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텔레콤, 휴대폰 보조금 분담 마찰
휴대폰 보조금 분담을 둘러싸고 첨예한 국면으로 치달았던 삼성전자와 SK텔레콤 간 갈등이 진정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SK텔레콤의 보조금 분담 요구가 부당한 횡포라며 완강히 거부해 왔던 삼성전자와 이에 맞서 삼성전자 자가 유통폰에 대해 사실상 개통을 금지하면서 대립각을 세워 온 SK텔레콤이 협상에 본격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초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됐던 두 회사 간 신경전은 이번 주말을 고비로 한풀 꺾이면서 이르면 내주 정상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회적 부담, 협상 테이블 나서=삼성전자와 SK텔레콤 고위 임원진은 지난 29일 긴급히 만나 상호 윈윈 전략을 논의한 데 이어 30일에도 2차 협상을 갖고 해법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지난 27일부터 보조금 분담을 놓고 이동통신 시장에서 혼란을 유발시키고 있다는 사회의 따가운 시선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이동통신 시장의 ‘슈퍼 갑’으로 불리는 SK텔레콤과 소위 ‘갑 같은 을’로 일컬어지는 삼성전자가 이르면 내주 초 새로운 해법을 받아들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SK텔레콤과 삼성전자는 이 문제가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보조금 분담이 아니라 제3의 타협점을 찾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력한 해법은=지난 나흘간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웠던 양사가 해법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LG전자와 팬택계열이 보조금 분담 요구를 수용한 상황에서 이들 기업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 삼성전자 역시 이제와서 보조금 2만5000원 분담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출고가 인하 △보조금 분담 금액을 줄이는 대신 약관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전략 단말기에 대한 마케팅 비용 지원 등이 현재로선 유력한 협상 카드로 꼽힌다.
또 이동통신 3사 중 SK텔레콤 가입자들이 기기 변동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 인기가 높은 단말기에 대한 공동 마케팅 역시 또 다른 해법으로 거론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영업부서를 중심으로 삼성전자와 협의중이다. 양사가 얼마큼 양보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전망 및 영향=삼성과 SK텔레콤이 타협점을 찾더라도 이미 SK텔레콤의 요구를 수용한 팬택계열과 LG전자의 반발, 심지어 태도 변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다 그동안 눈치를 살펴 온 KTF와 LG텔레콤 역시 SK텔레콤처럼 보조금 분담 요구에 나설 수 있다.
휴대폰 판매와 관련, 보조금 분담 분쟁과 달리 SK텔레콤에서 차지하는 삼성전자 휴대폰 판매량이 오히려 늘고 있다. 삼성전자가 자체적으로 유통하는 폰 개통이 사실상 금지됐음에도 불구하고 기기 변동 수요가 애니콜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 1강(삼성전자) 2중(팬택계열·LG전자) 구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3월 말 현재 SK텔레콤이 판매하는 휴대폰 중 삼성 모델은 29개로 가장 많고, 이어 팬택계열 20개, LG전자 11개 모델이 판매중이다.
김원석기자@전자신문, stone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