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가격 산정, 정부·업계·학계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전자신문사가 주최하는 국내 정보기술 분야 산·학·관·연 전문가 모임인 정보통신미래모임(회장 정태명)은 지난 29일 서울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소프트웨어 가격, 어떻게 정할 것인가’를 주제로 5월 정기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정부 관계자뿐 아니라 50여명의 업계 인사가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참석자들은 SW가격 산정 방식이 지나치게 형식적으로 치우쳐 업계의 기술 노력이 인정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 동의했다. 또 이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대안을 제시했다.
박재문 정보통신부 소프트웨어진흥단장은 연사로 나와 현재 국내 SW가격 산정 문제점과 정부의 노력을 설명하는 데 장시간을 할애했다. 함께 나온 이승은 소프트웨어진흥원 소프트웨어공학센터 소장은 패키지SW·SI솔루션·유지보수 등 SW 유형별 가격 결정 방식 설명과 함께 배경에 대해 상세히 소개해 주목을 받았다. 또 양유석 중앙대학교 교수, 윤송이 SK텔레콤 상무, 김학훈 날리지큐브 사장, 백원인 현대정보기술 사장 등 학계와 업계 인사가 패널로 참석해 각자의 위치에서 판단하는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박재문 단장은 최근 SW산업이 IT 분야의 핵심 인프라로 부각하고 있지만 굴곡된 가격 산정 체계가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며 이를 개선하는 데 온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단장은 “현재 문제의 발단은 발주자와 SI업체의 SW가격 인식이 희박하기 때문”이라며 “이렇다 보니 직접 개발하는 중소기업이나 SW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인력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 정통부는 조달청·행자부 등과 협의중”이라며 “일례로 조달청에서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최저가 입찰에서 벗어나 중앙값·최빈값 등을 적극 고려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SW가격 현실화를 위해 업계와 학계의 도움을 적극 주문했다. 그는 “SW의 경우 가격보다는 품질을 보고 구매한다는 인식 전환이 급선무”라며 “이를 위해 패키지 SW, SW개발사업, 유지보수 등 SW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 각계의 의견을 적극 수용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상은 소장도 “현행 SW사업 대가는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제22조에 따른 것이지만 ‘적정한 수준’이라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매우 모호하게 묘사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공공발주 시 ISP수립비, SW개발비, 유지·보수비 등 가격 항목을 명확히 하고 기능 점수를 적극 반영하는 등 가격 산정 체계화를 위해 노력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양유석 교수는 “패키지 제품은 시장이 어느 정도 기능하지만 IT서비스 분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 거래가 만연돼 있는 것이 문제”라며 “정부는 대·중소기업 상생을 위한 토대 마련도 중요하지만 적극적인 시장 개입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참석자들은 정부의 SW가격 산정 방식도 문제지만 IT서비스 사업 시 덤핑 문제, 유지보수율이 지나치게 낮게 책정된 것 등 해결해야 할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사회 전반적인 인식이 ‘기술’이라는 무형의 가치를 ‘가격’이라는 산술적 잣대로 획일화하려 한다는 데 있다는 것.
윤송이 SK텔레콤 상무는 “외국 사례에서 보듯 유연성과 무형의 가치 인정이 가장 중요하다”며 “하지만 현재 시스템은 서비스 기간과 인력이 얼마나 투입됐느냐를 기반으로 한 수량적 가치에 너무 치우쳐 있다”고 설명했다.
