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IPv4 기반 인터넷 주소자원이 당초 예상보다 10년 정도 빨리 고갈될 것이라고 한다. 인터넷 강국으로서 ‘올(All)-IP’를 추구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인터넷 주소자원 고갈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이미 10여년 전부터 이 문제를 고민하고 준비해왔던 게 사실이다. 세계 각국이 무한대의 주소자원을 사용할 수 있는 차세대 인터넷 주소(IPv6)로 전환을 서두르는 등 IPv4 주소 고갈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 주소자원의 고갈 예상시점이 당초보다 10년 정도 앞당겨질 것이라는 예측이 최근 이곳저곳에서 나오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는 지금과 같은 중장기를 내다본 대책으로는 빠르게 다가오는 인터넷 주소부족 현상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음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사실 세계 인터넷전문기관들은 IPv4 기반 인터넷 주소 고갈 시점을 종전까지 2021년쯤으로 내다봤었다. 그러나 최근 세계 각국에서 발표되는 인터넷 주소관련 보고서를 보면 IPv4 주소가 당초보다 10년 정도 앞당겨진 2012∼2013년께 완전 소진될 것으로 예측된다는 것이다. 전혀 터무니없는 얘기는 아니라고 본다. 휴대인터넷(와이브로)·전자태그(RFID) 등 대량의 IP주소가 필요한 차세대 인터넷 응용서비스가 속속 등장해 빠르게 보급되는 점을 감안하면 설득력을 더해주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이런 차세대 인터넷서비스 도입·확산 속도가 빨라 다른 나라에 비해 먼저 IPv4 주소가 바닥날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그냥 지나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우리나라가 인터넷 주소 할당 대비 사용률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평균인 81.6%보다 높은 96.2%를 기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일본·중국·호주의 인터넷 주소 사용률이 71∼86% 선으로 여유가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는 여유가 거의 없는 편이다.
IP주소 고갈은 단기적으로 주소 관리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u-IT839전략 등 미래 먹거리 사업에나 우리가 추구하는 유비쿼터스 사회를 구축하는 데도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IP주소 자원은 산업시대의 고속도로와 같이 정보화시대의 주요 기반이다.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u코리아 전략을 실현하는 데 IP주소가 부족해서는 안 될 일이다. IP주소 고갈 시점이 10년이나 앞당겨지는만큼 여기에 맞는 체계적인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현재 추진하는 IPv6 환경으로의 전환작업에 속도를 내야 한다. 우리나라는 얼마 전 아시아·태평양 지역 인터넷주소관리기구인 APNIC를 통해 ‘슬래시20(/20)’ 규모의 차세대 IPv6 주소를 이미 확보해 놓은 상태다. 또 IPv4-IPv6 변환기술도 개발한 상태여서 IPv6 주소로 전환하더라도 이용에 큰 지장이 없다. 정부도 지난해 IP주소 고갈 위기에 대비해 IPv6 보급촉진 계획을 마련, 시행하고 있는 등 IPv6 환경으로 전환하는 분위기는 갖춰진만큼 빠르게 실행에 옮기는 일만 남았다.
이의 효율적 실행을 위해서는 IPv4에서 IPv6 환경으로 전환에 따른 명확한 지침이 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나 투자기관들이 명확한 지침이 없으면 투자에 나서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지난해 미국이 오는 2008년까지 IPv6 기반 통신장비로 교체를 의무화하는 연방정부 법안을 제정해 미국 정부와 기관들이 이 법에 따라 IPv6 도입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을 참고해볼 필요가 있다. 산·관·학이 힘을 합쳐 IT선진국의 IPv6 대응에 뒤지지 않는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우리나라가 인터넷 강국을 유지할 수 있다.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ET단상] 다양한 OS환경 고려한 제로 트러스트가 필요한 이유
-
2
[ET시론]AI 인프라, 대한민국의 새로운 해자(垓子)를 쌓아라
-
3
[보안칼럼]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개인정보 보호와 관리 방안
-
4
[기고] 딥시크의 경고…혁신·생태계·인재 부족한 韓
-
5
[ET시론]2050 탄소중립: 탄녹위 2기의 도전과 과제
-
6
[ET단상]국가경쟁력 혁신, 대학연구소 활성화에 달려있다
-
7
[콘텐츠칼럼]게임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수립 및 지원 방안
-
8
[김종면의 K브랜드 집중탐구] 〈32〉락앤락, 생활의 혁신을 선물한 세계 최초의 발명품
-
9
[ET시론]양자혁명, 우리가 대비해야 할 미래 기술
-
10
[디지털문서 인사이트] 문서기반 데이터는 인공지능 시대의 마중물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