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세계 게임시장의 트렌드를 짚어볼 수 있는 세계 최대 게임 전시회인 ‘E3 2006’이 3일간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지난 12일(현지시각) 오후 미국 LA 컨벤션센터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개최국인 미국을 비롯해 한국, 일본, 유럽 등 전 세계 80여개국, 500여개업체가 무려 1000여종의 게임을 선보인 이번 E3는 풍성한 신작 발표와 굵직굵직한 뉴스가 이어지며 사흘 내내 세계 게이머들과 관련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IT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컨버전스(융합)의 영향 탓인 지 플랫폼의 컨버젼스와 장르의 컨버젼스 현상이 게임시장의 대세임을 다시한번 증명했다.
# 콘솔 ‘빅3’ 총성없는 전쟁
세계 콘솔 게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일본의 소니, 닌텐도 등 3사는 이번 E3에서 그야말로 ‘총성없는 전쟁’을 벌였다. 작년에 MS의 X박스360 출시로 기선을 제압당한 소니와 닌텐도는 나란히 ‘PS3’와 ‘위(Wii)’를 전면에 내세워 대반격에 나서자, MS는 세계 IT계의 거목 빌게이츠 회장까지 직접 나서 맞대응, 주목을 끌었다.
세계 콘솔 시장의 최강자인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의 세번째 모델인 ‘PS3’와 일부 타이틀을 집중 부각시켰다. 올 11월경 발매 예정인 PS3는 고선명(HD) 화질과 사람의 실제 동작처럼 부드럽게 재현되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관람객들의 발길을 잡았다. 그러나, 소니측이 X박스360에 비해 100 달러 이상 비싼 고가 전략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었다.
소니에 맞서 MS는 기존 X박스360을 PC와 휴대폰 등과 연동해 즐길 수 있는 ‘라이브 애니웨어’(Live Anywhere)’ 서비스를 들고 나와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행사장을 직접 찾은 빌 게이츠 회장은 “언제 어디서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에앞서 그는 개막전 브리핑에 “경쟁사 제품이 시장에 진입하기 전에 X박스360을 1000만대 이상 판매하고 타이틀도 160개 이상 내놓겠다”고 말했다.
휴대용 콘솔 최강자이면서도 가정용 콘솔 시장에서 소니와 MS에 완전히 밀려난 닌텐도는 그동안 절치부심 준비해온 차세대 게임기 ‘위(Wii)’와 20여종의 타이틀을 선보이며, 일약 이번 E3의 히어로로 급부상했다. 위는 특히 유저가 빈 공간에 손을 휘두르면 이를 감지해 게임에 반영하는 체감형 무선 조종기 등 주변 장치까지 선보여 집중 조명을 받았다. 현지 전문가들은 “위가 지원 SW만 충분히 확보한다면, X박스360이나 PS3와 충분히 경쟁할만하다”고 강조했다.
# 온라인 ‘메인 플랫폼’ 부상
E3쇼는 전통적으로 콘솔·PC 등 패키지 관련 제품이 주류를 이루는 전시회다. 그만큼 세계 게임 시장의 본류는 패키지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태동한 네트워크 기반의 MMO게임이 이번 E3쇼를 계기로 게임시장의 차세대 트렌드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
특히 전통적으로 패키지 게임에 주력했던 세계적인 게임명가들이 약속이라도 한듯 일
제히 개발중인 온라인 게임을 쏟아내며 말그대로 ‘메가 트렌드’를 형성했다.
미국의 세계적인 게임업체인 EA는 네오위즈와 공동 개발한 ‘피파온라인’을 전면에 내세웠으며, 비벤디유니버설게임스는 미주 시장에 퍼블리싱할 한국산 온라인게임 ‘프리스타일’을 간판으로 내걸었다. 그런가하면 미식엔터테인먼트는 2007년을 겨냥한 정통 MMORPG ‘워해머온라인’을 공개해 주목을 끌었으며, SOE·세가·캡콤·남코·스퀘어에닉스 등 내로라하는 콘솔 명가들이 하나같이 온라인 게임을 전면에 부각시켰다.
