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반도체, 미래를 준비한다
‘대한민국 반도체 미래, 상생으로 건설한다.’
상생은 참여정부가 초기부터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는 테마다. 우리 반도체산업이야 말로 구조적으로 아무리 상생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다.
소자를 생산하는 대기업은 ‘신뢰성만 입증된다면’ 되도록 국산 장비를 활용하려는 의지를, 장비·재료를 생산하는 중소협력업체들은 ‘신뢰성만 검증해 준다면’ 헌신적으로 기술개발에 경주하겠다는 소망을 숨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이나 지속 성장을 위한 사람중심의 경영에 대해 일방적으로 부담을 갖고 하는 것은 오래 못갑니다. 장기적인 경영전략 차원에서 선택 가능한 전략 가운데 하나로 접근해 볼 것을 제안합니다. 창의와 자율이 가장 큰 바탕이 되는 시장경제에서 그래야 성공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5월 24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회의에서 언급한 이같은 제의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은 중소기업에 대한 시혜적 차원에서, 혹은 대기업의 사회 공헌 이미지를 알리는 차원에 머물러선 지속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대기업도 경쟁에서 성공하기 위한 전략으로 상생을 추진해야 하는데, 가장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고 있고 앞으로도 창출해 낼 수 있는 분야가 바로 반도체다.
미국·유럽·일본, 그리고 폭풍의 핵으로 부상하는 중국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반도체 소자산업을 양적, 질적으로 선도하며 그 입지를 다지고 있다. 세계 반도체 시장을 겨냥한 싸움에서 삼성전자를 대표선수로 앞세워 D램, 플래시메모리, S램 등이 1위로 올라선지 오래고 10여년 가까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또 나노시대를 선도하며 매년 미세가공 신기술을 업그레이드하고 있고, P램 등 차세대메모리 개발 및 상용화에서도 경쟁국을 따돌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소자에 비해 다소 미진했던 장비·재료산업도 세계 최고 소자산업을 곁에 둔 행운과 최근의 상생 분위기가 일부 작용하면서 활기찬 도약의 나래를 펴고 있다. 특히 산·학·연·관이 함께하는 노력은 한국 반도체 장비·재료산업의 미래를 밝게 한다. 실제로 올해 본격 추진될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재료 자립기반구축 프로젝트’는 △산학연의 원천기술 개발 △시험제작단계의 장비·재료를 검증할 수 있는 수요대기업 평가센터 구축 △이를 통한 신뢰성 확보 및 인증 △양산라인 투입이라는 일련의 절차를 모두 망라하고 있어, 국산화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도 성공의 열매를 맛 본 국내 팹리스반도체업계의 강한 도전과 팹리스의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될 파운드리업계의 새로운 도전, 그리고 300㎜ 시스템LSI 전용라인이라는 상징적인 팹을 갖춘 삼성전자의 시스템LSI에 대한 의지가 어우러지며 대한민국 반도체의 미래를 책임질 한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래 반도체시장은 기술과 표준을 주도하지 않고는 설 자리가 없게 된다. 40나노 이하 첨단 공정과 포스트 300㎜웨이퍼(450㎜ 유력) 등 차차세대 반도체는 한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주도 기술 또는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 세계 반도체 선진국들이 범정부 차원에서 반도체 미래를 준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국내 일각에서는 한국의 반도체가 삼성전자를 앞세워 세계를 주도하고 있는 만큼, 한국 중심의 표준화기구 설립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 주도의 표준화기구 설립은 결국 반도체 미래 표준에 주도권을 쥐게 돼 결과적으로 소자 뿐 아니라 국내 장비·재료·설계업체 모두가 미래 반도체 시장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돼 상생의 길을 열것으로 기대된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etnews.co.kr
◆시스템반도체, 진정한 반도체코리아의 동력
반도체 발전의 종착점은 반도체 하나로 시스템을 대체하는 것이다. 하나의 반도체가 환경의 변화를 감지하고 그에 따른 명령을 내리며 이를 위한 데이터를 저장하고 있는, 그야말로 시스템이 하나의 칩으로 구현되는 시스템온칩(SoC) 개발을 향해 반도체 업계가 한 길로 달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0여년 간 국내에서 반도체라고 하면 D램이라는 공식이 자리 잡을 만큼 메모리 분야는 성공 가도를 달렸다. 그러나 세계 반도체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것이 시스템반도체다. 메모리 분야의 성공을 바탕으로 진정한 반도체 강국 코리아로 떠오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강자가 돼야 한다.
