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웹2.0 등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에 따른 다양한 요구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IT 업계를 주도할 키워드는 ‘개방, 혁신, 창의’로 요약됐다.
22일 SEK 기조연설자로 나선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교수, 김영세 이노디자인 사장, 무라노 가즈오 후지쯔연구소 사장 등은 “정보화 혁명 이후 또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이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는데 공감하면서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개방, 혁신, 창의에 기반한 변화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들 기조 연설자들은 한국만의 고유한 문화를 살려 IT강국으로써의 위상을 유지하고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움’을 만들고자 하는 도전정신이 무엇보다 요구된다고 역설했다.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교수
이어령 교수는 ‘IT에서 RT로-웹2.0의 키워드 폭소노미(folksonomy) 문화적 의미읽기’라는 주제의 기조연설에서 “이제 단순 IT에서 RT(Relation Technology)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가 말하는 RT는 상호관계를 이해하는 관계성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이다. 이 교수는 컴퓨터를 서양인이 만들었는데, 서양인은 개별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하지만 동양인은 나와 너, 사람과 사람 등 관계를 더 중시하며, 앞으로는 RT가 더 중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두명이 창업한 기업이 성공한 사례를 들며 IT에 있어서 상호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야후, 애플컴퓨터, 구글 등 집단적인 관료시스템을 이겨내고 상호 관계의 개방성 속에 성공을 했다는 것이다.
“선을 하나 그으면 의미가 없다. 하나를 더 그으면 평행선이 됐든, 교차선이 됐든 무언가 의미가 생긴다.” 이 교수는 이처럼 선이 하나 더 있을 때 생기는 관계를 갖고 의미가 부여되는 것이라고 하며 RT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그는 평소 밝히던 가위바위보 이론까지 거론했다. 주먹을 냈을 때 가위를 내게 되면 이기는 주먹, 보를 내놓으면 지는 주먹이 된다는 것. 이러한 동시성의 논리와 함께 상호 관계의 의미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최근 IT 업계의 화두로 부각된 웹2.0을 RT의 실례로 들었다. “웹2.0은 독자참여형이고 개방형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밝힌 그는 “이것을 어떻게 가져 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RT가 되는 것이고 그 키워드가 바로 폭소노미”라고 말했다. 폭소노미는 표준화되고 체계적으로 분류된 ‘텍소노미(Taxonomy)’와는 달리 무작위로 만들어져 있는 텍스트를 뜻한다.
이 교수는 웹2.0 으로 인해 진정한 프로슈머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권이 제작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간 뒤바뀌는 프로슈머 시대, 이전까지는 말로만 진행됐다고 했지만 이제 진정한 프로슈머 시대가 온다는 것. 예를 들어 신문의 독자가 이제는 블로그 등을 통해 직접 편집자 역할을 하며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웹2.0의 탄생에 대해 자동차 개발 초기 모습과 연관지었다. 자동차를 마차로 이해했던 초기에 자동차는 후진기능 없었는데, 이후 후진 기능이 개발되기까지 20여년이 흘렀다는 것이다. 즉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웹이 새로운 기능이 있을 수도 있으나, 이를 아직까지 우리가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고, 그것이 웹2.0으로 표출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지금의 환경이 이전과 크게 달라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두가지 사례를 들었다. 세계적인 백과사전 브리태니커가 있지만 이제는 인터넷 사용자들이 필요한 자료들을 모아서 만들어가는 인터넷 사전이 더 중요시되고 있다는 것. 게다가 블로그를 통해 개인 혼자서 스스로 하기 힘들었던 일들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오픈 아키텍처로 개방성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