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들이 교육현장의 ‘창조적 소비자(프로슈머: Prosumer)’로 변하고 있다. 기존의 주입식 교육방식을 벗어나 인터넷과 정보통신기기 등 IT인프라를 활용해 명실상부한 교육의 주인이 되기 시작했다.
인천 부원중학교(교장 이재환) 2학년 10반 교실. 지난해부터 교육인적자원부의 u-러닝 연구 시범학교로 지정된 이 학급은 ‘학습자와 동행하는 u러닝 교실 구현’ 프로젝트를 통해 과학·영어·기술 등 과목에 태블릿PC와 무선인터넷을 이용한 교육모델을 적용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전담교사인 오재견 연구부장이 분필과 지우개로 무장한(?) 기존 녹색칠판을 밀어내고 대형 LCD전자칠판 앞에서 터치스크린 기능과 디지털이미지와 문서를 담은 학습 자료를 펼치고 오늘 학생들이 수행할 과제를 설명한다.
오늘 수업은 출판물 저작도구인 MS퍼블리셔를 이용해 ‘로봇’을 주제로 홍보책자를 제작하는 시간. 수개 조로 나뉜 학생들은 인터넷 서핑 등을 통해 각조별로 맡은 홍보책자의 세부내용을 작성한다. 파워포인트 구동과 사진편집은 기본이다.
때론 두개 반으로 나뉘어 수업이 진행되기도 하지만 걱정이 없다. 비록 각 조 또는 조원간 제작 내용을 바로 옆에서 볼 수 없지만 메신저를 이용해 서로 상의할 내용을 주고 받고 다시 수정한다. 그리고 오 교사의 한마디. “질문있는 사람은 쪽지 보내주세요.”
프레젠테이션 시간. 그날의 과제를 마친 각 조는 모든 반 친구들이 모인 가운데 발표에 나서 해당 조가 맡은 콘텐츠의 생성 배경과 변화 등을 소개한다. 교육 정보의 생성과 공유가 동시에 이뤄지는 시간이다. 수업 시간중 오 교사는 수업 로그인, 과제물 제출 등 기본적인 수업관리는 물론이고 수업중 학생들의 필기여부, 비학습적인 게임이나 인터넷 서핑 등 수업중 학생들의 PC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자신의 PC로 모니터링한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차곡 쌓인 홍보책자의 콘텐츠는 교내에 설치된 서버에 업데이트돼 저장된다. 최근 기업의 화두가 되고 있는 ‘협업’이 교육 현장에서도 실현되고 있다.
이재환 교장은 “이번 u교실 프로젝트를 통해 교사·학생·학부모 등 교육 3주체가 학생들의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을 배양하고 공교육의 질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정환기자@전자신문, victolee@
◆홍경진 한국MS 상무와 오재견 부원中 교사가 말하는 `u러닝 교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대표 유재성)가 전세계 100여개국에서 교육정보화 격차 프로그램 ‘파트너 인 러닝(Partners in Learning’ 프로그램을 가동이다. 지난해부터 교육부의 u러닝 시범사업에 참여해 인천부원중학교와 서울 신학초등학교에 태블릿PC 기반 u러닝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전자신문의 ‘학교신문보내기 캠페인’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홍경진 상무는 테블릿 교육 시범학교인 인천 부원중학교를 방문, 오재견 교사와 사용 실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홍경진 상무=그동안 u러닝 교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느낀점은 어떤것인가.
△ 오재견 교사=과거의 교실이 선생님이 가르치고 학생이 수용하는 형태였다면 u러닝 환경은 교사가 안내자로서 방향을 잡아주면 학생들이 각종 지식을 습득·생성하는 양방향 수업을 실현하고 있다. 특히 학생들의 인터넷 검색 능력과 자기 의견과 학습성과를 발표하는 능력이 두드러지게 향상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교사 입장에서 보면 몇분 안에 시험평가와 처리는 물론이고 온라인으로 담임공지, 학습·가정 상담 등이 가능해졌다. 또 학부모도 인터넷으로 자녀의 수업진도와 학교생활을 수시로 살펴볼 수 있어 입체적인 교육 생태계를 구현할 수 있게 됐다.
△홍 상무=u러닝 교실은 아직은 초기단계다. IT 기술이나 환경에 아쉬운 점도 없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향후 과제와 계획, 그리고 u러닝에 관심을 가진 학교들이 놓치지 말아야할 것들은 무엇인가.
