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전면 금연을 놓고 PC방업계와 충돌했던 보건복지부의 방침이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의 제동에 걸려 일단 무산됐다. 규개위 행정사회분과위원회는 최근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 개정안의 주요 안건에 대한 검토 결과 PC방 전면 금연 조항을 전격 부결시켰다. 이에따라 정부의 PC방 금연 정책은 현행 50% 부분 규제를 유지하되, 사후관리를 보다 강화해 ‘운용의 묘’를 살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PC방에 대한 전면 금연 시설 지정을 골자로하는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해 규개위가 복지부와 금연단체의 강력한 의지를 꺾고 PC방업계 손을 들어준 것은 규제강화보다는 ‘운용의 묘’를 중시한 결과로 해석된다.
즉, PC방 이용자중 비흡현자들의 간접흡현 피해에 대해선 인정하지만, 현행 이 법 시행규칙에 명시된 ‘50% 금연’ 규제만 잘 지켜진다면 이같은 문제를 어느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규개위 한 관계자는 이와관련, “(PC방)차단벽만 잘 설치하는 등 기존 법을 준수한다면 간접 흡연 피해는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 공중 시설과는 이용 행태가 다른 PC방의 특성을 이해한 결과란 해석으로도 풀이된다. 지역별로 편차가 있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PC방은 이용자의 60~80%가 흡연자이며, 이용 시간이 평균 한 두시간에 달할 정도로 길다.
결국 비흡연자들의 피해도 상당하지만, 만약 흡연을 100% 규제할 경우 더 많은 흡연자들의 피해도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이다. 한 PC방업주 관계자는 “일반 공중시설과 PC방은 성격이 많이 다르다”면서 “일선 (PC방)업주들이 비흡연자들을 위해 차단벽이나 환기시설 등을 제대로 갖추고 유지 보수만 잘하면 현재의 50% 규제만으로도 PC방 금연문제는 더 이상 이슈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PC방 업주들의 강력한 반발에 정부가 한발 물러선 결과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 정부의 PC방 전면 금연 법제화에 대해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인문협)는 조직적으로 반발해왔다. 인문협측은 “복지부 의도대로 전면 금연이 이루어진다면 전국 2만여 PC방
대부분이 도산하고 말 것”이라며 대규모 시위를 여는 등 실력행사에 나서기도 했다.
특히 마지막 관문인 규개위 심의를 앞둔 최근엔 복지부 장관 퇴진 운동까지 불사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천명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생존권 사수’를 위해 장외 투쟁에 나선 PC방업주들의 반발이 예상외로 커서 정부가 적지않이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규개위의 이같은 조치에 대해 관련업계는 크게 다행스럽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직접 이해 당사자인 PC방업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복지부의 의도대로 만약 PC방 전면 금연이 법으로 규제가 이루어질 경우 PC방 매출이 급감할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한 PC방 사업주는 “게임업체들의 PC방 과금이 늘어나는 등 비용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도 불구, 저가 경쟁으로 인해 수익성은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여기에 전면 금연까지 법제화된다면, 더이상 PC방 사업을 영위할 이유도, 여력도 없다”고 지적했다.
PC방 사업주 단체인 인문협측도 크게 반기는 분위기이다. 조영철 정책국장은 “몇몇 시민단체가 워낙 강하게 밀어붙여 걱정을 많이 했는데, 잘 해결돼 천만 다행”이라며 “정부가 애초에 흡연구역을 80% 정도로 정한 뒤 단계적으로 줄여나갔다면 제도 정착이 더욱 쉬웠을 것”고 말했다.
인문협측은 특히 ‘스페셜포스’의 유료화 등으로 (PC방업계)여론이 악화된 상태에 이번 ‘금연법’까지 막지 못한다면 회원사들의 불만이 더욱 팽배해질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란 점에서 이번 규개위의 판정 결과에 매우 흡족해 하면서도 향후 대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PC방 금연에 관한한 결코 제 3자의 입장일 수 없는 게임업계도 규개위가 복지부의 방침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에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PC방 환경 개선과 건전 게임 문화 조성 차원에서 PC방의 금연 정책이 결코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갑작스런 전면 금연화에 따른 PC방업주들의 피해가 결국 고스란히 게임업계로 전가될 수 밖에 없는 탓이다.
PC방 과금을 놓고 신경전을 계속하고 있는 게임업계로선 전면 금연으로 일선 PC방들의 영업 환경이 악화된다면, 향후 PC방 매출 위축은 물론 관련 게임 프로모션에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한 실정이다.일단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규제위에 발목이 잡힘으로써 당분간 PC방 전면 금연 논란은 수면 아래로 들어갈 전망이다. 복지부와의 금연단체의 시행 의지가 강력하긴 하지만, 다음 개정안 제출까지는 적지않은 시간을 필요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간접흡연에 의한 피해에 대한 일반 사회 여론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데다 PC방이 청소년들의 주 이용 시설이란 ‘태생적 한계’를 감안할 때 전면금연화문제가 언제든 다시 불거져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일부 시민단체들이 이번 규제위 조치에 대해 “이익단체(인문협)에 밀려난 일”이라며 불만을 표하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따라서, 비록 정부의 전면 금연화 방침은 좌절됐지만, 기존 50% 금연시설 지정 규정에 대한 사후 관리가 앞으로 대폭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현재 일선 PC방들의 (50%금연)법 준수율이 20%에도 크게 못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PC방 프랜차이즈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PC방의 수익성이 악화되다보니 법을 제대로 지키기가 말처럼 쉽지는 않은 일”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더욱이 대부분의 PC방들이 낮은 칸막이나 좌석 구분만으로 흡연구역과 금연구역의 경계를 정하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한 실태 조사와 법 준수에 정부와 관련단체의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PC방업주들 스스로의 자율적인 정화 운동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문협측은 이미 최근 협회 내에 ‘환경개선위원회’란 전담 조직을 발족해 회원 PC방들을 중심으로 금연 규정을 철저히 지키도록 유도함으로써 전체적인 PC방 환경 및 이미지 개선에 협회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규개위측도 이와관련, “철저한 실태 파악을 통해 PC방 면적의 절반을 금연 구역으로 정한 현행 규정을 제대로 지켜야한다”고 주문했다.
전문가들은 “흡연과 간접흡연 피해를 줄인다는 본래의 취지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국민 건강도 중요하지만, 관련 산업을 충분히 고려한 보다 세심한 금연 정책이 수립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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