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IT외연 확대` 조정에 달렸다

 노준형 신임 정보통신부 장관이 엊그제 IT리더스포럼에서 “정치·금융·국방·건설·노동 등 외적인 분야의 정보화(IT)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밝힌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정통부 장관의 정책 기조가 ‘IT의 외연 확대’에 있음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 장관의 이번 발언 요지는 지난달 제26차 정보화추진위원회에서 확정한 ‘u-코리아 기본계획’에서도 나타나 있다. u-코리아 기본계획은 ‘IT를 활용한 선진한국 건설 비전과 공공·경제·사회 등 분야별 혁신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올해는 한국이 세계 최초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이동통신서비스를 상용화한 지 10년을 맞는 해다. 지난 10년간 한국의 IT산업은 인프라와 보급률에서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랐으며 이를 바탕으로 핵심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는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얼마 전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네트워크 준비지수에서 한국은 종합 14위에 그쳤다. 정치·규제 환경, 금융·시장 환경, 입법기관의 효율성, 사법의 독립성 등 유관환경 부문 성적이 36위에서 최하 84위로 매우 낮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선진 한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더는 ‘온리(only) IT’만으로는 안 된다는 점을 깨닫게 해준 사건이다. 지난 10년간 IT정책의 기조가 내연의 심화에 있었다면 앞으로 10년간은 외연의 확대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은 이처럼 자명하지만 과연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IT의 외연 확대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 IT기술만 접목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IT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제도와 환경까지 함께 혁신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1995년 각 분야의 정보화 촉진을 위해 정보화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IT 인프라와 산업 외에는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전자정부는 부처간 알력을 조정하기위해 대통령 직속 특별위원회까지 만들었으나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한때는 정부혁신위 소관으로 넘겼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 때문에 다시 정보화추진위원회로 되돌아오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정보화추진위원회 산하에 교육부가 주관하는 교육정보화추진위원회가 있지만 교육과정 개편에서 정보통신(ICT) 교육 축소 논란을 빚기도 했다. 정보화추진위원회가 부처 간 알력이 심하고 조정이 어려운 제도 및 환경의 혁신보다는 IT기술 접목이라는 기술적 업무에 치중한 결과다. 정보화추진위원회가 최대 현안 중 하나인 통신과 방송 융합 문제에 대해 나몰라라 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로 보인다.

 정보화추진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은 IT인프라 확충과 각 분야의 정보화 촉진에만 있지 않다. 정부 관리 업무 고도화, 범정부적 통합 서비스 제공과 같은 국정 개혁 및 정부 혁신이 궁극적인 역할이다. 따라서 IT의 외연 확대라는 새로운 10년을 위해서는 정보화추진위원회의 역할이나 추진체계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보화추진위원회와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의 긴밀한 업무 협조 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양쪽 다 정부혁신을 추구하고 있지만 접근 방식이 다른만큼 일방통행식 혁신은 효과를 반감시킬 뿐이다. 또 정보화추진위원회·통신방송융합추진위원회·전자무역위원회 등 부처 간 조정이 필요한 업무가 국무총리에 집중돼 있는 지금의 체계 역시 재고돼야 한다. 강력한 분권형 국무총리제 아래에서도 IT외연 확대에 따라 불거진 부처 간 알력을 조정하는 데는 사실상 실패했다. 광속 변화를 수반하는 유비쿼터스 시대를 준비하는 향후 10년은 단순한 IT기술 접목이 아닌 제도와 환경이 반드시, 신속하게 수반돼야 하는만큼 강력한 조정기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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