.

 콘텐츠와 장비 등 전후방산업계의 실상도 우려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은 아직 대부분 통신사업자들의 손짓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해바라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기술력이 모자라서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이해할 만하지만 그렇지도 않다. 한편으로는 거대 통신 사업자들의 견제에 의해, 또다른 한편으로는 생존 경쟁만 있고 공생은 없는 잘못된 생태계 탓이다. 통신산업은 그동안 수없이 세계 첫 상용화라는 수식어로 장식됐지만 아직도 전후방업계에서 글로벌 기업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협력과 공생보다는 서로 갉아 먹는 제로섬 게임으로 인해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업계 모두 변해야 한다. 정부가 통·방 융합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걸맞은 제도와 환경을 하루빨리 조성해야 한다는 점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더불어 전후방 산업정책의 기조를 글로벌화로 바꾸어야 한다. 지금까지 산업 정책은 육성이 목표였고 어디까지나 서비스에 종속적인 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이제는 분야별로 글로벌 대표 주자가 양성될 수 있도록 구조조정과 제휴, M&A를 활성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업계도 필요하다면 강력한 구조조정과 M&A를 마다하지 않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해외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라면 적과의 동침도 불사할 수 있어야 한다. 머지않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통신 시장에도 커다란 변화가 불어닥칠 예정이다. 이번에 체질을 개선하지 못하면 더는 기회가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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