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코리아의 과거와 미래에는, 업계의 강력한 의지를 결집해 방향을 제시하는 추진체가 존재한다. 바로 핵심기업들을 회원사로 보유하고 있는 협회·조합 등이다.
국내 반도체업계는 지난 86년 5월 24일 ‘반도체 메모리 국책 개발사업(4MD램)’을 위해 산업기술연구조합육성법에 근거해 설립된 반도체연구조합(과기부)과, 91년 11월 11일 전신인 반도체장비재료산업협회에서 소자업체가 참여하는 명실상부한 대표 단체로 탈바꿈한 반도체산업협회(산자부)가 있다. 또 반도체 ASIC설계사협회(ADA) 주축이 돼 2003년 10월 11일 설립된 IT SoC협회(정통부)도 시스템반도체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며 규모를 키우고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세계 동종협회 사이에서는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정보력을 갖고, 내부적으로는 회원사 모두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조력자이자 수족이다. 미약하나마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의 비약적인 성장과 그 궤적을 함께 해 왔다.
반도체산업협회는 소자·장비·재료·설계·유통 등 반도체와 관련된 모든 분야 업체들을 회원사로 확보하고 있다. 91년 지금의 협회 형태를 갖춘 반도체산업협회는 국내 반도체산업의 분야별 균형발전을 추진하면서, 소자업계의 성장기반 조성, 반도체장비재료의 국산화, 반도체설계업체의 사업기반 조성, 기술개발 기반 구축 등에 전념해 왔다. 특히 소자·장비·재료·설계·패키징 분야의 공동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이들 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통합 프로젝트 기획을 추진하면서 역량을 키우고 있다.
사실상 협회와 통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반도체연구조합은 한국 반도체 R&D기반 조성의 일등 공신이다. 한국반도체산업은 지난 1981년 정부의 반도체육성계획이 수립되면서 범정부차원의 발전 인프라 조성이 시작됐다. 특히 87년부터 약 10년간 진행된 차세대반도체기반기술개발사업(G7)은 한국이 D램 1등국으로 성장하는데 기초 토대를 마련해 줬다. 또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 발전기반 조성을 목적으로 지난 98년부터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시스템IC2010사업도 국내 팹리스반도체설계산업에 씨앗을 뿌렸다는 평가다. G7과 시스템IC2010사업은 모두 반도체연구조합이 그 중심이 돼 추진했다.
반도체산업협회 창립멤버인 황인록 협회 상무는 “협회와 조합은 우리 반도체업계가 사업의 씨앗을 뿌릴 때 그 밭을 가꿔주고 양분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며 “한국이 세계에서 지금의 반도체강국 지위를 유지하고 높여나가기 위해서는 메모리, 시스템반도체, 장비·재료산업 등 각 업계 및 대·중소기업의 분산된 역량을 하나로 모아야 하며, 그 중간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협회와 조합”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일본·미국·유럽 등도 범국가적인 역량 집중을 위해 다양한 형태로, 연구개발 및 업계 의견을 모으는 단체를 운영하고 있다.
시스템반도체업계 단체인 IT SoC협회는 최근 모바일 중심으로 급변하고 있는 시장 환경에 주목, 회원사인 팹리스 반도체설계업체와 시스템업체들이 중심이 돼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IT SoC협회는 기술교류 및 경영에 관한 정보 교류, 법·제도 연구와 정책개발, 기술동향 조사 및 표준규격 연구 개발 등을 통해 시스템반도체산업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팹리스반도체산업의 중장기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시스템반도체(SoC) 5년 로드맵’을 작성해 시장의 정보 갈증을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품목, 세계를 석권하는 몇 안되는 품목인 한국반도체. 이미 코리아를 대표하는 산업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지만, 사실 반도체산업협회, IT SoC협회 등의 위상은 타 업종 협회에 비해 그 규모는 초라하기 그지 없다.
반도체는 그 어떤 산업보다도 정보 흐름이 빠르고 변화가 극심하기 때문에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고 방향을 설정해 나가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규모가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 대표 반도체단체인 반도체산업협회의 지원업무 인원은 기계공업진흥회의 4분의 1, 섬유산업연합회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주덕영 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은 “한국 반도체산업 위상을 생각하면 협회규모가 작은 것이 사실이지만 반도체산업협회는 많은 수의 직원보다는 산업을 누구보다 빠르게 파악하는 소수정예로 일 당 백의 업무 효율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은 최근 컨버전스화·다양화·첨단화 등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특허 등 국가 간 다양한 형태의 충돌 및 조율이 필수적인 만큼 산업규모에 걸맞는 지원단체 위상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
◆인터뷰-주덕영 반도체산업협회 상근부회장
“발로 뛰며 공부해 업계의 목소리를 논리적으로 대변하는 협회가 되겠습니다.”
