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이 감성을 품었다…아날로그+디자인=디지로그

 대학생 정미영씨(22)는 요즘 온통 애완견 초롱이 생각뿐이다. 하루 종일 초롱이 상태를 확인하고 원하는 것을 바로 해줘야 직성이 풀린다. 어제는 강의까지 빼먹었다. 정미영씨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초롱이는 실제 강아지가 아니라 휴대폰 안에 살고 있는 모바일 애견 ‘마이펫’이다.

첨단 디지털 기술의 결정체인 휴대폰에 아날로그 기능과 디자인을 결합한 이른바 디지로그(Digilog) 휴대폰이 새로운 조명을 받고 있다. 30·40대 기성세대에게는 어릴 적 아련한 추억을 떠올려 주고, 10·20대 디지털 세대에게는 이들이 경험하지 못한 아날로그 세상을 대리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아날로그 디자인과 기능 새로운 조명=올 들어 감성을 자극하는 복고적인 기능과 디자인을 갖춘 단말기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과거 한물간 취급을 받았던 막대형 휴대폰이 슬림 열풍을 타고 당당히 부활했고, 삼성전자가 뱅&올룹슨과 공동으로 개발한 ‘세린’은 80년대 다이얼 전화기를 연상시키는 원형 키패드를 장착한 대표적인 명품 휴대폰으로 꼽힌다.

팬택계열의 스카이 휴대폰에 채택된 FM라디오 기능은 80·90년대 길거리에서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듣던 기성세대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여기에다 휴대폰에 아날로그적 감성을 가미한 삼성전자의 모바일 애견 키우기 기능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가끔 흑백사진을 보고 싶은 인간의 감수성을 반영한 것이 아니겠느냐”며 “딱딱한 디지털 세상에서 따뜻한 인간미를 찾으려는 소비자 심리를 파고들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 LG전자 MC 디자인연구소 상무는 “초콜릿폰도 사람의 감성을 자극한다고 볼 때 넓은 의미에서 디지로그형 단말기로 꼽을 수 있다”며 “하지만 디지로그는 오랜 기간 지속되는 큰 흐름이라기보다는 단기적인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조사, 디지로그 휴대폰 개발 관심 증대=팬택계열이 출시하는 대다수 스카이 단말기는 FM라디오 기능을 내장하고 있다.

스카이의 FM라디오 기능은 #버튼을 길게 누르면 휴대폰이 라디오로 변신하는 기능이다. 팬택계열은 이 기능이 좋은 반응을 얻자 12일 KTF를 통해 출시한 단말기에도 FM라디오 기능을 추가했다. 스카이 휴대폰에서는 또 특수효과를 선택하면 흑백필름·오래된 필름·스케치 등 다양한 아날로그적인 색채를 풍기는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삼성전자가 블루블랙Ⅱ폰 및 크로스DMB폰에서 채택한 ‘마이펫과 놀기’ 기능은 어릴 적 강아지를 키운 경험을 가진 사용자의 추억을 떠올리게 해 준다.

특히 휴대폰에서 강아지를 기르는 게임 ‘마이펫과 놀기’는 젊은 층의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애니다이얼 기능은 숫자를 누르면 펜글씨를 쓸 수 있는 그래픽 효과를 연출한다. 김원석기자@전자신문, stone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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