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포털 시장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톱3’에 끼지 못하면 궁극적으로 서바이벌하기 어려울 것이란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관련 업체들이 공격적 투자를 통한 신규 게임 라인업 확충과 세(勢) 불리기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특히 게임포털 비즈니스가 또 하나의 글로벌 히트 상품으로 급부상하면서 해외 시장에서도 국내 기업간 본격적인 경쟁 체제로 진입하는 등 그야말로 전선(戰線)이 따로 없다. 전문가들은 “게임포털 역시 쏠림현상이 심한 닷컴 비즈니스의 연속선상에 서 있다”면서 “주요 포털운용사들이 적도 동지도 없는 무한경쟁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총력전을 전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굴지의 게임포털 ‘한게임’ 운용사인 NHN은 최근 온라인 야구게임 ‘신야구’와 아케이드 MMORPG ‘던전앤파이터’로 연타석 히트를 친 중견 개발사 네오플을 전격 인수했다. 60% 지분 확보에 무려 240억원을 쏟아 부었다. ‘NHN게임스’란 자체 스튜디오를 통해 블록버스터 MMORPG ‘R2’를 비롯해 다양한 게임을 개발중인 NHN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이례적으로 중견 개발사를 M&A한 배경은 무엇일까.
NHN입장에서 보면 글로벌 게임포털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개발력 및 콘텐츠 라인업 확충이 주 목적일 것이다. 하지만, 게임은 물론 인터넷업계를 대표하는 공룡기업 NHN이 본격적인 ‘배팅’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않다. NHN(한게임)을 비롯해 네오위즈(피망)·CJ인터넷(넷마블)·넥슨(넥슨닷컴)·엠게임(엠게임)·한빛소프트(한빛온) 등 게임포털을 운용하는 국내 주요 메이저 게임퍼블리셔들의 경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는 신호탄이란 얘기이다.
# 유망 개발사를 잡아라
최근 주요 게임포털의 대표적인 키워드 중 하나는 전도 유망한 개발사 확보이다. 외부 퍼블리싱 게임의 소싱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자체 개발력 확충을 위해 개발사 인수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는 의미이다. NHN이 최근 네오플을 인수한 것이나, 네오위즈가 띵소프트에 이어 최근 펜타비젼까지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 퍼블리셔인 KTH와 개발사인 제이씨엔터테인먼트간의 ‘프리스타일’ 재계약 협상이 결렬된 여파로 메이저 게임포털업체들이 실력이 검증된 개발사라면 단순 퍼블리싱 보다는 아예 지분투자를 통해 인수 내지는 화학적 결합을 시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보다 유리하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이미 주요 게임포털들은 자체 개발 스튜디오와는 별도로 자회사 또는 계열사 형태로 여러 게임 개발사를 휘하에 두고 있다. CJ인터넷이 CJIG란 자체 스튜디오 외에 ‘마구마구’ 개발사인 애니파크와 ‘테오스온라인’ 개발사인 아라마루, 모바일업체인 게임알루 등을 인수한 상태이며, 엠게임도 ‘열혈강호’ 개발사인 KRG소프트와 ‘귀혼’개발사인 엔엔지 등 다양한 산하 개발사를 두고 있다.
넥슨과 네오위즈는 아예 개발사를 인수 후 흡수 합병, 자체 개발력을 계속 확충하고 있다. 한빛소프트도 상용화를 앞둔 기대작 ‘그라나도 에스파다’ 개발사인 IMC게임즈의 2대주주다.
NH투자증권 임진욱애널리스트는 “게임포털 시장이 웹보드 중심에서 캐주얼게임으로 중심이 이동, 마치 오프라인 오락실과 같은 기능을 하면서 게임라인업이 경쟁의 새로운 변수가됐다”며 “이것이 자체 개발력 확충을 위한 개발사 인수를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게임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10개중 1개가 대박을 터트리는 것도 어렵다”고 전제하며, “메이저업체들의 자금력이 충분히 뒷받침되는 만큼 유망 개발사를 인수하기 위한 메이저 포털간의 경쟁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할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 취약 포지션을 보강하라
웹보드 중심의 비즈니스가 점차 수익 구조에 한계를 드러내고 몇몇 외부 퍼블리싱한 작품의 성공 모델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최근 게임포털의 퍼블리싱 경쟁이 그야말로 전쟁을 방불케한다. 넥슨이 이렇다할 웹보드게임 없이도 한 때 게임포털 트래픽 1위에 오르는 등 파란을 일으킨 이후 다양한 장르의 온라인게임 라인업에 업계가 두팔을 걷었다.
