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2년차 부인의 외도를 그리고 있는 프랑스 영화 ‘위기의 세일즈 우먼’은 매우 대담하고 솔직하게 여성의 성과 사랑의 문제를 질문한다. 사랑이 정신적인 것만으로 가능한 것인가? 육체적 갈증을 채워줄 수 있는 섹스를 본능적으로 원하는 것이 잘못된 것일까? 여성 감독 비르진 와공은 섬세하게 여성의 욕망을 형상화하고 있다.
결혼한지 12년이 된 마리, 그녀에게는 자신을 한결같이 사랑하고 있는 남편 프랑소와와 천진하게 재롱을 부리는 2살난 아들이 있다. 그들 부부는 두 번째 아이를 갖기 위해 그동안 하던 피임도 하지 않기로 했다. 마리는 백과사전을 판매하는 세일즈 우먼. 세일즈 일이 좋아서 내근직 승진도 거절했다.
마리는 어느날 미국인 빌의 집을 방문한다. 잘나가던 무용수였던 빌은 프랑스에 있는 친구 집을 빌려 휴식을 취하고 있는 중이다. 거대한 체구의 흑인 빌에게서 특별한 매력을 발견한 마리는, 물건을 놓고 나왔다면서 다시 그의 집을 방문하고 섹스를 한다. 빌과의 섹스를 통해 지금까지 느끼지 못하는 육체의 쾌감을 경험하기 시작한 마리. 그녀는 자극적 섹스를 원할 때 언제든지 빌을 방문해서 섹스를 즐긴다.
빌의 검은 피부와 마리의 하얀 피부가 선명하게 대비되는 섹스신은 매우 강렬하다. 거칠게 동물적 신음소리를 내뱉으며 마리를 애무하는 빌의 섹스와, 섹스를 통해 낯익은 일상의 모습으로부터 일탈하기 시작하는 마리의 내면을 감독은 섬세하게 관찰하고 있다.
빌의 강렬한 애무로 목덜미와 가슴에 상처가 났지만 그것을 숨기지 않고 집에 들어가는 마리는, 자신의 외도 사실을 말한 뒤에도 남편 프랑스와가 보는 앞에서 빌의 집을 방문해 몇 시간이 지난 뒤에 나온다. 자신의 욕망 앞에 솔직해지는 마리의 대담한 모습, 그리고 부인의 외도로 상처 받은 프랑스와의 갈등이 해소되는 마지막 수영장신은 매우 인상적이다. 감독은 부부의 갈등과 화해의 공간으로 수영장을 선택했고 옷을 입은 채 수영장으로 뛰어드는 장면은 카타르시스까지 선사할 정도로 매우 강렬하게 우리의 뇌관을 두드린다.
‘캔디맨’에서 거구의 몸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던 토니 토드가 빌 역으로 캐스팅 되었고, 낯익은 얼굴형이지만 대중들에게는 안 알려진 안 코에상이 전라의 과감한 노출연기로 마리 역을 뛰어나게 소화하고 있다. ‘캔디맨’에서의 섬찟한 공포가 그 영화를 본지 15년이 지난 아직도 선명해서, 토니 토드의 얼굴이 화면에 나오자 몸이 움찔거렸다. 그가 알몸으로 섹스씬을 연기하다니! 거친 숨소리를 내며 마리의 몸을 애무할 때도 저러다 갑자기 마리의 몸을 먹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그러나 마지막 수영장신이 지난 뒤에도 ‘부부가 서로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음을 알면서 갈등은 해소되지만, 채워지지 않은 성적 욕망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의문은 남는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감독은 구체적으로 해법을 제시하지 않는다. 육체적 욕망이 죄악이라거나, 일부일처제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외도는 불륜이고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는 식의 대답도 없다. 그렇다고 프리섹스를 주장하지도 않는다. 결말의 모호함은 감독의 질문이 진행형에 있다는 뜻이다.
<영화 평론가 - 인하대 겸임교수 s2jazz@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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