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정한 국책 연구기관의 역할은?’
국책 연구기관은 일단 정부 정책을 뒷받침할만한 이데올로기를 만들고 이슈를 선점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역할은 반대로 주무부처의 요구에 순응하는 ‘연구보고서 하청 기관’으로 전락할 위험성도 안고 있는게 사실이다. IT 산업이 정체 국면으로 진입한 올 들어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새로운 역할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주무 부처와 독립됐지만 정책 연구를 능동적으로 보좌해주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최근 취임한 석호익 신임 원장이 취임일성으로 ‘원의 새 역할’을 강조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그의 국책연구기관 역할론은 비판도 중요하지만 정부 정책을 적극 뒷받침하는 기능이 더 중요하다는 것. “비판하더라도 정부가 안고 있는 고민과 각종 현안에 대한 대안이나 해법을 제시하고 뒷받침하는 연구를 하는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KISDI 역할 방향에 대해 그는 “국민·정부·기업 등 정책고객의 만족을 이끌어 내기 위해 연구 과제와 방향을 정책연구중심으로 전환하고 산·학·연·관 간, 학제 간 연구를 강화해 지식공동체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역할론은 사실 어느정도 예상된 일. 최근까지 그가 정통부 정책홍보관리실장을 역임했기 때문. 그러나 ‘정통부 출신’이란 꼬리표를 계속 가져갈 수는 없다.
석 원장의 목표는 KISDI를 임기 3년 내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주관하는 연구기관 평가 1위로 끌어올리는 것. 이같은 목표는 그가 정통부 출신이라는 배경 때문에 세운게 아니다. 자신의 철학에 의해 재임 중 ‘1등 기관’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의지다. 또 정통부가 아닌, 국무조정실이나 기획예산처 평가에서 인정받겠다는 것이다.
“성과로 보여줄 자신이 있습니다. 상반기 추진실적에 대해 상시 모니터링을 하고 전 직원 참여의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간부 간담회, 연찬회 등을 추진하겠습니다.” 석 원장은 우선 내달 국무조정실이 주관하는 고객만족도 조사에도 적극 대처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얼마전 취약그룹에 대한 문제점을 파악해 고객만족도 제고 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또 이달 중으로 국무조정실 조사 전 자체 모의조사를 실시해 문제점을 보완할 계획이다. 기획조정실장 등을 중심으로 정책업무관리시스템(GPLCS)도 도입 확산을 위한 전담반을 구성하기도 했다.
KISDI가 가장 부족한 점으로는 ‘예산’을 꼽았다. 정부출연금 등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연구 용역 부담이 가중 되는 등 예산 구조가 불안정하다는 진단이다. “올해 기관운영비 중 정부출연금의 비중을 보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85.6%, 산업연구원이 66.4%,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91.3%인데 비해 KISDI는 40.3%에 불과합니다. 이런 구조로는 안정적인 연구 환경을 제공할 수 없습니다.”
이에따라 그는 주무 부처 등에 정부출연금 증액을 요청하고 정통부 등 관계기관과 협조, 정책과제 확대를 통한 예산을 집중 확보할 계획이다.
한 발 더 나아가 석원장은 “안정적인 중·장기 예산 확보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강조했다. 일회성 예산 확보가 아니라 반 영구적으로 예산 걱정없이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그는 또 KISDI가 정부 등에 ‘요구’ 하기 위해서는 내부 혁신도 가속화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조직 문화가 확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부 진단을 통해 조직을 재편할 예정입니다. KISDI가 정부출연연구기관 경영혁신 선도기관으로 거듭나는게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평가 체계를 강화해 정책 수요자 중심의 성과 보상체계를 확립할 계획입니다.” 평가체계의 강화란 다면평가 제도의 도입을 의미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석원장의 자신의 재임기간동안 KISDI가 국제적 수준의 연구성과를 제시하고 글로벌 IT정책 전문가를 육성하는 국내 최고의 국책연구기관으로 육성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연구수행 전반에 이해관계자가 참여하고, 산·학·연·관 협동연구 및 교류협력을 활성화시켜 ‘열린 연구원’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지켜봐주십시오”가 그의 마지막 멘트였다.
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 사진· 정동수기자@전자신문, ds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