특히 다양한 유저들의 니즈에 부합하고 유저풀을 활용, 콘텐츠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각 포털들이 취약한 장르 보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스포츠게임 개발사의 한 관계자는 “게임포털의 장르별 포트폴리오가 중요해지면서 일부 희소 가치가 높은 장르의 경우 메이저 포털 간의 퍼블리싱 경쟁이 불꽃을 튀기고 있다”고 전했다.
게임포털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6대 포털 역시 현재 선발 라인업상 킬러 콘텐츠를 육성하는 동시에 취약한 라인업 보완에 혈안이다. 넷마블·한게임·피망 등 빅3의 경우 철옹성을 구축한 웹보드 분야를 더욱 강화하는 한편 경쟁 포털에 비해 약세를 보이고 있는 장르에 대한 보강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네오위즈가 FPS(스페셜포스)에 이어 레이싱(XL1, 레이시티)·RPG(데카론)·스포츠(피파온라인)을 집중 프로모션하는 것이나 넷마블이 ‘샤인온라인’ ‘진삼국무쌍’ 등 하드코어류에 대한 라인업을 강화하는 것도 이 때문. 보드게임을 제외하곤 경쟁포털에 비해 라인업상 약세를 보이고 있는 NHN은 네오플 인수를 계기로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순차적으로 선보이며 전세 만회를 꾀하고 있다.
넥슨·엠게임·한빛 등 보드게임보다는 일반 온라인게임 비중이 높은 포털들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화려한 포트폴리오를 자랑하는 넥슨의 경우 하드코어 부문이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보고, 정통 MMORPG ‘제라’ 오픈에 이어 ‘구룡쟁패’를 퍼블리싱하는 등 이 부문을 계속 강화하고 있으며, ‘열혈강호’ ‘귀혼’ ‘영웅’ 등 삼두마차 체제를 형성한 엠게임 역시 스포츠와 FPS 분야가 취약하다고 보고, 관련 게임 소싱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장혜선 엠게임 홍보팀장은 “라인업상 스포츠와 FPS게임 보강이 필요하다고 판단, 다양한 루트로 관련 게임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팡야’ ‘신야구’ 등 스포츠 부문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한빛은 MMORPG ‘네오스팀’ ‘그라나도 에스파다’와 FPS 기대작 ‘헬게이트’ 등 하드코어를 속속 준비하며 이 시장의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
메이저 게임포털의 공격적인 투자가 이어지고 선후발 업체간 불꽃튀는 마케팅싸움이 이어지면서 최근 이 시장에 묘한 변화의 기류가 포착되고 있다. 무엇보다 과거에 금기시돼왔던 업계의 불문율이 하나둘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경쟁사와 동시에 서비스하는 이른바 ‘채널 마케팅’이다. 게임의 유저풀을 강화해 시장 파이를 키우기 위해선 ‘적과의 동침’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것. 이에따라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게임포털간의 합종연횡에 가속도가 붙었다.
네오위즈가 송재경 사단의 ‘XL1’에 이어 경쟁기업인 제이투엠의 ‘레이시티’를 퍼블리싱한 것이나, CJ인터넷이 ‘대항해시대’(한게임) ‘마구마구’(파란닷컴) 등 다양한 게임을 경쟁 포털을 통해 공동 서비스하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KTH 게임사업본부 박승민팀장은 “게임포털들이 ‘따로 또 같이’란 말이 자연스레 떠오를 정도로 핵심 콘텐츠는 자체 서비스하되 가능성은 있지만 많은 유저를 확보하지 못한 게임은 상호 채널링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업체간 경쟁이 가열될 수록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게임포털 시장의 경쟁이 가열되면서 점차 이 시장이 서바이벌 게임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인터넷 비즈니스의 생리상 쏠림현상과 이에따른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주요 메이저 포털들이 경쟁과 함께 이같은 다양한 전략적 짝짓기가 활성화하며 경쟁구도를 재편해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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