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차 본 협상이 미국 워싱턴에서 시작됐지만 예상했던 대로 한·미 간 의견이 팽팽히 맞서 있다. 1차는 양측 협정문 초안을 놓고 벌이는 협상이다. 이어 다음달부터 서울과 워싱턴에서 번갈아 개최하는 2차 이후 협상에서는 분야별 양허안이 검토된다. 하지만 양국 간에 각 분야에서 의견 차이가 워낙 커 협상은 난항이 불가피할 것이다. 미국 측은 서비스 분야의 전면적인 개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금융서비스 분야에서 내국민 대우 원칙 아래 새로운 서비스의 허용을 요청했으며 자국 원산지 상품에 대한 조정관세 적용 배제와 우리가 실시하고 있는 관세환급제도의 제한을 요구했다. 특히 우리가 강력히 요구하는 개성공단 물품의 한국산 인정문제는 논의 자체를 거부한다는 냉담한 반응이다. 우리 측은 금융서비스 분야는 개방하되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으며, 농산물 특별세이프가드의 도입은 물론이고 지나친 무역 저해가 없다면 긴급수입제한물량(TRQ) 제도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의 이견은 앞으로 긴밀한 협상을 통해 하나씩 해결해야 할 일이지만 간극이 워낙 심해 앞길이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서비스 개방의 핵심 중 하나이면서도 상대적으로 교육·의료·법률·영화 등에 비해 관심을 끌지 못했던 통신시장 개방 협상도 우리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분야다. 그동안 통신서비스 분야에 대해 농업이나 영화 분야처럼 통신사업자들은 강경한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통신 분야 협상에서 기술표준이나 외국인 지분제한, 지배사업자 의무, 국경 간 거래 등 현안에 대해 미국 측이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다. 물론 협상이란 것이 상대가 있는만큼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득을 보거나 자신만의 목표를 모두 관철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지만 통신시장은 국민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국가기간산업이다. 통신시장이 개방되면 그로 인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당연히 기간산업 분야는 개방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번 협상에서 우리는 냉정하게 손익을 철저히 따져 보면서 협상에 임해야 한다.
미국은 여러 가지 점에서 유리한 게 사실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동시에 협상력이 우리보다 앞서 있어 협상 노하우도 만만하지 않다. 미국은 당연히 우리에게 공세적 자세를 취하면서 전면적 개방을 요구할 것이다. 정보통신기술(IT) 발달로 세계가 한 마을이 된 지금 개방과 교역확대는 불가피하다. 한·미 FTA 협상에 대해 찬반 양론이 있긴 하지만 한·미 FTA는 피할 수 없는 대세라고 하겠다. 그렇다면 협상이 시작된 지금 어떻게 유리한 협상을 하느냐가 관건이다.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 협상을 해야 하는 우리 측 대표에게 다음과 같이 당부하고자 한다. 우선 시한에 쫓겨 졸속으로 협상을 해서는 절대 안 된다. 내년 3월 말까지 협상을 끝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우리가 손해 보면서까지 그렇게 할 이유는 없다. 다음은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 협상과 관련한 정보를 즉시 알려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내야 한다. 자칫하면 밀실협상이란 오해를 살 수 있다.
또 한·미 FTA 협상에서 적극적, 주도적으로 협상을 추진해야 한다. 우리 경제성장을 가속하면서 의미 있는 한·미 경제관계를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대표단은 국가 이익에 부합하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우리 협상안을 관철해야 한다. 통신은 국가기간산업이라는 점을 거듭 잊지 말고 국가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미 FTA 협상이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협상력을 발휘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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