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엔씨소프트 대표이사 김택진

엔씨소프트 김택진(39) 사장을 빼놓고 국내 온라인게임 산업과 시장을 논하긴 힘들다. 그는 ‘리니지’로 MMORPG의 신화를 창조했으며 국내외 개발자들의 사고 자체를 패키지에서 인터넷 멀티플레이로 바꿔 놓았다.

그리고 김 사장은 일찌감치 해외로 눈돌려 ‘글로벌 비즈니스’를 꾸준히 추진해 국내 업체들의 사업 방향에 많은 영향을 줬다. 이제 그는 ‘아이온’을 필두로 미래 온라인게임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향후 10년을 책임지겠다고 공언했다. 또 내년엔 웹 2.0 기반의 게임 플랫폼을 발표하고 검색 서비스도 포함시킬 예정이라고 말해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아이온’은 MMORPG가 도전해야 할 다음 과제를 해결할 해결사입니다. 바로 상호작용, 인터랙션이죠. 이것은 다른 문화가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것입니다. 특히 이번 작품으로 유저가 능동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새로운 콘텐츠를 형성하리라 믿습니다.”

미국 로스엔젤리스의 한 식당에서 만난 그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엔씨소프트의 야심작 ‘아이온’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눈빛마저 달라졌다. 그만큼 이번 작품에 대해 김 사장이 거는 기대와 관심이 크다는 것이다.

# MMORPG 새로운 붐업 조성한다

‘아이온’이 지니는 의미가 비단 엔씨소프트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리니지 2’ 이후 MMORPG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할 작품이 뚜렷하지 않고, 대작으로 기대를 모았던 게임들이 뾰족한 묘수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온’의 등장은 업계 관계자나 유저 사이에서도 큰 이슈가 될수 밖에 없다.

게다가 엔씨소프트가 해외 온라인시장 개척의 결정타를 날릴 작품이 될 것이냐도 궁금한 사항이다. 분명 ‘길드워’나 ‘시티오브히어로’가 선전은 하고 있으나 온라인게임에 여전히 미덥지 못한 시각을 드러내고 있는 해외 업체들에게 ‘한방 먹일 카운터 펀치’가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해외 게임회사들은 PC나 콘솔 등 패키지 중심으로 시장이 흘러가길 바라는 경향이 짙다며 차세대 게임기들의 인터넷 멀티플레이 강화 전략은 ‘만약을 위한 대비’ 수준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신도 패키지가 지니는 여러가지 장점을 부인하고 외면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대는 온라인으로 변화되기 마련이라고 단언했다. 또 국내 업체들의 온라인에 특화된 기술과 노하우는 감히 세계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세계화·현지화로 경쟁력 강화

“저희는 2000년에 미국 현지법인을 세웠고 그 다음 해에 리차드 게리엇을 영입했습니다. 또 로컬라이징을 극대화하기 위해 개발 스튜디오 엔씨오스틴을 만들었어요. 북미 시장 개척의 중요함은 초창기부터 생각해왔습니다. 글로벌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바로 온라인게임으로 말이죠.”

세계 곳곳에 지사와 법인, 개발 스튜디오를 두고 있는 엔씨소프트는 말 그대로 글로벌 기업이다.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핵심 개발자로 구성된 아레나넷을 인수한 것도, ‘시티오브히어로’의 퍼블리싱 계약을 한 것도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엔씨재팬, 엔씨소프트유럽, 엔씨타이완, 엔씨트루 등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건설했으며 최근에는 합작 법인 엔씨시나의 지분을 전량 인수해 자회사 엔씨차이나로 강화시켰다. 또 김 사장은 조만간 시애틀에 개발 스튜디오가 더 늘어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길드워’나 ‘오토어썰트’ ‘시티오브빌런’ 등의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지 근 일년이 지나며 미래를 내다 본 혜안의 결과들이 이제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아이온’을 세계 최초로 E3에서 공개하고 일본에서 유명한 뮤지션 양방언씨에게 음악을 맡긴 점도 글로벌 프로젝트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그리고 이를 진두지휘하는 사람이 바로 김택진 사장이다.

# 가상공간 재패가 곧 ‘승리’

김 사장은 온라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털어 놓았다. 이 세상의 모든 엔터테인먼트는 공급자가 일방적으로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이상을 넘지 못하지만 온라인게임은 다르다고 말했다. 특히 MMORPG는 유저가 가상의 공간에서 직접 생활하는 것과 다름이 없기 때문에 그 가치는 값을 매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문화를 영유하는 유저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적극적으로 참여를 원하는데 기존의 형태로는 이런 욕구를 채울 수 없다며, 거실의 터줏대감인 TV 조차 양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고 지적했다.

“내년 하반기 즈음해서 저희가 새로운 개념의 게임 플랫폼을 발표하려고 합니다. 플레이엔씨처럼 여러 개의 게임을 하나로 묶는 파티가 아니라 게임과 연관된 모든 것을 아우르는 형태입니다. 여기에 검색 서비스도 추가되죠. 이 분야의 전문가를 찾기 위해 몇 년 동안 고생 많이 했습니다. 하하하….”

그의 말대로 온라인게임과 관련 콘텐츠를 하나의 테두리로 묶는 플랫폼이 완성된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 온라인게임 산업에 다시 혁명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김 사장은 어린 시절 누구나 꿈꿨던 이상향이 온라인게임에 모두 있다며 이러한 가상 공간은 대리 만족, 미래의 엔터테인먼트를 넘는 다른 삶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눈에 보이지 않는 사이버 스페이스를 재패하는 업체와 유저가 승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아이온’으로 4년만에 돌아온 엔씨소프트. 그는 지금 온라인게임 유저들의 가슴에 뜨거운 불을 지르고 있다.

<김성진기자 har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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