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이텍 신승영 사장(51). 그는 ‘역발상의 달인’으로 통한다.
기업들이 줄줄이 넘어지던 외환금융위기(IMF) 때 그 어려운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모니터 일체형 PC라는 생소한 ‘발명품’을 만들어내는가 하면 ‘관공서 직판’이라는 새로운 유통망도 개척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걸으면서 에이텍에는 ‘이단아’라는 별명도 붙여졌다. 하지만 에이텍은 디스플레이 제조업에 뛰어든 지 7년 만에 연 매출 1000억원을 훌쩍 넘기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IMF 때 제조업을 하겠다고 하니 많은 사람이 말렸어요. 하지만 그때 뛰어들지 않았으면 지금의 고급 연구개발인력을 구하지 못했을 겁니다. 많은 인재가 거리로 나와 방황하던 시절이었으니까요.”
신 사장은 98년 ‘IMF 한파’속에 제조업 진출이라는 ‘역발상’으로 중소업체의 최대 약점인 인재를 확보하는 기회를 잡았다고 소개했다.
그가 제조업에 뛰어든 이듬해 내놓은 데뷔작에서도 아이디어는 빛났다. LCD 모니터와 PC를 하나로 묶은 ‘발명품’은 많은 사람의 감탄사를 자아냈다. 시장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KT마크 신기술을 획득해 조달청과 수의계약을 체결하면서 대기업 브랜드가 장악하고 있던 관공서 모니터와 PC 시장을 뚫기 시작했다.
“관공서를 드나들면서 업무 공간이 너무 좁다는 것을 눈여겨 봤어요. PC와 모니터를 합쳐 공간을 줄이면 인기를 모으겠다고 생각했어요. 관공서에서 인기를 얻자 은행 같은 금융권 직판 시장도 열렸습니다.”
에이텍은 이후 LCD모니터·키오스크·산업용 모니터·LCD TV로 사업영역을 넓혔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대(1054억원) 고지를 밟았다. 올해도 급팽창하는 LCD TV 시장을 집중 공략해 30% 가까이 성장할 계획이다.
경쟁업체 난립, 가격인하 경쟁 등으로 LCD TV 시장 전망이 불투명하지만, 에이텍 특유의 직판 영업으로 활로를 모색하겠다는 전략이다.
“중소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확실한 차별화 전략이 필요해요. 제품은 물론이고 시장과 경영도 차별화해야 합니다. 대기업과 상생전략도 중요합니다. 대기업이 소니·샤프·필립스 등 해외 메이저 TV 업체와 경쟁하는 동안 중소업체들은 빠르게 성장하는 대만·터키·중국 업체들과 틈새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며 생존해야 합니다.”
차별화를 중소업체 생존비법으로 꼽은 그는 요즘 LCD TV 이후의 또 다른 제품에 대해 고심중이라고 말했다. ‘역발상의 달인’이 새로 선보일 제품과 경영 비법은 과연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