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T업계에 반갑고도 놀라운 일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다. 티에스온넷이 엊그제 일본 후지쯔그룹의 전략파트너로 선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후지쯔그룹은 티에스온넷의 OS보안 소프트웨어를 자사 서버에 탑재해 일본은 물론이고 전 세계 시장에 판매한다고 한다. 이에 앞서 인티그런트테크놀로지즈가 미국의 아날로그디바이스에 무려 매출액의 10배 가까운 1500여억원에 매각된 바 있다. 오디오·비디오 칩 기술의 최강자인 아날로그디바이스는 인티그런트의 DMB 수신칩 기술을 활용해 조만간 도래할 세계 모바일TV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포석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글로벌기업이 국내 벤처기업과 전략적으로 제휴하거나 인수합병(M&A)하는 일은 이제 자연스러운 일이 돼 가고 있다. 가까이는 HP가 국내 5개사를 전 세계 70여개 협력사에 소개하는 등 해외진출을 적극 돕겠다고 밝혔다. 일본의 소프트뱅크는 그라비티를 인수했다. 멀리는 미국의 e베이가 옥션을 인수한 바 있다. 해외기업이 국내를 대상으로 벤처투자를 늘리고 있고 이미 세계적 기술수준과 경쟁력을 갖춘 벤처기업이 상당수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는 이런 일이 더욱 잦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해외기업이 국내 벤처를 인수하는 것을 놓고 우려의 시선도 없지 않다. 어렵사리 일구어 놓은 국내기술이 고스란히 이들의 손으로 넘어간다는 걱정 때문이다.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M&A는 국내 벤처 생태계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세계적 기업의 M&A는 국내 기술수준과 경쟁력을 공인하는 의미인만큼 고무적인 일이기도 하다. 또 국적을 떠나 국내 기술진이 해외의 또 다른 선진기술을 습득해 새로이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안타까운 것은 국내 대기업의 벤처와의 전략적 제휴나 M&A가 전무하다는 사실이다. 국내 IT 대기업이 기술과 시장 경쟁력에서만큼은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지식경영에서는 지나치게 보수적이거나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았는지 오히려 걱정스럽다. 세계수준에 못미친다는 평가를 받는 금융과 유통 업계에서조차 M&A가 매우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현상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국내 IT 대기업이 기술에서는 첨단을 걷고 있지만 경영전략에서는 과거 제조업 기반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변화와 속도가 관건인 지식경영 시대에는 자원의 적기 활용이 사업 승패를 좌우한다. 세계적 기업은 내부자원이든 외부자원이든 필요하면 가리지 않고 적극 이용한다. 이들은 파트너와 전략적 제휴로 상생협력하거나 M&A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경쟁을 원천적으로 없애버리기 위한 M&A도 해외기업이 자주 쓰는 전략이다. 퀄컴이 플라리온을, e베이가 옥션을 인수한 것도 시간 단축뿐만 아니라 잠재적인 경쟁자를 미연에 없애거나 또 다른 경쟁자에게 넘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국내 IT 대기업도 국내 벤처 생태계는 물론이고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개방적이고 적극적인 상생협력과 M&A에 나서야 한다. 지금의 상생협력은 배타적 울타리 안에서만 이루어지고 있을 뿐 진정한 개방 파트너십과는 거리가 있다. 동반성장을 외치지만 협력사에게 경쟁사에 납품을 못하도록 강요하는 일이 적지 않다. 또 당장 필요한 기술이나 시장을 가진 기업도 제값 주고 인수하기보다 협력사라는 울 안에 가두어놓은 채 내부자원으로 새로이 만들려고 한다. 이래서야 개방적인 제휴와 M&A 전략으로 외부자원을 적극 활용하고, 경쟁까지도 사전에 차단해버리는 해외기업의 변화와 속도를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국내 IT 대기업이 벤처기업과 도움을 주고받는 수평적 파트너십을 맺었다거나 M&A했다는 상생협력 소식이 전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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