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스톡옵션 문제로 `지배권` 이슈 부각

 최근 미국 증시에서 IT업체의 비정상적 스톡옵션 증여비리 혐의가 포착돼 조사에 들어가자 불똥이 미국 기술산업의 본산인 실리콘밸리로 튀면서 지배권(거버넌스) 이슈가 부각되고 있다. 일부 학자와 분석가 사이에서는 거품붕괴 이후 타 산업과 달리 도덕적 명성을 잃지 않은 채 닷컴 붕괴의 소란에서 빠져나온 실리콘 IT기업에 대한 자성론까지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현지시각) 미국 증권거래소(SEC)가 실리콘밸리의 상장 IT 기업 10여곳이 스톡옵션 부여 시점을 조작해 경영진들이 부당한 이익을 얻도록 했는지를 조사하면서 실리콘밸리 기업에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사를 받고 있는 업체는 반도체 업체 KLA-텐코, SW 업체 오픈웨이브, 네트워크 장비업체 주니퍼 네트웍스 등 10여곳이다.

◇<>기업의 내부 지배력 평가해야=스톡옵션 문제는 지난 3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실리콘밸리 소재 일부 상장 IT기업이 스톡옵션을 이상한 시점에 부여한 사례를 보도하면서 제기되기 시작했다. 일부 기업은 그들의 주식 가치가 낮을 때 스톡옵션을 부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일이 주주들에게 공개되지 않고 이뤄졌다면 이는 심각한 법적 논란과 함께 지배권 유지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헨리 후 텍사스대 로스쿨 교수는 실리콘밸리 기업의 빠른 성장이 느슨한 지배 문화에 기여해 왔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매우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에서는 지배구조가 함께 성장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닷컴 붕괴의 결과로 다른 산업들은 도덕적 스캔들을 겪었고 투자자들은 수십억달러를 잃었지만, 실리콘밸리의 IT기업들은 윤리적 명성을 거의 잃지 않은 채 닷컴 붕괴의 소란에서 빠져 나왔다.

이제 학자와 분석가들은 기업의 내부 지배력에 대해 평가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데이비드 라커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번 스톡옵션 문제에 대한 주식 시장의 반응은 기업들이 더 나쁜 일을 해 왔을지도 모른다는 투자자들의 우려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폭넓은 지배권 및 경영진 변경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스톡옵션 과거처럼 남용 못할 것=스톡옵션 부여는 흔한 일이지만 실리콘밸리에서는 특별한 중요성을 갖는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주가가 엄청난 가격으로 올라야 가치를 인정받기 때문에 실리콘밸리의 신생기업에 일하러 오는 경영진과 직원에게는 스톡옵션이 좋은 보상법으로 여겨져 왔다.

스톡옵션 문제에 대한 최근의 폭로가 있기 전에도 실리콘밸리에서 스톡옵션의 전성기가 끝났다는 징후는 있었다.

한편 미국이 기업 회계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제정한 사베인-옥슬리법은 올해부터 스톡옵션 비용을 기업 보고서에 포함시키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 이사회는 스톡옵션을 더 이상 1990년대 인터넷 붐 시절처럼 사용할 수 없을 것으로 FT는 분석했다.

라커 교수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시간과 돈의 대부분을 기술 혁신에 쏟는다”며 “기술 장벽을 넘어서지 않는다면 그 기업은 끝”이라고 말했다. 정소영기자@전자신문, s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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