△오 교사=u러닝의 많은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통신 등 인프라가 다소 미흡하다. 대부분 무선인터넷을 이용한 수업이 이뤄지고 있는데 아직은 액세스포인트(AP) 등이 부족한게 현실이다. 특히 수업 주제와 과목 등에 따라 야외 현장학습 등과 동영상 콘텐츠 처리 등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만큼 와이브로 등 통신 인프라의 확대가 뒷받침되주면 좋겠다.
향후 u러닝 적용과목을 음악 등 다양한 과목으로 확대 적용하고 방과후 수준별 보충수업에도 접목을 모색하고 있다. u러닝에 관심있는 학교는 새로운 환경 도입에 앞서 학부모를 대상으로 가정통신문 발송과 설명회 등을 통해 충분한 정보공유와 공감대 형성을 꾀해야 진정한 성공을 일궈낼 수 있다.
△홍 상무=통신 서비스의 진화가 빨리 이뤄지고 있는만큼 조속한 시일내에 해소될 것으로 믿는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도 u러닝 활성화를 위해 2세대 VoIP 서비스, 모바일PC 등 u러닝에 적합한 단말기 등 새로운 IT환경과 결합해 다양한 교육 콘텐츠와 모델을 u러닝 교실에 적용하는 방안을 모색중이다.
◆인터뷰-설동근 부산광역시 교육감
“u코리아 등 IT강국 코리아의 이미지는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지식정보국가 건설의 초석은 바로 교육이고, 우리의 교육은 IT와의 접목을 통해 e러닝을 넘어 u러닝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휴대폰, PC, PDA 등 널리 보급된 첨단 IT기기를 적극 활용해 언제 어디서나 배우고 가르칠 수 있는 교육 환경 구축은 시대 변화에 따른 필수입니다.”
설동근(57) 부산시 교육감의 교육정보화 마인드는 굳은 의지를 넘어 투철하다. 부산이 교육 정보화에서 어느 지자체보다 앞서 있고, 또 선도적이라 인정받는 배경에는 ‘교육정보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설 교육감의 지론이 녹아있다. 98년 민선 3대 부산시 교육위원을 시작으로 그는 12대에 이은 13대 현 부산시 교육감으로 부산 교육계 전반을 이끌어오고 있다.
외부에 알려진 것과 달리 부산이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것은 관광이나 영상 산업이 아닌 한 발 앞선 교육이다. 부산교육청 주도로 부산에는 전국 최초로 교육정보원이 설치됐고 자체 실시한 인터넷 교육방송은 전국으로 확산됐다. 또 DLS(Digital Library System) 구축과 사이버 가정학습 운영 등 국내 교육정보화를 선도하고 있다. 2005년 특별·광역시 교육청 평가 전부문 1위, 교육수요자 만족도 전 영역 1위, 지방교육혁신평가 최우수 교육청 선정 등 부산 교육현장이 거둔 성적표는 부산발 교육혁명이라 불린다.
“올들어 사이버스쿨 운영 등 교육부 주관 정보화 사업 외에 자체적으로 미래형 선도학교 및 u러닝교 등 11개 연구학교를 운영하며 일선 학교교육의 정보화 지수를 측정해 교육정보화 사업의 내실을 다져나가려 합니다. 특히 교육청 주도로 추진해 온 PC보급 등 인프라 구축 사업을 단위 학교 주도로 전환해 학교마다 주어진 범위 내에서 재량껏 추진할 수 있도록 바꿨고 부산체신청 등과 연계해 정보통신 윤리교육을 확대 강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부산교육청은 u스쿨 시범 학교인 대신초등학교 운영 결과를 토대로 일선 학교에 적용가능한 u스쿨 모델을 개발하는 한편, 방과 후 비어있는 학교를 지역 사회의 e러닝 학습센터로 활용해 나갈 예정이다. 또 윤리교육의 대상을 학생 뿐 아니라 교사와 학부모까지 확대해 정보통신 윤리교육의 양적 질적 확대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설 교육감은 전자신문이 벌이는 ‘초중등 학교 신문 보내기’ 캠페인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전자신문도 청소년 정보화 교육이라는 분명한 목표 아래 수업 시간에 활용할 수 있는 국내외 최신정보와 교육정보화 현장, 첨단 기술과 교육의 접목 사례 등을 적극적으로 발굴 소개해 신문이 보다 충실한 교재로 활용될 수 있도록 힘써 주길 바란다”는 멘트로 인터뷰를 끝냈다.
부산=임동식기자@전자신문, dsl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