김학훈 날리지큐브 사장도 유연성에 대해 동감하며 현 제도는 SW업체를 신뢰하지 않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사장은 “가격 산정에는 객관적 기준과 함께 업계가 공감하는 적정한 기준이 포함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밖에 현재 CMII 등 외국에서 유래한 SW인증제도도 문제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백원인 현대정보기술 사장은 “CMII 인증은 외국 기업의 미국 진출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어서 한국 실정에 맞지 않는다”며 “차라리 GS인증 등 국내 인증 체계에 기술 점수를 적극 반영하는 신토불이식 제도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감한 문제인만큼 참석자들의 의견 제기도 어느 때보다 활발했다. 오재인 단국대학교 교수는 “SW가격은 지나치게 깎다 보면 순간적으론 이익으로 보이지만, 사업과 업계가 동반 부실화되는 문제를 낳을 수밖에 없다”며 “이와 함께 제안비용 지원과 제안서 분량 제안 등 세심한 지원도 고려해 봐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오재철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사장은 “하자보수와는 별도로 유지보수는 기본적으로 유상이라는 개념이 확산돼야 업계가 살아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래모임 회장인 정태명 교수는 “SW를 개발해 봐야 제대로 된 대우를 받을 수 없다는 생각이 확산되면서 지난해 일부 대학에선 공대 인원 100여명 중 3명만 SW 분야에 지원하는 등 산업의 동반 부실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SW산업 붕괴는 결국 IT산업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IT부실은 우리나라 미래를 어둡게 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정훈기자@전자신문, existen@
◆주제발표◆
SW가격 어떻게 산정할 것인가
발표: 박재문 정보통신부 소프트웨어진흥단장
SW도 제품인만큼 가격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정부에서도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제도 문제로 관련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SW기술자는 10년 이상 종사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돌고 이 분야를 지원하려는 학생들도 점차 줄고 있다.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SW는 일반적으로 패키지, IT서비스 사업, 임베디드 솔루션 사업 세 가지로 구분된다. 이 중 패키지 SW는 정부가 조달청을 통해 구매하게 되는데 최저가라는 조달 단가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통부는 조달청과 양해각서를 교환하고 최빈가, 중앙값 등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답변을 얻었다.
IT서비스 사업에는 컨설팅 단계, SW개발 단계, 유지보수 단계 세 가지가 있다. 이 분야 가격은 모두 다르다. 하지만 현재 평가 기준이 모호해 제대로 된 가치 결정이 안 되고 있다. 업체들의 불만이 가장 많은 기술 평가 기준을 대폭 강화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또 유지보수는 현재 기획예산처와 협의 아래, 외국에는 못 미치지만 10% 이상 반영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임베디드 솔루션은 주로 업체들 간 거래가 이뤄지고 있어 정부가 개입하기 힘들다. 하지만 각 업계의 요구가 많은만큼 문제 의식을 공유하게 했다. SW진흥단이 구성된 지 얼마되지 않지만 많은 업체로부터 여러 의견을 듣고 있다. 앞으로도 협조 바란다.
◆패널 발표 ◆
◆주제: SW대가 기준과 해외 현황
발표: 이상은 정보통신부 소프트웨어진흥원 공학센터 소장
정부는 SW가격 산정 시 우수 소프트웨어가 우대받을 수 있도록 GS인증 등 다양한 기준을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협상력에 의해 SW가격이 내려가는 문제는 지적돼야 한다. 이 분야에는 외국의 사례를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나 영국의 경우 벌써 10여 년 전부터 SW가격 규모 산정과 기능 점수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만큼 체계적이다. 국내도 기능 점수를 우선시하고 있지만 아직 미흡하다. 이 부분은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SW 가격은 합리적인 기준이 중요하다고 본다. 사실 지금은 전체 사업 규모만 산정할 뿐 개발, 유지보수 등 세부 요소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 이 때문에 정부는 ISP수립비, 유지·보수비, SW개발비 등 각 분야를 나눠 제대로 된 가격 받기를 지원할 방침이며 현재 시행 중이다.
SW가격이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 업계가 원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한 것이 사살이다. 향후 추진 과제는 비용 산정 모델 구축이다. 공공 부문 SW비용 산정 시 결과를 검토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다. 또 유비쿼터스 등 SW환경 변화가 급격한 만큼, 기술 변화 부문에 가격에 적극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주제: SW가격 산정과 정부의 노력
발표: 양유석 중앙대학교 국제 대학원 교수
시장 가격 형성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할 때가 있다. SW분야도 다양하다. 패키지 SW의 경우 소비자가 개입하는 만큼, 어느 정도 시장 형성이 된다. 문제는 IT서비스 등 정부와 기업이 충돌하는 시장이다. IT서비스 사업의 경우 대부분 발주는 정부가 돼 시장 가격이 체계화되기 힘들다. 또 IT서비스 시장은 국내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어 건전한 시장가 형성이 어렵다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2004년부터 이런 불공정거래에 대한 지적을 해왔다. 하지만, 아직 개선된 것이 없다. 정부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상생이야기만을 한다. 실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협력은 요원한 것이 현실이다. 물론 정부 개입이 좋은 것은 아니다. 외국은 가격의 정부개입을 터부시하고 있다. 이는 SW분야 공정 거래가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기준이 모호한 국내의 경우 좀 더 강력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해 보인다. 자율과 규제를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는 말이다.
