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인터넷 은하계에서의 공생 방법

 행정적 관점에서 우리나라 정보화 시작의 근원을 따진다면 1996년 제1차 정보화촉진기본계획이 시행되면서라고 볼 수 있다. 정보기회지수(DOI) 세계 1위, 초고속망 보급률 세계 1위, 인터넷 이용률 세계 2위 등 10여년간 이루어낸 정보화 성과는 실로 대단하다. 양적인 성장과 함께 질적인 변화도 놀랍다. 산골 오지에 편지를 배달하는 우체부도 PDA를 통해 우편배달 상황을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게 됐다.

 인터넷의 급속한 확산과 그에 따른 변화에 대해 세계적인 정보학자 마누엘 카스텔은 ‘인터넷 은하계(Internet Galaxy)’라고 명명하고 전 지구에 걸쳐 핵심적인 경제·사회·정치·문화활동이 인터넷과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구축되고 있으며, 이런 네트워크에 동참하지 못하면 지구에서 배제될 것으로 예측했다. 인터넷이 정보통신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한 국가나 개인의 존립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카스텔의 무서운 예측이 현실화되면 정보격차 문제는 생존 문제로까지 직결될 수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15일부터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사흘간 열리는 장애인과 고령층 등 정보 취약계층을 위한 ‘전국장애인 정보화 한마당’ ‘어르신 정보화제전’ ‘정보통신보조기기 전시회’는 행사 이상의 의미가 있다.

 시각·청각장애인이나 신체 일부가 손상된 지체장애인에게 소리와 영상 중심의 인터넷 콘텐츠를 이용하고 마우스와 키보드를 조작하는 것은 비장애인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렵다. 비장애인이 인터넷을 통해 어떻게 정보를 활용하고 새로운 지식을 창조할 것인지를 고민할 때 장애인은 이를 시도해 볼 기회조차 얻을 수 없는 것이다. 카스텔의 주장대로라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이 사회에서 영원히 잊히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 장애인에게 비장애인과 동등한 참여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공평한 사회를 만들고 우리 국민 모두 함께하는 디지털 세상을 구현하는 데 선결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28개 업체가 참가해 만들어낸 50여개의 홍보부스는 장애유형별로 활용할 수 있는 첨단 정보통신보조기기 정보를 얻는 기회가 되는 동시에 관련 산업을 활성화하는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전국의 장애인이 한자리에 모여 정보활용능력을 겨루게 될 ‘전국장애인 정보화 한마당’은 정보화에 동참한 장애인에게 새로운 정보활용모델을 제시해주는 한편 아직도 아날로그 세계에 머물러 있는 그들에게 정보화 참여의지를 높이는 촉매 역할을 해줄 것으로 보인다.

 고령층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평생 아날로그적으로 살아온 고령층으로선 인터넷 중심의 문화를 창조해 가는 젊은 세대를 이해하고 그들과 갈등없이 지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또 젊은 세대 중심으로 발전해 가는 정보사회에서 별 탈 없이 생활하는 것도 이들에게는 새로운 도전이다. 고령층에게 새로운 정보문화를 접하게 하고, 이를 자신의 삶에 체화하도록 독려하는 일은 사회통합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는 급속한 고령화 추세에 맞춰 점점 더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장애인과 고령층 등 정보 취약계층이 정보사회에 동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이들의 인식을 전환시켜 정보화에 참여하고자 하는 동기를 부여하며, 온·오프라인 정보화 교육을 통해 정보활용능력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우리 국민 모두 함께하는 디지털 세상’을 구현하는 데 꼭 필요한 일이다.

 나아가 정보통신기술은 우리가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채로 존재하는 유비쿼터스 기술로 진화해 가고 있다. 이러한 첨단 정보통신기술 발전은 그동안의 인터넷 기반 정보통신기술이 그러했듯이 정보 취약계층에는 새로운 기회인 동시에 도전으로 다가올 것이다. 때문에 정부와 국민 모두 현재 당면한 정보격차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유비쿼터스 기술이 정보 취약계층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서종길(한국정보문화진흥원 정보활용촉진단장) jgseo@kado.or.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