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인터넷산업은 상반기 내내 세계적인 빅 스포츠에 웃고 울었다. 지난 3월에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통해 인터넷 스포츠 중계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인터넷 업계는 6월 한달동안 지구촌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FIFA 독일월드컵에 거의 ‘올인’하다시피 했다. 두 건의 빅 스포츠는 국내 인터넷산업에 동영상검색과 사용자제작콘텐츠(UCC) 열풍을 확산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했으며 이로 인해 업계간 희비도 엇갈렸다. 일부 포털 및 게임업계는 신이 난 반면 영화·음악·모바일게임 등 다른 문화콘텐츠 업계는 국민적인 관심사가 스포츠에 모두 쏠린 탓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 포털업계의 상반기 최대 화두는 ‘웹2.0’이였지만 그 실체는 아직까지 불분명해보였다. 게임업계는 지난 4월 진흥에 초점을 맞춘 ‘게임산업진흥법’이 마침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으로써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으며, 온라인음악업계는 ‘음악 권리자의 힘’에 눌려 그 어느때보다도 힘든 기간을 보내야했다. 모바일게임을 비롯한 모바일콘텐츠 시장은 지난해부터 진행된 성인콘텐츠에 대한 규제와 핵심 콘텐츠 부족, 월드컵 등으로 인해 올 상반기 내내 정체 현상을 보였다. 콘텐츠·인터넷업계는 상반기에도 글로벌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해 해외진출을 활발히 진행했다.<디지털문화부>
*포털·e러닝
올 상반기 포털 업계의 핵심 화두는 △웹2.0의 정신을 반영한 차세대 웹 서비스 도입 △사용자제작콘텐츠(UCC) 붐 △월드컵 마케팅 및 스포츠 콘텐츠 확보전 △기업간 인수&합병설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상반기 내내 웹2.0이 포털 업계 핫 이슈로 부상하면서 그동안 백화점식 ‘관문’으로서 일방적인 정보 제공에 초점을 맞췄던 포털들은 ‘이용자 참여와 개방성’을 적극 수용한 서비스를 앞다퉈 선보였다.
이용자 참여와 개방성이 중요시되면서 동영상 콘텐츠를 비롯, 사용자가 직접 제작한 콘텐츠가 포털의 새로운 킬러 콘텐츠로 급부상했다.
폐쇄적인 내부DB검색을 지행해온 NHN(대표 최휘영)이 네이버 검색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를 공개한 것을 시작으로, 다음커뮤니케이션(대표 석종훈)은 설치형 블로그 전문기업 태터앤컴퍼니(대표 노정석)과 손잡고 개방형 블로그인 ‘티스토리닷컴’을 오픈했다.
SK커뮤니케이션즈(대표 유현오)는 네이트닷컴을 웹2.0 전문 포털로 전면 개편하는 작업에 착수했으며 야후코리아(대표 성낙양)도 태그 기반 서비스인 ‘허브’를 내놓으면서 웹2.0 전략에 시동을 걸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대표 유재성)도 MS의 차세대 웹 플랫폼 브랜드인 ‘윈도 라이브’의 첫 시리즈인 윈도 라이브 메신저 공개 서비스에 돌입, 메신저 시장에 긴장감이 고조됐다.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포털들은 사상 최대의 스포츠 마케팅 경쟁을 펼쳤다.
주요 포털들은 올해 적게는 수 억원에서 최대 100억 원 가량의 마케팅 비용을 월드컵 기간 중에 집중 투입해 월드컵 동영상 중계권 확보, 독일 현지 원정대 파견, 월드컵 광고 패키지 판매, 온·오프라인 대형 이벤트 등을 진행했다.
차세대 인터넷 환경에 대비하기 위한 기업간 인수합병(M&A)설도 여전히 업계의 핫 이슈이다.
특히 세계적인 검색 기업 구글의 한국 시장 진출이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된 가운데 △NHN의 토종 검색 기업 ‘첫눈’ 인수설 △구글의 엠파스 인수설에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웠다.
e러닝 업계에서는 B2B·수능 분야에서 완만한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기업별로 새로운 블루오션 개척에 적극 나섰다.
B2B 선두 업체인 크레듀(대표 김영순)가 출판 사업 진출에 이어 영어능력평가프로그램을 개발했으며 SK커뮤니케이션즈가 인수한 이투스는 휴대전화 동영상 e러닝 서비스를 선보인다.
