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엊그제 한명숙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부품소재발전위원회에서 세계시장 선점이 가능한 모듈 부품과 원천기술이 확보된 차세대 첨단소재 개발 등 차별화된 연구개발(R&D) 지원시스템을 구축해 부품소재 중핵기업을 육성해 나가는 방안을 확정했다고 한다. 이것저것 백화점식이 아니라 선택과 집중을 통한 부품소재 육성에 나선 것은 무엇보다 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방향 설정이라고 본다. 부품소재 분야의 글로벌 경쟁여건이 부품 단위에서 모듈 단위로 전환된데다 기술 선점 효과가 큰 핵심소재 분야는 거대 소수기업이 독과점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정부는 또 1000억원 규모의 부품소재 전문펀드를 조성해 사업화 초기단계에 있는 기업을 집중 지원하고, 시장 자율적으로 기업규모를 확대할 수 있게 인수합병(M&A) 절차 간소화 등 M&A 활성화 여건을 만들기로 했다. 이와 함께 미래 신산업 육성과 글로벌 기술 리더십 확보 차원에서 융합 부품소재 발전방안도 범정부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하나같이 우리 부품소재 산업 현실에 맞고 꼭 필요한 육성 방안들이다. 이런 방안들이 제대로만 추진된다면 자금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 틀림없다.
우리 부품소재 산업은 선진국 대비 낮은 기술역량으로 핵심 부품과 소재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주력 산업의 수출확대가 부품소재 수입을 유발하고, 그것도 대일 무역 역조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은 이미 잘 알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그동안에도 부품소재 산업 육성은 우리 경제의 핵심 과제였고, 관련 특별법까지 만들어 기술개발과 국산화를 지원해 왔다.
물론 정부의 자체 평가대로 최근 부품소재 분야 무역흑자를 비롯해 일부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거뒀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국내 생산에 투입되는 일본 부품소재 비중이 약간 줄었다고 해도 핵심 부품소재는 여전히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 최근엔 우리 중소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범용부품 분야에서마저 중국의 추격이 본격화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걱정이다.
그런 측면에서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가 마련해 부품소재발전위원회에서 확정한 이번 방안은 종전과는 다른 의미를 지닌다. 특히 부품소재기업 수를 늘리기보다는 이제부터 세계에서 경쟁할 수 있는 덩치나 능력을 갖춘 업체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계획이어서 기대를 갖게 한다.
문제는 관련 부처들이 지원 대책을 내놓았다고 해서 핵심 부품소재가 곧바로 국산화되고 또 세계적으로 기술 선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정 규모의 업체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계획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실천에 옮기느냐에 달려 있다. 기술개발과제나 사업화 단계에 공급되는 자금이 반드시 장래성이 있고 경쟁력 높은 기술을 보유한 업체들에 배정돼 실질적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운용되지 않으면 안 된다. 전시효과를 노려 옥석을 제대로 가리지도 않고 퍼주기식 지원을 하는 일은 결코 있어선 안 된다. 따라서 부품소재 기업이 보유한 기술과 사업전망을 정말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통해 유망기업에 집중적으로 자금을 투입해야 최대의 효과를 올릴 수 있다.
부품소재 기업들도 정부에 지나치게 기대지 말고 핵심기술력 확보를 위한 인력 양성과 연구개발비 확대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가 아무리 지원을 잘해도 기업이 원천 기술력이나 품질과 성능 등에서 우위를 유지하지 못하면 시장경쟁에서 뒤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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