반도체산업협회·연구조합 주덕영 신임상근부회장(62)은 자신은 물론 협회·조합의 모든 직원들이 회원사들이 원하는 정보를 막힘없이 이야기하고 찾아 제공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반도체산업협회는 반도체인 모두의 사랑방 역할을 해야 합니다. 소자·장비·재료·유통 등 분야별로는 물론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모두가 부담없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밀 것입니다.”
반도체는 우리나라 최대의 수출품목이다. 아울러 향후 10년, 20년 후에도 우리 경제를 먹여 살릴 핵심 성장동력으로 그 역할을 제대로 해 낼 것이라는데 큰 이견이 없다.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반도체가 무엇인지, 또 어떠한 용도로 사용되는지, 얼마나 중요한 부품인지에 대해서는 일반 국민의 이해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반도체라는 용어를 들어 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 만큼 한국 경제 발전에 기여했습니다.”
반도체는 한마디로 정보화 혁명을 가능케 하는 기술적 대들보다. 특히 부존자원이 거의 없이 인적자원의 고급화를 대외 경쟁력의 관건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 우리의 경제 여건상 최적의 산업이다.
“우리 반도체인들은 2015년 세계 2위로 도약하는 중장기 목표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전략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한국반도체의 장밋빛 미래는 꿈꾼다고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협회는 업계의 모든 역량을 결집해 목표가 실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나갈 것입니다.”
◆시스템IC 2010사업
시스템반도체는 한국 반도체업계의 목표인 세계 2강 실현의 열쇠를 쥐고 있다. 분위기도 좋다. 모바일·디지털가전 등을 중심으로 국내 기술력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기반이 미약한 시스템반도체 산업의 성장촉진을 위해 1998년 시작된 ‘시스템IC2010사업’은 한국이 시스템반도체 기술 기반을 다지는데 큰 힘이 됐다는 평가다.
산·관·학·연이 모두 참여하는 국내 최대 규모 반도체 연구개발 프로젝트인 ‘시스템IC 2010 사업(사업단장 김형준)’은 과학기술부·산업자원부와 100여개 산·학·연 기관이 협력해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2010년 세계 시스템 반도체 분야 3위 달성 및 글로벌 반도체 설계·제조거점화’다.
이 프로젝트는 황무지인 국내 시스템 반도체 산업에 씨앗을 뿌려, △한국형 CPU(에이디칩스·삼성전자) △3차원 영상가속칩(KAIST) △DMB코어(KETI·삼성종기원) △카메라폰용 컨트롤러칩 개발(코아로직) 등의 결실을 거뒀다. 또 △DTV 핵심 수신 SoC(삼성전자) △실감형 미디어를 위한 DSP(자람·펄서스) △PLC용 SoC(젤라인) △차량용 LCD 컨트롤러(이디텍) △신개념 패널 인터페이스(TLI) △체성분 분석칩(바이오스페이스) 등 핵심제품 등의 개발이 진행 중이다. 또 사업의 또 하나의 목표인 시스템 반도체용 장비·재료 국산화 성과도 주목할 만하다. 삼성전자·하이닉스·서울대·KAIST 등이 나노급 최첨단 공정·배선 기술 및 핵심물질을 개발했으며, 주요 장비업체가 300㎜·나노공정에 사용하는 전공정 장비 개발에 성공했다. 또 300㎜ 실리콘 웨이퍼 및 EPI 웨이퍼, 첨단 반도체 패키징 기술 등도 이 사업을 통해 나타난 성과다.
김형준 시스템IC2010사업단장은 “한국에는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가 있을 뿐만 아니라, 고도로 숙련된 설계 및 개발 인력을 보유하고 있고 시스템반도체의 수요기반이 되는 휴대전화, 디스플레이, 디지털 TV 등을 생산하는 시스템 업체가 많다”며 “시스템IC2010프로젝트는 이러한 국내 기반을 서로 융합시켜 주는 역할을 충실히 해 왔으며, 내년부터 진행되는 3단계 사업을 통해 그 동안의 개발 성과를 상용화로 연결하는 수확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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