시스템반도체가 한국 반도체 산업에서 중요하다고 보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번째는 시스템반도체 시장이 규모면에서 메모리의 4배에 달할 정도로 클 뿐 아니라 성장률 또한 높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시스템반도체가 정보기술(IT)의 흐름을 열어간다는 핵심이라는 점이다. 또 반도체의 궁극적인 지향점 즉 시스템온칩(SoC)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시스템반도체 기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의 시스템반도체 산업을 키우는 가장 빠른 방법은 완성품 기술과 함께 ‘윈윈’하는 것이다. 대만이 PC산업을 앞세워 매출 1조원 이상의 대규모 시스템반도체 업체들을 키워냈듯이 한국은 휴대폰과 디스플레이 산업을 통해 시스템반도체 강국의 입지를 마련할 수 있다. 휴대폰 강국, 디스플레이 강국이라고 불리면서도 핵심 기술은 해외 반도체 업체들로부터 들여온다는 오명을 써왔다. 휴대폰·디스플레이 업체들과 시스템반도체 업체들의 협력은 핵심 기술의 국산화를 이뤄내고 진정한 반도체 강국 코리아로서의 입지도 다질 수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 업계의 한 목소리다.
문보경기자@전자신문, okmun@
◆장비·재료, 한국반도체산업 미래를 연다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세계 반도체 시장의 선도적 입지를 굳히고 있는 가운데 장비·재료 등 후방 산업의 경쟁력 제고가 ‘반도체 한국’의 미래를 결정할 핵심 열쇠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에서 검증된 장비와 재료, 공정 기술을 바탕으로 대규모 투자를 통해 라인을 깐 후 양산 능력으로 승부한 것이 지금까지의 국내 반도체 발전 과정이었다면 앞으로의 한국 반도체산업은 다른 누구도 가 보지않은 전인미답의 길을 스스로 개척해야 할 위치에 왔기 때문이다. 대형화·고집적화되는 차세대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한 섬세한 공정을 감당할 수 있는 신개념 장비와 재료가 없으면 숨가쁜 경쟁에서 한 순간에 밀려날 수도 있다.
국내 소자업체들은 신속한 현지 대응이 가능하고 기술유출 우려가 적은 국내 업체와의 협력을 원한다. 장비·재료 업계로서도 세계 최고의 고객들인 국내 반도체업체와의 협력은 최고의 기회이다.
여기에 한국에 대해 방심했다가 D램과 LCD 분야에서 역전을 허용한 일본 업계가 차세대 장비·재료의 한국 수출을 막는 ‘블랙박스’ 전략을 쓸 것이란 우려도 심심찮게 나오는 상황이다.
국내 장비·재료 업계는 미국·일본 등 해외 업계에 비해 업력과 기반 과학기술 등에서 아직 격차가 있지만 가장 역동적으로 발전하는 국내 반도체산업을 배경으로 숨가쁜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국내 반도체 관련 산·학·연은 합동으로 반도체 장비의 자립률 제고를 위한 ‘국가 대형 반도체장비 개발사업’도 진행 중이다.
재료·소재 분야도 차세대 반도체 개발의 힘이 되고 있다. 고집적 회로의 구현을 가능하게 하는 정밀 공정 재료의 개발이 진행 중이며 대형화된 라인의 열악한 환경을 견딜 수 있는 소재 처리 기술 개발도 활발하다. 첨단 재료를 가능케 하는 원천 소재 분야로도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반도체 분야의 성장을 바탕으로 장비·재료 등 산업 생태계 하단의 각 부분에서 우수 기술을 가진 업체들이 생겨나면서 차세대 반도체 시장 주도를 위한 기초 체력이 조금씩 튼튼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한세희기자@전자신문, h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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