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中企 상생속에 `대기업 리스크` 신조어 등장

"납품실적 들쭉날쭉…비중축소 필요"

‘삼성 리스크’가 등장했다.

 ‘삼성 리스크’란 중소 협력업체가 삼성에 납품해 발생하는 매출과 수익률이 안정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그 비중을 낮춰야 한다는 의미다. 대부분의 중소업체가 사업확대를 위해서는 삼성과의 협력관계 구축이 관건인 상황에서 다소 의외다.

 삼성 리스크는 최근 개최된 한 중소기업의 주주총회장에서 처음 등장했다. 한 주주가 “삼성 리스크를 줄여서 전반적인 수익의 안정성을 높이는 이른바 ‘삼성 리스크 관리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고, 이 회사는 삼성 매출비중을 현재 50% 수준에서 30% 미만으로 줄이는 것을 새 목표로 설정했다.

 몇 년째 삼성 계열사에 장비를 납품해 온 이 업체는 최근 20만원 상당의 장비와 15만원 상당의 장비를 통합한 새 장비의 경쟁입찰을 실시하면서 20만원대의 가격을 요구받는 바람에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가격을 40%가량 떨어뜨리는 셈이다. 조건은 개발비는 납품업체가 부담하되 납품권을 갖는다는 것이었다.

 “원래 개발과 납품을 따로 시행하는 게 관례입니다. 한 업체가 개발비를 받고 개발을 완료하면 그 모델을 가지고 납품업체를 다시 선정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떨어뜨리는 거죠.” 이 회사 마케팅 부장의 말이다. 삼성에 납품을 시작하면서 회사가 몸집을 키운 것이 사실이지만 계약관계가 지속되면서 끊임없는 가격인하 압력이 이제는 오히려 ‘리스크’ 차원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얘기였다. 그는 “삼성에 납품해 수익을 낼 생각을 하지 말고 삼성과의 거래실적을 가지고 다른 거래처나 수출처를 확보하라는 것이 공공연한 요구”라고 전했다.

 이 같은 ‘대기업 리스크’는 LG와 거래하는 중소 협력업체도 마찬가지다. 한 업체는 LG전자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납품해 왔지만 LG가 납·카드뮴 등 유해물질사용을 전면 금지한 유럽의 RoHS규제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제품에 대한 OEM 계약 중단을 결정하는 바람에 자체 브랜드로 사업을 벌여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 회사 김 모 부사장은 “친환경 규제를 지켜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제조원가의 15% 이상이 늘어나는 원가 상승요인을 중소 협력업체가 고스란히 떠안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일단은 유럽을 제외한 미국·아시아 시장에서 자체 브랜드로 사업을 벌여 나갈 생각”이라고 전했다.

 삼성 리스크라는 용어의 등장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가격경쟁이 아니라 협력사의 연구개발(R&D), 제조혁신, 경영관리 분야에서 종합경쟁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품질제고 및 원가절감을 추진하기 때문에 가격인하를 억지로 요구하지는 않는다”고 부인했다. LG전자도 “4억원의 비용을 들여 친환경 부품공급 시스템과 컨설팅 제도 등을 도입, 협력업체의 환경친화적 부품개발을 유도하고 있으며 협력업체의 친환경 부품 개발비용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자체 품질센터의 유해물질 분석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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