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초과학 연구 분야에 대한 순수 연구지원비가 지난해보다 줄어들었다고 한다. 기초과학 연구에 획기적인 투자확대 없이는 첨단기술 개발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런 현상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이로 인해 내년까지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의 25%를 기초과학에 투자하겠다는 참여정부의 국정목표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하니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참여정부는 그동안 기초과학 연구 분야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각종 정책을 추진해 왔다. 올해 기초과학 연구 예산 비중도 대폭 늘렸다. 올해는 전체 R&D 예산의 23.7%로 지난해 21.5%보다 2.2%포인트(2792억원) 증가했다. 이는 참여정부의 기초과학 연구 육성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과학재단의 기초과학 연구사업(과학기술부)과 한국학술진흥재단의 학술연구 조성사업(교육인적자원부) 예산을 분석한 결과, 이런 의지와는 달리 예산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과학재단이 수행한 과학/공학 우수연구센터(SRC/ERC) 등 과기부의 기초연구 관련 예산은 지난해보다 0.6% 줄었다고 한다. 교육부 역시 지난해보다 1.35% 감액했다는 것이다. 과기부의 창의적 연구진흥사업 예산은 22.2%, 국가지정연구실은 19.9%, 우수연구센터는 3.1% 각각 줄어드는 등 모두 6649억원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전체 기초연구 예산은 늘어났지만 현장 연구자에게 돌아가는 순수지원 예산은 줄어든 것이다. 예산이 늘어났다 해도 이들에게 지급되는 순수 예산이 줄어든다면 연구에 차질을 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 99년부터 이공계와 인문계를 불문하고 전체 교육공무원 즉 전국 국·공립대학 교수의 인건비 가운데 34.3%를 기초과학 연구 예산에 포함해 집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과기부 관계자는 “OECD 지침에 근거해 대학교수의 연구시간계수와 대학 기초연구 활동비중을 지표로 산정했다”고 설명했지만 OECD 회원국인 미국은 학기 중 인건비를 배제하고 방학 3개월 동안 교수가 PBS로 연구한 기초과학 연구 과제의 인건비만을 기초연구비로 인정하고 있다. 스위스·네덜란드·캐나다 등은 교육공무원 인건비를 기초연구비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사실이 그렇다면 개선해야 할 점이다.
정부 지원 기초과학 연구에도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우주항공이나 생명공학(BT) 등 정책적인 육성분야에 예산이 몰려 이른바 기초과학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가속화한다는 것이다. 지난 2003년 과학기술위성 2호 사업 당시 사업비는 전무했으나 과학기술위성 3호 개발사업은 기초연구가 전체 사업비의 63.6%를 차지했다고 한다. 우수연구센터 사업이나 프런티어21 사업 등 다수 연구자가 공동 참여하는 대형과제에서 특정 연구자들에게 쏠림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반대로 다른 분야의 기초과학 연구에 차질을 주게 된다.
첨단기술 개발은 기초과학 연구 분야에 집중 투자 없이는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과학기술사회에서 기초과학이 발전하지 못하면 선진국 진입도 어렵다. 참여정부는 과기장관의 부총리 승격과 과학기술혁신본부를 출범시키는 등 과기정책에 일대 혁신을 이루어냈다. 참여정부는 또 국정 10대 과제에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을 포함시켜 과학기술 활성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기초과학 분야의 지원예산이 줄어든다면 이 같은 국정지표를 달성하기 힘들 것이다. 일선 현장 기초과학 연구자들에 대한 지원은 늘려야 할 것이다. 또 대학과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연구를 활성화하고 산·학협동과 국제 학술교류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 특히 기초과학 투자의 우선 순위를 앞당겨 과학기술 분야의 기초체력을 강화해야 한다. 과학기술중심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기초과학 분야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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