또 현재 SW가격 산정은 지나치게 공급자 측면에서 결정되는 것도 개선돼야 한다. 공급자들의 공통된 인식은 생산 원가 만을 따질 뿐 이후 파급효과는 고려하지 않는다. 하지만, SW는 부가가치가 엄청난 사업이다. 2억원의 투자로 2조원 정도의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면 그만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
◆주제: 파급효과 등 무형의 가치 인정을
발표: 윤송이 SK텔레콤 상무
외국은 스프레드 쉬트 SW가격이 기능에 따라 기준이 100가지가 넘는 등 유연성이 뛰어나다. 하지만, 국내는 너무 정형화됐다. SW능력이 다양한 적용성인 만큼, 이를 가격에 최대한 반영해야한다. 외국 회사는 가격이 다양하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우리나라 SW가격 산정 문제는 몇 명이 몇 시간이나 SW개발에 관여했는지를 고려하지 않는다. 물리적인 결과만을 참조할 뿐이다. 이 때문에 유능한 인원들이 금융권이나 이른바 ‘잘나가는 직종’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런 문제는 학교 교육 부실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학교에서 SW를 전공하고자 하는 학생은 거의 없다.
그럼 국내 SW산업을 어떻게 부활시킬 것인가? 답은 간단하다. 여러 가지 대안을 인정하는 것이다. 기업들은 아파치와 같은 무료 SW가 뛰어나지만, 쓰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유지·보수를 받을 주체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격이라기보다 기업들에게 어떤 대안을 제공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정부도 이점을 인식해야 한다. 관련 SW 개발, 기간 등이 아무리 짧다고 해도 SW가 몰고올 향후 파급효과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 즉 무형의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형의 가치와 함께 SW에 대한 유연한 사고도 필수적이다.
◆주제: 수요자와 공급자의 인식 변화.
발표: 김학훈 날리지큐브 사장
현행 SW가격 산정 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부문은 구매 발주 단계다. 현재 제도는 사람을 못 믿게 하고 있다. SW는 적당한 유연성이 필요한데도 말이다. 공무원의 경우 구매할 SW가 정해져 있어도 경쟁 입찰 등과 같은 형식을 취해야 한다. 또 일반적인 SW가 아닌 다른 제품을 구매할 당시 성능 입증과 함께 문제 발생시 일정 부분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이 때문에 입찰 비리와 덤핑이 생기는 등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물론 적정한 기준이 필요하지만, 이 기준은 상황에 따라 유연해 질 필요가 있다. 기술이나 향후 파급 효과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다. 때론 사람이 느낌이 중요할 때도 있다. 현재 제도는 너무 경직돼 있어 SW의 유연성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SW는 체계화되지 않는 무형의 요소가 상당부문 존재한다. 정부가 이점을 적극 인식해 향후 기술 점수 등에 반영하기 바란다.
또 업계도 제값받기 위해 시각과 마인드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 제품 개발 업체의 경우 시각 전환과 관련, SW개발 시 제값받기 위한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지원해야 한다. 이 부분이 고쳐지지 않으면 외국 SW를 이기기 힘들다. 하자·보수는 정해진 기간이 없다. 업계의 노력이 필요하다.
◆주제: SW가격 산정 시 인증 문제
발표: 백원인 현대정보기술 사장
SW가격 산정 시 개발자 경비는 담당자 경비에도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이점은 분명 개선돼야 한다. 특히, ISP와 같은 부분은 시니어 컨설턴트만이 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정한 가치 산정이 필수다.
이와 함께 CMII 등 현재 정부가 인증하는 레벨 인증 제도를 없애야 한다. 차라리 GS 인증 제도처럼 한국화 된 제도가 필요하다. 정부 시장이 전체 SW 분야에서 35%를 차지하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 여부에 따라 국내 SW산업의 사활이 걸린 것이 사실이다.
또 SW개발 시 소유권이 정부에 귀속되는 문제도 다시 한번 고려해야 한다. 정부도 이걸 재활용해 팔 수 있지만 실제 그냥 보유하고 있는 수준이다. 미국, 일본의 경우 개발자에게 SW소유권이 있다. 이 때문에 이를 활용한 업그레이드 버전 등 가격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한창 진행 중이다. SW가격 산정 방식도 문제지만 활용 방법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
유지·보수 부문 개선은 SW가격 현실화를 위한 첫 번째 과제다. 현재 IBM, 오라클 등 글로벌 기업의 경우 유지·보수로 벌어들이는 이익이 전체의 60%에 달한다. 결론은 유지·보수료를 현실화해야 SW산업이 살아난다는 것이다. 구매가가 아닌 시장 가격의 20% 이상을 유지·보수료로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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