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제스카’는 지난 몇 년 동안 몸을 움추렸던 액토즈소프트의 야심작이다. ‘A3’와 ‘미르의 전설2’ 외에 뚜렷한 작품을 선보이지 못했던 과거를 뒤로 하고, 화려한 영광을 재현하기 위한 개발진들의 의지가 이 게임에 담겨있다. 하늘과 땅, 바다를 모두 아우르는 ‘라제스카’. 이제 막 1차 클로즈 베타 테스트를 끝내고 호흡이 가쁜 상태지만 회사를 직접 방문해 장시간 이 게임의 플레이를 체험했다.
‘라제스카’에 접속하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이미지는 ‘부드러움’이다. 어떤 게임이라도 첫 인상은 그래픽이 좌우하는 법. 캐릭터를 생성하고 삭제하는 부분부터 ‘라제스카’ 특유의 그래픽을 경험할 수 있다. 이 게임의 시각적 효과는 필터링 기법이다. 마치 물안개가 피어나듯, 카메라의 초점이 정확하게 맞지 않은 것처럼 다소 뿌옇다.기존의 MMMORPG들은 주로 또렷하고 화사하게 만드는 것에 포인트를 뒀었다. 그러나 잘 보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보여주고 난 후, 일부러 흐릿하게 그래픽을 구현하는 연출이 등장하고 있는 추세다.
‘라제스카’ 그래픽의 진가는 비공정을 타고 하늘로 상승하면 극적으로 드러난다. 공중으로 오르면 장대한 배경이 시원하게 펼쳐지는데 부드러운 필터링으로 그 분위기가 한층 돋궈진다. 하늘에는 떠다니는 섬들과 소용돌이(여기를 통해 다른 맵으로 이동한다), 각종 장식물과 구조물이 장식돼 있다. 마치 구름 덮힌 태평양 상공을 보잉 747로 넘어가는 기분이랄까. 망망대해의 지루한 바다와 달리 하늘의 한적함은 유저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역할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상에서 몬스터와 전투를 벌이고 퀘스트를 수행하는 근접 액션에서는 이러한 필터링이 부담된다. 아무리 나약한 짐승을 잡아도 전투는 사실상 치열한 것이다. 선혈이 낭자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부드러운 분위기에 압도돼 박진감과 타격감이 떨어지는 면이 있다. 개발이 완료된 상황이 아니기에 차후 개선될 부분이지만 필터링의 사용은 장단점을 극명하게 갈라놓고 있었다.로그인을 하고 게임에 접속하면 캐릭터를 생성할 수 있는데 여기서 해적, 용병, 모험가 등 총 3종류의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 이 직업들은 각각 무기와 스킬이 다르기 때문에 신중히 골라야 한다.
특히 하늘을 날으는 비공정의 무기와 바다의 배 장비도 이 직업에 따라 차이가 있다. 이 게임은 레벨을 올리면서 다양함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직업들의 가는 길이 다르다는 것을 확실히 알아둬야 한다. 따라서 ‘라제스카’ 직업들에 대한 정보를 미리 입수한 후에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것으로 선택하는게 좋다.
‘라제스카’의 전투는 매우 다이나믹하다. 대전격투게임의 액션을 추구했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난다. 먼저 공격할 상대방을 록인하면 유저와 해당 몬스터는 마주 보게 된다. 일대일로 마주 보며 전투를 치루게 되는데 이러한 상태에서 키보드 조작에 따라 캐릭터는 덤블링이나 회전 등 재빠른 움직임과 다양한 공격을 할 수 있다. 능숙해지면 몬스터의 등 뒤로 돌아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다.
몬스터의 반응도 풍부해 레벨 업을 위해 수십 마리의 몬스터를 사살하는 상황이 지루하지 않도록 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방법이 귀찮고 싫다면 문제가 커진다. 필드를 죽 걸어가면서 칼을 휘두르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방법을 선호하는 유저라면 아무래도 ‘라제스카’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이 작품의 백미는 역시 비공정이다. 대륙에는 비공정을 탈 수 있는 선착장이 있는데 레벨에 관계없이 비공정을 타고 하늘로 날 수 있다. 키보드 조작은 매우 단순하고 쉬워 비공정 조작에 어려움은 없다. 다만, 공중 몬스터를 공격하는 것은 대단히 힘들고 짜증을 유발시킨다.
지상 플레이와 달리 하늘에서의 움직임은 Z축이 하나 더 늘어나는 것이다. 얼핏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수학적 연산만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 자체도 완전히 달라진다. 최대한 비공정 컨트롤은 쉽도록 설계했지만 ‘공격’을 플러스시키면 대단히 어려운 전투가 시작된다.
하늘에서 특정 타킷을 정하고 공격을 감행하면서 비행하는 것은 너무나 힘들다. 몬스터들은 핀으로 고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투의 어려움은 지상과 완전히 다르다. 비공정 시스템의 전투만 익히기 위해 몇 시간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으나 결국 마스터하지 못했다.
비공정 전투는 유저가 얼마나 연습했으냐에 따라 뚜렷하게 달라질 것으로 보여, 향후 오픈 시기가 오면 하늘에서 연습에 몰두하는 장면이 숱하게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또 비공정은 지상의 플레이를 하늘로 옮긴 것이라 던전같은 특정한 장소가 별도로 존재해 더욱 매력적이다.
‘라제스카’는 기존의 MMORPG와 커다란 차이가 있다. 대륙에 국한되지 않고 하늘과 땅, 지상을 모두 아우르는 플레이로 스케일에서 차원이 다르다. 하지만 큰 그림만 보여주고 디테일한 부분에서 유저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난관에 봉착할 것이 분명하다. MMORPG는 유저의 분신이 존재하는 가상 공간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김성진기자 har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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