메가스터디(대표 손주은)를 비롯한 다수 온라인 교육 업계는 휴대형멀티미디어플레이어(PMP)를 통한 교육 서비스 선전에 힘입어 차세대 플랫폼에 적합한 온라인 서비스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소박스/UCC열풍
‘접속하면 동영상으로 통한다’
올해 상반기 인터넷 서비스의 핵심화두는 사용자제작콘텐츠(UCC)였다. 네이버·다음·야후 등 주요 포털들이 검색 서비스 및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앞다퉈 UCC 전략을 강화했으며 판도라TV·다모임·엠군닷컴 등 UCC 동영상을 지속적으로 확보한 중견 인터넷 사업자들도 주목받았다.
UCC는 잘 짜여진 시나리오를 토대로 전문가가 만든 동영상 콘텐츠가 아니라 일반 인터넷 사용자들이 기존의 동영상을 재구성하거나 직접 촬영한 동영상을 의미하며 아마추어적인 영상과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핵심이다. 인터넷 서비스가 텍스트 기반에서 음악·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기반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다양한 인터넷 방송 서비스도 급부상했다. 주요 포털들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메이저리그·유럽축구·월드컵 등 스포츠 콘텐츠 판권을 확보하고 서비스하는 것과는 달리 나우콤·그래텍·유비티즌 등은 새로운 개념의 인터넷 방송 서비스를 잇따라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나우콤은 사용자 PC 화면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인터넷 개인 방송 서비스 ‘아프리카’를 선보였으며 그래텍은 양질의 동영상 콘텐츠를 확보, TV 프로그램처럼 골라볼 수 있는 ‘곰TV’ 서비스를, 유비티즌은 가정의 TV화면을 인터넷을 통해 외부에서도 그대로 볼 수 있는 ‘유팸TV’를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음악·영화상·모바일콘텐츠
상반기 음악 시장은 한마디로 ‘음악 권리자의 힘’으로 정리할 수 있다. 지난해 소리바다가 서비스 중단 판결을 받은 이후 관련 서비스 업체에 대한 음악 권리자들의 법적 대응이 본격화하면서 P2P·웹하드 업체들은 울며겨자먹기로 유료화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 이미 상당수 업체들이 저작물을 걸러주는 필터링 기술을 탑재했다.
벅스·맥스MP3·멜론 등 정규 온라인음악 서비스 업체들은 저마다 마케팅을 강화해 온라인음악 시장 활성화에 나섰고 이는 전반적인 음악 유료화 바람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벅스는 우회상장과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기세다.
음악 권리자들의 힘은 절대강자로 군림하던 이동통신사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주요 음악 권리자들이 모바일음악 시장의 낮은 수익배분율을 문제삼아 ‘음원 공급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온 것. 일단 파국은 막았지만 매주 한 번씩 진행중인 협의가 순탄치만은 않다.
오랜 기간 공전하던 음악콘텐츠표준메타DB가 음악신탁관리단체의 참여로 7월 1일부터 본격 가동을 앞둔 것은 투명한 음악시장 유통구조를 만드는데 일조할 전망이다.
영화 콘텐츠 시장의 경우 최고 흥행작 ‘왕의 남자’ 이후 ‘아이스에이지2’를 비롯해 ‘미션임파서블3’와 ‘다빈치코드’, ‘포세이돈’, ‘엑스맨:최후의 전쟁’ 등 할리우드 영화가 국내 영화 시장을 주도했다.
이런 가운데 영화 포털 ‘씨네로닷컴’과 할리우드 직배사 워너브러더스홈비디오코리아가 디지털 파일로 전환된 영화 파일을 유료로 내려받는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부가판권 시장에도 다양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CGV·메가박스 등 복합개봉관 업체들의 스크린 수 늘리기 경쟁은 계속됐으며 각 업체로 디지털시네마 환경 구축을 위한 영사기 도입 및 네트워크 실험 등이 어느 때보다 활발히 이뤄졌다.
모바일게임을 비롯한 모바일콘텐츠 시장은 지난해부터 진행된 성인콘텐츠에 대한 규제와 핵심 콘텐츠 부족, 월드컵 등으로 인해 올해 상반기 들어 정체하고 있다. 그나마 휴대폰 단말기 보조금 부활로 교체 수요가 늘어나면서 고사양 휴대폰 보급률이 증가해 퀄리티가 높은 모바일게임의 출시가 지속적으로 전개됐다. 특히 다수가 접속해 플레이할 수 있는 모바일 네트워크 게임과 고사양 휴대폰에 걸맞은 그래픽이 뛰어난 모바일 게임 등이 봇물처럼 출시되고 있어 하반기에는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게임
게임업계가 올해 상반기에 얻는 가장 큰 결실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진흥법)’이다.