온라인게임의 세계적인 붐업의 일등 공신인 블리자드는 ‘WOW’ 확장팩 ‘불타는 성전’의 전모를 공개해 전세계 600여만명의 ‘WOW’ 유저들을 흥분시켰다. ‘스타크래프트’ 개발자로 국내서도 잘 알려진 빌로퍼를 주축으로한 플래그쉽스튜디오는 올 4분기 오픈 목표로 개발중인 ‘헬게이트 런던’의 플레이 동영상과 새로운 종족 등을 선보이며 E3 2005에 이어 이번에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빌로퍼는 현재 공정율이 70%대라고 밝혀 출시가 가시권내 들어왔음을 시사했다.
# 온라인·모바일은 ‘한국이 선진국’
세계 온라인 게임 분야를 주도해온 대한민국의 게임업체들은 이번 E3 2006에서도 ‘종주국 위상’을 마음껏 과시했다. 이번 E3에선 세상에 첫선을 보이는 작품들이 유난히 많아 연일 화제를 뿌렸다. 선두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출시한 ‘길드워 챕터2’를 시작으로 ‘오토어설트’ ‘타뷸라라사’ ‘던전러너’ 등 국내외 개발작들을 대거 선보였다. 특히 ‘리니지2’ 이후 첫 자체개발 MMORPG인 ‘아이온’을 깜짝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국내업체로 최대 규모로 참여한 웹젠은 차기작 ‘썬’을 필두로 PC온라인과 콘솔시장을 동시에 겨냥한 MMOFPS ‘헉슬리’ ‘위키’등으로 관람객들과 외신 기자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으며, 독립 부스로 처음 참여한 예당온라인은 차기작 ‘프리스톤테일2’와 중국 등 중화권에서 폭발적인 인기몰이중인 댄스게임 오디션 등으로 만만찮은 호응을 얻었다.
G스타조직위원회 주관하에 ‘공동관’을 통해 E3에 참여한 네오위즈·한빛소프트 등도 국내서 인기리에 서비스중인 ‘알투비트’ ‘그라나도에스파다’ 등으로 주목을 받았다. 모바일 부문에서도 게임빌·이쓰리넷 등이 신선한 아이디어와 만만찮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차기작을 잇따라 공개하며, 현지 바이어들로부터 집중적인 러브콜을 받았다.
# 게임시장 새 키워드는 ‘컨버젼스’
“엔터테인먼트 네트워크를 통해 수 백만 명에 달하는 X박스360 게이머와 세계 PC온라인 게이머, 모바일 게이머들을 하나로 연결하겠다.” 윈도 창시자 빌게이츠가 이번 E3를 겨냥해 공언한 말이다. 그의 말처럼 콘솔, PC, 모바일 등 다양한 플랫폼이 하나로 연동되는 플랫폼의 융합, 즉 컨버젼스가 게임시장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음이 이번 E3에서 그대로 증명됐다.
다른 플랫폼으로의 콘텐츠 이식 뿐만아니라 다른 플랫폼 유저간의 자유로운 플레이와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진 것. 이에따라 웹젠의 ‘헉슬리’ 처럼 PC·온라인과 콘솔 등 두개 이상의 플랫폼용으로 동시에 게임을 개발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의 컨버젼스와 함께 장르의 컨버젼스도 매우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플랫폼의 등장으로 세계 게임 시장 트렌드가 엄청난 변화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음이 이번 E3 2006을 통해 다시한번 증명됐다”고 입을 모았다.“캐주얼 게임에 주력하고 있는 넥슨과 닌텐도는 게임철학이 비슷해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여지가 많습니다.”
넥슨의 공동대표인 데이비드 리 사장은 캐주얼 게임의 중요성을 크게 강조했다. 이번 E3 2006에서 소니와 MS, 닌텐도가 경쟁적으로 컨퍼런스를 열어 차세대 게임기를 선보였는데 자신은 닌텐도의 철학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쉽고 간단하며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것이 진정한 게임이며 닌텐도의 위와 닌텐도DS가 결국 콘솔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PC온라인게임에서 넥슨의 색깔은 캐주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부분에서 닌텐도와 공통 분모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넥슨은 올해부터 미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최근 넥슨아메리카를 새롭게 설립하고 대표이사도 선임해 조직을 구성하고 있어요. 현재 ‘메이플스토리’가 동시접속자수 5만명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국내의 7∼8만 수준입니다. 미국 시장도 무척 밝다고 할 수 있죠.”
