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 게임문화 정착을 위해 조성중인 ‘게임문화진흥기금’(가칭)에 정치권이 제동을 걸고 나서 노선 변경이 불가피하게 됐다.
게임문화진흥기금은 지난해 문화관광부가 게임 제공 업소 경품용 상품권 지정제도를 도입하면서 경품용 상품권 발행 시 납부하는 수수료를 받아 조성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수수료를 받아 조성된 기금액이 86억원에 달하고 연말까지 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부 산하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이 관리하고 있는 이 기금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으나 정치권이 현재로서는 기금 조성 및 사용방법에 대해 의혹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제동을 걸고 있다.
노웅래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게임산업개발원이 상품권 발행사 지정기관인 점을 감안할 때 게임산업개발원이 기금 운용자가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게임산업개발원이 운용기관이 된다면 사실상 기금 납부를 조건으로 상품권을 허가해준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해까지 정부의 일반회계로 수행했던 ‘건전 게임문화 조성사업’을 기금으로 수행하도록 하고 문화부 산하에 설립될 게임물등급위원회의 경상경비를 게임문화진흥기금에서 지출하도록 한 것도 위법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조성된 기금이 문화부와 게임산업개발원의 쌈짓돈처럼 사용될 우려가 있다”며 “수수료의 귀속 주체는 누구인지, 수수료의 귀속에 따른 사용 기준은 무엇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도 게임산업개발원이 기금을 관계없는 분야에 쓰려는 움직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인다. 아케이드게임 관련 협회의 한 관계자는 “게임산업개발원이 기금의 일부를 온라인게임 중독과 관련해 투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아케이드게임 분야에서 나온 기금인만큼 아케이드 게임 산업의 정상화를 위해 사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조현래 문화부 게임산업과장은 “예상보다 수수료 수입이 늘어남에 따라 잉여분에 대해 공동의 감시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민간 차원의 기금으로 바꾸면서 혼란을 빚었다”며 “기금관리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민간기금이므로 국회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 포괄적으로 보면 게임물등급위원회나 건전게임문화조성사업도 운영규정에서 담고 있는 사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조 과장은 설명했다.
조 과장과 게임산업개발원의 한 관계자는 최근 문제를 지적한 노 의원실을 방문, 이와 같이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의원실도 문화부가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투명한 과정을 거쳐 사업 계획을 수립한다면 민간 기금화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기금은 현재 게임산업개발원이 운용중이지만 최종 의결 기관에 불과한 게임문화진흥기금관리위원회에서 총체적인 관리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이 이와 같이 돌아가자 관련 업계에서는 기금관리위원회에 업계 참여를 통한 투명한 운용을 요구하고 있다.
게임장 업주 모임인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수수료의 원천인 아케이드게임 관련 단체가 기금관리위원회에 참석해 투명하게 예산 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상희기자@전자신문, sh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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