‘게임산업진흥법’은 지난 4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으로써 지난 2003년 법안 발의 이후 3년만의 숙원을 이루게 됐다. 업계는 오는 10월 규제가 아닌 진흥에 초점을 맞는 이 법의 시행으로 한국 게임산업이 또 한번의 도약을 맞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하나 제도적 차원에서 이룬 큰 성과는 한국 게임산업이 오는 2010년까지 5년동안 나아갈 로드맵이 완성된 점이다. 지난 5월 2010게임산업전략위원회는 지난해 연말부터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실행위원회를 통해 수립된 종합 전략을 확정 발표하고, 오는 2010년 한국 게임산업이 수출액 10억 달러, 세계시장 점유율 10%의 세계 3대 게임강국으로 성장해나갈 방향성을 천명한 바 있다.
제도와 방향성이 잡힌 만큼, 산업계와 정부가 손발을 맞춰 그 목표를 달성해나갈 일만 남은 셈이다.
시장 차원에선 △초대형 신작들의 경쟁 심화 △캐주얼게임의 여전한 강세 △해외 메이저업체와의 협력 및 경쟁 강화 △해외시장 공략 확대 등이 주로 이뤄졌다.
올해를 벼뤄왔던 소위 빅3게임이 일제히 시장에 쏟아져나왔고, 그 중에 일부는 상용화로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온라인롤플레잉게임(MMORPG)가 상대적으로 저조하고 캐주얼게임이 각광받는 추세는 계속됐다.
일렉트로닉아츠(EA)·비벤디유니버셜 등 세계적 업체와의 공동 개발 또는 퍼블리싱 협력이 추진되는가 하면, 한쪽에서 여전히 시장 주도권을 놓고 빼앗길 수 없는 승부가 이어졌다.
한국시장을 넘어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움직임도 그 어느해보다 분주하게 진행됐다. 국내 메이저업체들이 북미 온라인게임시장의 성장성을 다시 보고, 잇따라 현지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한국 게임의 시장성이 이미 입증된 일본시장에선 한국업체들이 사실상 시장 주도권을 쥐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전반적으로 국내 상용화가 더디게 진행된 가운데, 해외에선 수출로 새 기록이 쓰여지기도 했다.
김학규 사단이 만들고, 한빛소프트가 서비스하는 ‘그라나도 에스파다’는 중국 한 국가에만 수출 계약액으로 3500만 달러를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동남아지역 1000만달러를 더해 국산 온라인게임 수출액으로는 최고액의 기록을 만들어가고 있다.
개별 업체 차원에선 네오위즈가 가장 돋보이는 행보를 펼치고 있다. 게임사업 집중 전략을 잡은 지 1년이 안돼, 업계 선도주자로 당당히 올라섰다. 지난 1분기 사상최고 실적을 세우더니, 주가까지 10만원을 넘어서며 대장주로 우뚝섰다. 지난달에는 EA와 공동개발한 온라인축구게임 ‘피파온라인’의 공개서비스를 시작, 온라인게임 최단 기간 동시접속자수 10만명 돌파라는 대기록을 만들기도 했다.
대형 신작의 공개도 업계에는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5월 미국 E3에서 전세계 최초로 차기작 ‘아이온’을 공개해 세계를 놀라게했다. ‘아이온’은 ‘리니지2’에 이어 3년만에 엔씨소프트가 내놓는 자체 개발작이라는 점에서 국내외의 관심이 높다.
* UCC열풍
[뜬 사람, 물러난 사람]
상반기 인터넷·게임업계에 가장 주목을 받은 사람은 데이비드 리 넥슨재팬 대표다. 넥슨재팬은 한국 넥슨의 100%지분을 보유하게 됨으로써 사실상 국내외 어디서든 기업공개(IPO)를 위한 준비 절차를 사실상 마무리해 놓았다. 그가 방아쇠를 당길 일만 남겨놓고 있다.
최휘영 NHN 대표와 석종훈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는 모두 언론인 출신으로 온라인업계의 정상에 오른 기린아들이다. 두 사람 모두 스톡옵션 신화를 만들면서 만인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여성 CEO로선 정영희 소프트맥스 사장이 여성 벤처부호 1위에 오르는 기록을 남겼다. 정 사장은 국내 최초 플레이스테이션2용 게임 도전에 이어 X박스360용, 온라인게임까지 거침없는 도전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반면 게임업계에 깊은 족적을 남기고 떠난 사람도 있다.
넷마블 신화를 일구고 지난달 CJ인터넷을 떠난 방준혁 사장이 그다. 물론 ‘컴백’이 가능하지만, 게임시장에서 다시 그를 만나기란 쉽지 않을 듯하다. SK C&C에서 최연소 임원으로 일하다 게임업체 액토즈소프트 CEO에 도전했던 서수길 전 사장도 바톤을 최웅 사장에게 넘겨주고 말 많은 업계를 홀연히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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