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PC 시장서 가격은 날개 잃었다

 ‘날개없는 추락.’

지난해 2분기부터 시작된 미국시장의 PC 가격 하락세가 바닥 낮은 줄 모르고 떨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노트북과 데스크톱 PC 가격이 급락해 각각 1000달러와 500달러 이하 제품이 등장하는 등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노트북 PC의 경우는 지난해에 비해 18.5%나 가격이 떨어지는 등 노트북이 전체적인 PC 가격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아직도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북미시장은 당분간 생산자에게 헤어나기 힘든 출혈판매의 늪이 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가트너의 찰스 스멀더스 애널리스트는 “더 심한 가격 경쟁이 예상된다”며 이같은 현상이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점칠 정도다.

◇에이서 가격하락 불붙여=NYT는 PC가격 하락이 본격화한 것은 지난해 대만 PC 업체인 에이서가 미국 시장에 재진입하면서부터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에이서의 미국 시장에서의 목표는 가능한 한 빨리 상위 PC 벤더로 자리잡는 것이며, 이를 위해 저가정책을 펼쳐 시장점유율을 늘리기로 했다.

에이서가 저가정책을 들고 나오자 다른 PC 업체들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미국 유통업체인 오피스디포에서 최근 HP 컴팩 프리자리오 데스크톱의 경우 512MB 램, 100GB HDD 등이 내장된 PC를 300달러에 판매했다. 에이서 미국 판매 부사장인 마크 힐은 PC의 원가만도 400달러라며 최근 가격은 비정상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에이서는 이같은 이상한 가격정책으로 올들어 점유율을 1% 올렸다.

◇노트북 판매 늘어=노트북 가격도 일부 애널리스트들의 예상과 달리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커런트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지난 4월 노트북의 평균가격은 전년대비 18.5% 떨어진 963달러로 기록됐다. 심리적 마지노선인 1000달러 밑으로 떨어지자 노트북 판매는 날개를 달았다. 시장조사 업체인 커런트 애널리시스의 사미르 바나니 디렉터는 올해 노트북 판매가 지난해에 비해 30% 이상 늘었고, 60%에 이르는 노트북이 1000달러 이하에 팔렸다.

◇프로세서 경쟁도 한몫=PC 가격 하락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CPU 공급업체인 인텔과 AMD간의 경쟁이다. CPU 왕좌를 지켜왔던 인텔이 최근 AMD에게 조금씩 자리를 내주고 있다. 가트너는 지난 1분기에 인텔의 인텔의 시장점유율이 77.9%로 80%를 밑도는 이변을 보였다.

인텔은 시장 점유율을 되찾기 위해 저가정책을 내세우는 등 온힘을 기울고 있고, 이에 따라 PC 업체들은 이들의 경쟁관계를 PC 가격 낮추기에 이용하고 있다.

◇수익성은 악화=가격이 폭락하면서 판매량은 늘었지만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 커런트의 바나니 애널리스트는 “노트북 PC의 판매량은 37% 늘었지만 매출은 겨우 15.5% 늘었다”고 설명했다. 데스크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유통업체들은 지난 5월까지 판매량이 전년 대비 14.8% 늘었지만 매출액은 4% 줄었다. 판매된 컴퓨터의 절반이 500달러 이하였기 때문이다.

전경원기자@전자신문, kw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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