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던 국내 MP3플레이어·셋톱박스·디지털TV 등 정보가전기업들이 중국기업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로 전락, 충격을 주고 있다. 과거 중국에 OEM을 맡기던 국내 기업이 자가 브랜드 판매를 포기하고, 거꾸로 중국 브랜드의 제품을 OEM으로 납품하는 처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첨단 정보가전 관련 기술 유출은 물론이고 국내 기업들이 중국의 하도급기지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MP3플레이어업계 효시였던 엠피오는 중국 최대 가전업체인 하이얼에 MP3플레이어와 PMP 등을 하이얼 브랜드로 납품하고 있다. 엠피오는 하이얼 측으로부터 3개월마다 3만대씩 주문을 받아 생산중이다. 엠피오의 월평균 생산량 6만∼7만대 중 16%가량에 이르는 물량이다. 엠피오는 최근 개발한 PMP도 이 회사에 공급하고 있다.
디지털TV 전문업체 트라이뷰는 하이얼코리아가 우리나라에 판매하는 LCD TV를 OEM으로 공급하고 있다. 하이얼코리아는 이 제품을 납품 받아 방송사업자와 각종 쇼핑몰을 통해 저가로 판매중이다. 셋톱박스업체인 가온미디어도 중국시장 교두보 확보를 위해 하이얼 등 중국 가전업체에 OEM 형태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생활가전업체 신일산업도 자가 브랜드 외에 중국기업의 OEM을 검토하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연말부터 히터·가습기·가스난로·선풍기 등을 중국 할인점 브랜드로 공급하기로 하고 현재 협상을 진행중이다.
이처럼 국내 가전업체들이 중국 OEM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것은 내수시장의 부진과 출혈경쟁으로 수익창출이 어려워짐에 따라 대량생산 물량을 확보해 현금유동성을 갖추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되고 있다.
중국 기업의 OEM 하도급이 확대되면서 이에 따른 후유증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대기업의 사업강화와 플래시메모리 부족사태로 극심한 구조조정을 거친 MP3플레이어업계는 중국기업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 최근 한 기업은 지난해 중국업체와 10만여대 규모의 MP3플레이어 OEM 공급을 추진했으나, 갑작스러운 계약 파기로 사업중단 위기에 내몰리기도 했다. 최근에는 중국 OEM물량을 잡기 위해 국내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업체와 OEM 공급을 해 온 한 업체는 기술력과 디자인 기술을 따라온 중국기업에 밀려 최근에는 아예 OEM을 접었다.
김정택 SRS코리아 사장은 “올해 들어 국내 정보가전시장에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국내 중소업체들이 중국으로 건너가 OEM 사업을 확대해 왔지만 6개월도 지나지 않아 격차를 좁힌 중국 기업에 의해 밀려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정보가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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