데이비드 리 사장은 자신있게 말했다. 그리고 자신은 일본에 거주할 때가 많지만 업무의 70%는 한국의 일이라며 역시 가장 관심을 갖고 보는 것은 ‘우리나라’라고 힘을 줬다. “게임에 빠져 장시간 모니터 앞에만 앉아 있는 모습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만간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 부모님이 아이들의 플레이타임을 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입니다.”
마이크 모하임 블리자드 창립자이자 현 사장은 게임 중독에 대해 처음으로 거론했다. 유저들이 자신들의 게임을 재미있고 즐겁게 플레이하길 원하지만 부정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그래서 온라인게임 최초로 플레이타임을 임의로 제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피로도 시스템을 갖춰 유저들이 굳이 서버에 접속하지 않아도 경험치가 쌓이도록 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국은 매우 중요한 곳입니다. PC방이 활성화돼 있고 많은 유저들이 함께 모여 게임을 즐기는 나라는 한국 외에는 없어요. 현재 동시접속자수 10만명을 기록하고 있는데 한국 유저들에게 정말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그는 ‘스타크래프트’와 ‘워크래프트’처럼 e스포츠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경쟁으로 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 양국의 개발사가 협력해 만든 ‘나인티 나인 나이츠’는 매우 흥미로운 타이틀입니다. 이런 재미있는 사례가 늘어나면 게임의 퀄리티도 더욱 발전할 것이 분명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게임스튜디오의 셰인 김 사장의 말이다. 그는 막강한 권력(?)을 가졌다. 1000여명의 개발자를 자신의 휘하에 두고 X박스360 타이틀과 PC게임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현재 윈도우 비스타용 ‘헤일로 2’ ‘밴가드’ ‘라이즈 오브 네이션’ 등 유저들이 가장 기대하고 있는 작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MSN 게임, MSN 메신저, 윈도우 모바일, X박스 라이브 아케이드 등 캐주얼게임 콘텐츠까지 전영역에서 활약 중이다. 최초로 마이크로소프트 고위직에 오른 첫번째 한국인으로 유명한 그는 세계 게임계를 주도하는 거대 공룡 기업의 ‘게임 제왕’인 셈이다.
“솔직히 소니의 정책은 이해하기 힘들고 닌텐도는 잘 됐으면 합니다. 유저들이 진정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잘 아는 회사가 성공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X박스 타이틀이 슈팅과 액션에 치중됐던 것을 인정하”며 “다양한 장르로 타킷층을 넓혀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일본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블루 드래곤’ 등 롤플레잉의 역할이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PC온라인에 게임산업의 미래가 있습니다. 북미 시장은 여전히 패키지가 중심이죠. EA같은 넘버 원 회사도 아시아의 전략은 없어요. 온라인에 대해 관심을 가진 회사는 많지만 실제 행동은 하지 않지요.”
최근 웹젠과 전세계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한 레드5 스튜디오의 마크 컨 수석 개발자는 PC온라인에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었다. 그는 블리자드에서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개발했던 경험을 토대로 자신의 회사를 설립해 새로운 온라인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마크 컨 수석개발자는 “많은 업체들이 온라인의 필요성을 느끼고 PC와 콘솔 사이에서 고민을 하고 있는데 PC 기반의 작품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콘솔은 북미가 중심이고 PC온라인은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가 중심이죠. MMMORPG는 많은 개발비가 필요하기에 글로벌 프로젝트는 PC온라인이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가 X박스360으로 온라인에 대한 편의를 최대한 보여주고 있고 PC와 모바일을 통합한 모델을 발표했기에 매우 흥미가 있다고 말했다. 소니는 여전히 미지수고 닌텐도는 흔들림없이 자신의 길만 걸어가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PC온라인에 확신을 갖고 있는 그가 보여줄 작품이 매우 궁금하지만 몇 년 후에나 공개된다.
<이중배기자@전자신문 김성진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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