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컴퓨터로 음악을 감상하던 김씨. 친구의 전화를 받고 외출준비를 시작한다. 그 전에 빼놓을 수 없는 작업 하나. 휴대폰을 PC와 연결해 최근 유행하는 인기음악을 내려받는다. 친구를 만나러 가면서 음악을 듣던 중 마음에 드는 노래가 나오자 곧바로 휴대폰 벨소리로 지정한다. 친구에게 통화연결음을 즉석에서 선물하기도 한다. 길을 가는데 좋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휴대폰을 스피커에 가까이 대자 곧 그 음악의 제목이 스크린에 나타나고 음악 다운로드 사이트에 접속이 된다. 이 장면은 지금도 우리 일상에서 가능한 일이다.
음악은 문화기술(CT)이 가장 활발하게 적용되는 분야 중 하나다. 디지털 기술이 접목되면서 음악 시장의 패러다임은 완전히 바꿔버렸다. 과거 레코드 가게에 가서 음반을 사야만 감상할 수 있었던 음악이 이제는 컴퓨터 앞에서 마우스 클릭 한 번만으로 구할 수 있는 너무나 친근한 콘텐츠가 됐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기술과 함께 급성장할 가능성이 큰 문화콘텐츠 분야로 ‘음악’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CT는 이미 음악과 함께 있다.
◇1338억원 vs 2014억원=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2005 음악산업백서’에서 드러난 음반 산업과 디지털음악 산업 규모다. 지난 2000년 디지털음악 시장의 10배가 넘는 4104억원의 시장규모를 자랑하던 음반시장이 어느새 디지털의 거친 파고에 휩쓸려 역전된 것이다.
물론 불법복제로 인한 음반시장 몰락이 가장 큰 이유지만 4년 만에 300%나 성장한 디지털음악 시장의 선전이 돋보인다. 아직까지는 통화연결음이나 벨소리 등 모바일 영역에서의 음원 시장이 크지만 온라인 디지털음악 서비스도 본격적인 시장을 형성해가고 있다.
미국에서는 최근 디지털음악 다운로드 서비스의 대명사 애플 ‘아이튠스 뮤직스토어’가 서비스 개시 3년 만에 10억곡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지난해 말에는 타워레코드 등 쟁쟁한 오프라인 음반판매장을 제치고 음악판매 순위에서 7위를 기록했다. P2P 등 인터넷 공간에서 공짜 음악을 내려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애플 아이튠스가 이만큼의 성공을 거둔 것은 디지털음악 시장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는 결과다. 바야흐로 디지털음악 전성시대다.
◇미래형 콘텐츠 보호 기술=디지털음악 시장의 핵심은 콘텐츠 보호 기술이다. 복제나 전송이 손쉬운 디지털콘텐츠의 특성상 보호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사업에서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이튠스가 성공한 것도 강력한 자체 디지털저작권관리(DRM) 솔루션을 탑재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큰 성공을 거둔 SK텔레콤 ‘멜론’을 비롯해 모든 우리나라 디지털음악 서비스 업체들도 강력한 DRM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강력한 DRM 정책이 콘텐츠를 보호한다는 원래 목적을 벗어나 소비자들의 원활한 콘텐츠 이용을 방해하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해당 서비스의 DRM을 지원하지 않는 기기로는 들을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 것. 때문에 현재 음악분야 CT 개발의 최우선순위로 등장한 것이 미래형 콘텐츠 보호기술이다.
문화관광부는 음악 서비스 사업자 별, 재생 디바이스별 호환성을 전제한 DRM 표준을 제정한다는 목표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고 음악 시장의 파이를 키우겠다는 계산이다. 아인스디지털 한석우 사장은 “DRM이 콘텐츠 보호가 아닌 서비스 독점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시장 전체적으로 악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유통의 진화 필수=디지털음악 시장을 건실화하는데 궁극적으로 필요한 CT는 유통망의 디지털화다. 현재 디지털음악 시장은 단순히 오프라인 음반시장을 온라인으로 끌어온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작권료 정산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지기도 하고 정확히 어떤 곡의 권리를 보유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힘든 경우도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음악 콘텐츠 데이터베이스를 디지털화하는 방법뿐이다. 이미 개별 사업자들이 디지털음악 데이터베이스를 갖추고 서비스를 제공중이지만 통일된 포맷이 없어 일일이 컨버팅을 해야만 한다.
문화관광부는 이에 2002년 ‘음악콘텐츠 표준화개발 및 XML 기반의 저장관리기술개발’ 사업을 시작으로 한국음악콘텐츠표준메타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음악메타DB가 완성되고 정산시스템과 연계되면 이는 곧 온라인음악 유통 시장의 투명화와 건실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해외로의 음악 콘텐츠 수출이 더욱 쉬워지기 때문에 본격적인 ‘음악 한류’를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박스> 음악 분야 CT 전략제품 및 기술
앞으로 개발될 음악 분야 CT 기술은 어떤 것이 있을까. 음악 분야는 이미 상당부분 CT가 도입돼 시장 발전을 이끌고 있지만 여전히 발전시킬 기술이 무궁무진하다. 문화관광부가 수립한 CT로드맵은 △제품 및 서비스 △제작 △유통 등 세 가지 항목을 분류하고 음악 분야 필수 CT 개발 제품을 선정했다.
◇양방향 컴퓨터 음악(Interactive Computer Music)=인간과 컴퓨터가 상호작용해 음악을 생성하거나 감상하는 음악으로 인간의 음성 및 감성을 인지해 곡을 자동으로 생성 또는 연주하는 기술과 청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 등이 개발중이다.
◇개인화 서비스(Personalized Service)=인간의 나이나 성별, 소득수준 등과 세대별 경향을 분석하고 날씨, 감성, 상황 등에 기초한 통계 데이터와 개인의 과거 청취 이력 등을 활용해 컴퓨터가 상황에 맞게 음악을 자동으로 추천해주는 서비스 기술이다.
◇음악 유전자(Music Genome)=인간의 유전자 분석과 마찬가지로 음악의 특성을 분석하고 활용하는 모든 제반 기술. 음악에 대한 파형 분석을 통해 템포, 리듬, 주요 주파수 대역, 음악의 구성 형태 등 음악을 구별할 수 있는 다양하고 복잡한 요소를 데이터화한다.
◇자동작곡 기술(Automatic Composing)=사람이 입으로 노래를 흥얼거리면 이를 활용해 음악을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음성기반 자동작곡기술과 나아가 사람의 상태와 기분에 따라 음악을 만들어주는 오감기반 자동작곡 기술 등이 있다.
◇음악 공원(Musical Park)=음악을 듣는 청중의 수동적인 자세를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것으로 유도하는 기술이다. 연주를 감상하는 입장에서의 감상 객체가 아닌 직접적인 연주나 예술행위에 참여할 수 있는 감상 주체로서 최대한의 자율 의지를 표현하는 공간이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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