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카드’로 캐주얼게임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이수영(40) 사장. 미리내소프트에서 미래를 점치고 웹젠을 설립해 ‘뮤’로 대박을 친 그녀가 다시 성공신화를 재현하기 위해 불철주야 달리고 있다.
스포츠 포털과 게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 싶다는 그녀의 욕심 많은 말에 여전히 식지 않은 정열이 느껴진다. 평생을 약속한 남편은 외국에 있지만 오늘도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이 사장은 진정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 ‘레드카드’는 독일 월드컵 시즌을 겨냥한 저희의 야심작입니다. 세계인들의 최대 스포츠 이벤트인 월드컵과 맞물려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고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싶습니다. 이 기회를 놓칠 순 없죠.”
이 사장은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불혹의 나이에 이르렀지만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30대 초반의 미를 간직하고 있었다. 비결은 언제나 열정적으로 임하고 긍정적인 사고와 철저한 자기 관리에 있다. 그리고 성공에 대한 의지도 한 몫 단단히 하는 것 같았다.
# 위기는 곧 기회
월드컵은 게임업체들에게 기회이자 위기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열기가 그렇게 뜨거울 줄은 업계 관계자 가운데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온라인게임의 동접은 대폭 하락했고 클로즈베타나 오픈베타는 연기해야만 했다.
변변한 관련 이벤트조차 준비하지 못했던 유통사들은 땅을 치고 후회했다. 유일하게 축구패키지게임만이 많이 팔렸을 뿐이었다. 그래서 이번 독일 월드컵도 만만
치 않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이 사장은 새벽에 축구가 열리는 만큼 유저들이 게임을 즐기다가 중계 방송을 보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또 축구와 관련없는 게임은 힘들겠지만 ‘레드카드’는 다르다. 비록 3대3 방식의 풋살이지만 그런건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비장의 무기가 있다는 미소와 함께.
“처음부터 특별히 독일 월드컵을 겨냥했던 것은 아니에요. 개발자들이 만들고 싶어하는 작품이라면 무엇이라도 지원하고 싶은 게 제 심정입니다. 그 가운데 ‘레드카드’가 눈에 띄었고 지금까지 왔어요.”
그런데 욕심이 생겼다고 했다. 어느날 ‘레드카드’의 서비스 일정이 독일월드컵 시즌과 유사하다는 것을 깨닫고 기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 그래서 요즘 그녀는 월드컵과 관련해 다양한 마케팅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크고 작은 이벤트를 마련해 ‘레드카드’를 높은 위치로 올리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졌다.
# 스포츠 포털 본격 시동
그렇다고 이젠엔터테인먼트가 캐주얼게임만 준비하고 방향을 이쪽으로 잡은 것은 아니다. ‘건틀넷’ ‘데코온라인’ 등을 생각하면 MMORPG에 대한 애정이 여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간에서 이수영 사장이 게임사업은 등외시하고 우주닷컴만 신경쓰고 있다는 말이 떠돌았었다. 이런 소문에 대해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게임은 프로토 타입이 나와야 제가 잔소리를 시작하죠. 그 전에는 거의 터치하지 않는 스타일입니다. 마음대로 한번 만들어 보라고 개발자에게 말합니다. 그리고 시각적으로 화면에 뭔가 돌아 다니기 시작하면 얘기를 시작하죠. 그에 비해 우주닷컴은 실시간이니까 아무래도 다릅니다. 그런 차원에서 이해하시면 될 거에요.”
항간에서 떠도는 말 같은 건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다.
그런데 우주닷컴은 왜 만들었을까? ‘뮤’ 하나로 나스닥 등록까지 일궈낸 주인공이 갑작스럽게 스포츠 포털이라니. 그 사연은 의외로 길었다. 그녀가 미국에서 잠시 채류할 때였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서 미국의 여러 대중문화를 접했는데 그 가운데 스포츠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가 각양각색의 인종을 하나로 묶는 힘을 스포츠가 지니고 있다는 점을 깨달았던 것. 스포츠는 인종차별, 계층 갈등 순화, 애국심 고취 등 각종 장점과 매력이 풍부했다고. ‘바로 이거야’라는 생각이 들어 국내에 들어와 사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젊은 사람들은 스포츠에 관심이 없고 사업자들은 중계권에만 집중돼 있었다. 그래서 더욱 성공 가능성이 보였고 문화적으로, 재미있는 대중 콘텐츠로 자리잡기 위해 우주닷컴을 시작한 것이다.
# 그녀도 결국 여자
“지금까지 우주닷컴이 부진해보였겠지만 올해부터 본격적인 프로젝트가 가동되고 있어요. 앞으로 달라질 모습을 기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사장은 담담하게 말했지만 무척 자신있는 눈빛이었다. 사실, 그녀가 미국 검사라는 사람과 결혼을 했을 때 많은 업계 관계자들은 미국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리고 이런 예상은 어느정도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장도 사랑하는 사람 곁에 있고 싶다면서 이젠엔터테인먼트가 궤도에 오르고 굳이 자신이 없어도 잘 굴러 간다면 손을 놓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성공한 여성 리더에서 평범한 여자의 모습이 얼핏 보인 순간이었다. 그렇다. 세상을 모두 가질 것처럼 열정을 불사르는 그녀도 결국 사랑에 목말라하는 여자인 것이다.
<김성진기자@전자신문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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