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21일 차이나유니콤 홍콩상장법인(CUHK)의 전환사채(CB) 10억달러를 인수하고, CDMA 이동통신 분야에서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구축하기로 함으로써 한국 사업자가 주도하는 동북아 통신시장의 블록화 추세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지난해말 일본 NTT도코모와 KTF가 WCDMA 분야에서 전략적 제휴를 맺은 데 이어 국내사업자가 만들어낸 두 번째 ‘빅딜’인 셈이다.
SK텔레콤은 이번 결정으로 국내 사업자로는 처음으로 중국 통신시장에 교두보를 마련한 것은 물론이고, 국내에서는 역무 규제로 한계를 겪는 동기식 CDMA 기술 및 서비스를 중국 시장을 통해 지속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수 배경=가장 중요한 대목은 투자시점이다. SK텔레콤이 이 시점에 투자에 들어가게 된 데는 최근 외자 도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 통신시장에서 10억달러 규모의 외자 도입은 극히 이례적인 경우다. 중국은 현재 폭발적인 가입자 성장세 속에 조만간 GSM/CDMA 사업자 분리 및 3세대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 유무선 통신시장 정책 등 각종 통신규제 현안을 안고 있다. 현지 사업자들로선 시장구도 변화에 대비해 투자자금이 절실한 상황이다. 더욱이 올해 말이면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으로 통신시장에 외국인 지분 투자를 허용해야 한다. 중국 정부로서는 이래저래 외자 도입의 물꼬를 틀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거대 자본력을 가진 미국·유럽·일본 사업자보다는 비교적 우호적인 한국 사업자에게서 투자받는 쪽으로 결론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투자 규모를 10억달러(6.6%)로 결정한 데도 그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상 경영권에 관심이 있으면 10% 이상, 전략적 제휴라면 5% 이하 수준인 점과 비교해서다. 중국 정부의 최대 허용한도라는 추측도 있지만, SK텔레콤으로선 향후 차이나유니콤의 진로에 따라 현지 이동통신 시장에 진출하려는 뜻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차이나유니콤은 GSM과 CDMA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지만, 조만간 양대 서비스 간 분리 정책을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가 차이나유니콤에서 CDMA 서비스를 분리할 경우 SK텔레콤의 6.6% 지분율은 크게 올라갈 수 있다. 중국 이동통신 시장에서 입김을 낼 수 있는 수준은 기대할 수 있다는 것.
◇전망=우선 한·중·일 3국에서 거대 통신사업자 간 블록화 경쟁이 시작됐다는 시각이다. KTF와 NTT도코모가 WCDMA 시장을 겨냥했다면 SK텔레콤·차이나유니콤은 2세대 CDMA 분야에서다. 세계 시장이 WCDMA로 진화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세계 최대 이동통신 시장이라는 점에서 어떤 통신 블록이 유리할지는 아직 점치기 어렵다.
한국의 동기식 CDMA 서비스가 중국에서 계속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중국 시장은 가입자 성장과 함께 최근 무선인터넷 등 데이터 서비스도 활발해지고 있다. 동기식 CDMA든, WCDMA든, 중국 독자 3세대 표준인 TDS-CDMA든 현지에서는 서비스 고도화가 필요한 게 사실이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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